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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달력 월페이퍼
5월 달력 월페이퍼 ⓒ godpia.com

5월!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뜁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5월이 오기 전에는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4월에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다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때문인지도 모르고, 또는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월에는 이상하게도 주변에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것은 아마도 썸머 타임으로 인해서 신체의 흐름이 바뀐 탓도 있을 것이고, 1년의 3분의 1이 지난 후에 오는 중압감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특별히 올해는 버지니아 공대 참사 사건으로 인해서 더욱 힘들었던 4월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인 엘리엇의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과는 다른 의미겠지만 정말 4월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잔인한 달로 다가옵니다. 삼월에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는 희망에 살고, 4월에는 그 봄이 왔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인식하면서 느끼는 실망감에 비틀거리다가 5월이 되면 다시 막연한 기대감에 싸여 행복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4월의 마지막 날 태어난 필자는 어린 시절 어머니께 "하루만 더 늦게 저를 낳으시지 그러셨어요?"라는 억지를 부려보기도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5월이 그냥 좋았나 봅니다. 5월에 태어난 친구들을 막연히 부러워하기도 했고 그러한 친구들이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자라서는 5월에 태어났다면 좀 더 로맨틱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 같은 착각을 갖기도 했습니다.

5월을 생각하면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그냥 다른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5월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월에는 좀 느슨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을 추스르며 앞만 보고 전진해야 하는 4월과는 달리 5월에는 고삐를 좀 늦추고 하던 일을 멈추고 창 밖의 신록과 형형색색의 꽃들을 바라봐도 될 것 같습니다.

군청색의 4월과는 달리 5월은 연두 빛입니다. 4월에 바흐의 무반주 협주곡을 듣는다면 5월에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어야 할 것 같고, 4월에 바리톤의 중후한 목소리가 어울린다면 5월에는 조수미씨와 같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냥 듣고만 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그녀의 소리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 바로 5월입니다.

5월에는 많은 행복한 일들이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신부들은 누구나 5월의 신부를 꿈꿔보기도 하고, 대학에서는 젊음의 축제가 열리는 시기도 바로 5월입니다. 또한, 5월은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도와줍니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이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고 감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달이 바로 5월입니다.

5월이 되면 잊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엽서 한 장이라도 쓰게 됩니다. 1년에 한 번이나 볼 수 있을까 하는 정다운 벗들이 생각나는 시기도, 그리고 마음속에 접어 두었던 못 이룬 꿈 조각을 다시 꺼내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고자 희망해 보는 달도 바로 5월입니다.

물론, 그 꿈들이 6월이 되면 다시 일상생활 속으로 사라질지언정 5월에만은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냥 내가 못 이룬 꿈을 이룬 사람을 대리 만족 삼아 그 사람의 아름다운 소리에 동참하는 것으로라도 위안을 삼고 싶습니다. 비 갠 뒤의 상큼함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금 5월이 아닌가 합니다.

5월에는 빨간 딸기가 먹고 싶습니다. 새콤달콤한 딸기를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 사랑하는 이와 함께 먹고 싶습니다. 하늘하늘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피크닉을 떠나고 싶습니다. 다시 찾아온 5월과 함께 행복한 꿈을 꿀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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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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