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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린토스> 1권
<라비린토스> 1권 ⓒ 해냄
1209년 교황 이노센트 3세는 카타르파(Cathars)라고 부르는 한 이단 종파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교황은 십자군을 동원해서 그들과 전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카타르파가 자리잡고 있던 곳은 프랑스 남부 카르카손 지역이었다. 십자군이 그 지역으로 진군해서 처음으로 포문을 연 곳이 베지에라는 도시였다.

도시를 공격할 병사들이 어떻게 이단자를 구분할지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위의 발언을 한 인물이 프랑스의 대수도원장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교황의 밀사라는 설도 있다. 그리고 한 문헌에서는 십자군의 지휘관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위의 말처럼 병사들은 베지에로 쳐들어가서 그곳에 있던 수만 명의 사람들을 모조리 학살했다. 카타르 신도뿐만이 아니라, 가톨릭 교회에서 미사를 보고 있던 여자와 아이들까지 모두 학살의 대상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십자군과 카타르파의 전쟁은 수십 년간 계속되었다. 1233년에는 교황의 명령으로 프랑스에 종교재판소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전투는 1244년 프랑스 남부 몽세귀르의 요새에서 벌어졌다. 십자군의 포위공격에 맞서 절망적으로 저항하던 카타르파 신도들에게 최후통첩이 전달되었다.

몽세귀르의 영주와 수비대 대장은 결국 십자군에게 항복했고, 카타르 신앙을 포기한 사람들은 모두 사면받았다. 하지만 끝까지 카타르의 믿음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산채로 화형당했다. 카타르 지도자들은 십자군에게 요청해서 2주간 유예기간을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이 부분은 카타르파를 둘러싼 미스터리 중의 하나이다.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된 상황에서 왜 2주간 유예기간이 필요했을까?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에 모종의 임무를 맡은 결사대 몇 명이 무엇인가를 가지고 요새를 탈출해서 남쪽 산맥으로 숨어들었다. 이들은 이 산맥에 카타르파의 보물을 숨겨둔 것일까?

카타르파를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라비린토스>

케이트 모스의 <라비린토스>는 바로 이 카타르파의 숨겨진 보물을 소재로 하고 있다. 물론 이 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성배라는 말도 있고, 모세가 신에게 받은 '언약의 궤'라는 소문도 있다. 캐슬린 맥고완은 <선택받은 자>를 통해서 이 보물이 숨겨진 복음서였다고 말한다.

<라비린토스>는 2005년 프랑스 남부의 산맥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앨리스는 이 지역의 발굴작업에 자원봉사로 참가중이다. 어느 날 혼자서 산정에서 작업을 하던 앨리스는 우연히 동굴 하나를 발견한다. 앨리스는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그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 '라비린토스'라고 부르는 문양과 사람의 유골, 반지 하나를 보게 된다.

이때부터 앨리스는 추적의 대상이 된다. 경찰과 함께 정체 모를 남자가 자신을 다그치고, 주위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들은 모두 앨리스에게 반지를 넘기라고 협박하는가 하면, 동굴 안에서 오래된 책을 발견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발굴작업을 했던 동료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 발굴팀에게도 무언가 음모가 있었던 것일까?

<라비린토스>는 또 한편으로 800년의 시간을 건너뛰어서 13세기 초 카르카손의 모습을 보여준다. 십자군이 진격해오고, 카타르의 믿음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은 결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성이 함락하기 전에 카타르의 보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을 찾고 싶지만 쉽지 않다. 작가인 케이트 모스는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면서 카타르의 보물, 십자군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음모의 덫에 걸린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카타르파는 왜 이단으로 낙인 찍혔을까?

카타르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도 많은 논란거리다. 오크어 카타르(catar)와 프랑스어 카타르(cathare)가 아마 그 중 한가지일 것이다. 이 단어는 모두 '순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카타로스(catharos)에서 유래했다.

중세시대에 이단으로 단정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로마 가톨릭 교회가 가르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 주장 및 교리'를 가지고 있으면 이단으로 볼 수 있다. 카타르파는 사람이 선한 삶을 살고 선한 종말을 맞으면 영혼이 속박에서 풀려나서 천국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이들은 가톨릭 미사와 고해성사를 거부했고, 십자가나 제단에 고개 숙이기를 거부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성경과 기도뿐이었다.

그리고 프랑스 남부를 중심으로 점점 세력을 확대하고 있었다. 교황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은 관대하게 볼 수 있더라도, 같은 종교를 다른 방식으로 믿는 사람은 항상 배척의 대상이 된다. 이교에 대한 처벌보다도 이단에 대한 처벌이 더 잔인했던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이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설도 있다. 카타르파에 대한 정벌이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과 영토확장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십자군에게는 싸울 상대가 필요했다. 그리고 프랑스 북부의 귀족들은 남부 귀족들의 부와 상업적 이익을 탐내고 있었다. 명분과 실리가 맞아떨어지면서 십자군과 여기에 동참한 귀족들은 카타르파의 본거지로 진격했던 것이다.

카타르파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진상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케이트 모스는 <라비린토스>를 통해서 역사 미스터리의 형식을 빌어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만일 신이 있다면, 자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런 잔인한 사건들을 바라보며 당황하지 않았을까?

덧붙이는 글 | <라비린토스> 1, 2. 케이트 모스 지음 / 이창식 옮김. 해냄 펴냄.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전후로 해서, 로마 가톨릭을 둘러싼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 끊이지 않고 출간되고 있습니다. 관련 작품들을 소재별로 분류해서 한 편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라비린토스 1 - 세 권의 책, 두 명의 여자, 하나의 비밀

케이트 모스 지음, 이창식 옮김, 해냄(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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