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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물레방아
물레방아 ⓒ 정기상
“무엇이 그렇게 아름답니?”
“보세요. 우선 돌아가는 것이 아름답잖아요. 또 오랜 시간 동안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잖아요. 이끼가 그것을 말하고 있잖아요. 소곤소곤 귓가에 들리잖아요.”
“이야기가 들린다고?”
“그래요. 아빠. 사랑 이야기가 감미롭잖아요.”

둘째의 거침없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의 태도에는 머뭇거림도 주저하는 법도 없었다. 술술 풀어지듯 나오는 말에는 합리성이 있었다. 어느새 아이가 이렇게 자랐나,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어린 아이로만 보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름다움의 단서
아름다움의 단서 ⓒ 정기상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언제 그렇게 자랐을까.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이의 말을 반추하면서 깨닫는 것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란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라보는 대상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름다움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세상을 빛나게 바꾸는 사람이다. 둘러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것의 특징을 찾아서 의미를 부여하고 시선에 닿는 존재와 자신의 감정을 일치시키게 되면 행복은 저절로 생성될 것이다. 화낼 필요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좌절이나 슬픔은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할 것이 아닌가.

자랑스러움
자랑스러움 ⓒ 정기상
작은 대상에도 아름다움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아가는 물레방아를 바라보고 둘째를 바라본다. 아이가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랑스럽다. 세상의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따뜻하지 않은가.

오월
오월 ⓒ 정기상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었다. 꽃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는 세상에 취한다. 근심이나 걱정은 아예 처음부터 없는 허상이다. 단지 마음이 그것을 만들어내고 욕심을 키웠을 뿐이다. 아름다움의 단서를 찾아서 의미를 부여하고 정서의 일치를 시킬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극락이 아니겠는가. 아! 아름다운 오월이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완주군에서 촬영


#아름다움#행복#물레방아#허상#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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