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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월봉 정상에서 본 차귀도 풍경
ⓒ 김강임
제주의 끄트머리 길에서 어김없이 바다를 만난다. 제주바다는 바라보는 지점마다 그 색깔이 다르다. 특히 바다와 연계한 제주오름 해안절벽에서 피어나는 이야기 또한 구슬프다.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바다가 망망대해로 통한다면, 포구에서 만나는 바다는 사람 냄새가 난다. 그렇다면 제주오름 끝에 내려앉은 바다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제주시 한경면 서쪽 끄트머리에 봉우리가 하나 있다. 넓은 평야 끝에 만나는 봉우리는 ‘녹고의 봉우리’ 수월봉이라 말한다. 그리고 봉우리 끝에는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이 있다.

▲ 수월봉 해안절벽은 해식작용으로 단애를 이뤘다.
ⓒ 김강임
수월봉으로 가는 길은 차귀도 포구에서 수월봉으로 통하는 해안도로 길을 택하면 그 운치가 더하다. 수월봉의 해안절벽이 마치 병풍을 두른 듯하다. 수월봉의 서반부가 해식작용에 깎여 1.5km의 절벽을 이룬 자연환경은 전설 속 이야기로 엮어진다.

제주의 비경 속에는 수많은 전설과 설화가 담겨 있지만, 수월봉의 전설은 두 자매의 효성 지극한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 두 자매가 홀어머니의 약초를 캐기 위해 수월봉에 갔다가 절벽에서 수월이가 떨어졌다는 전설 속에는 홀로 남은 녹고의 눈물이 수월봉에 흐른다.

단애를 이룬 절벽에서는 두 자매의 슬픈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푸른 생명이 돋아나고 있었다. 특히 녹고의 눈물처럼 이곳에는 벼랑 속에서 샘물이 솟아난다 하니 비록 전설 속에 피어나는 자연과 연계한 이야기는 패러독스한 멋이 담겨져 있다.

▲ 수월봉으로 가는 길은 해송이 우거져 있다.
ⓒ 김강임
수월봉으로 올라가는 표지석에서 정자까지는 오르막길, 비스듬히 이어진 해송 길을 따라 올랐다. 해풍을 맞으며 피어나는 봄꽃과 소나무가 그 운치를 더해줬다. 해송 길을 따라 올라가노라면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가 즐겁다.

▲ 정상의 용암지대에는 생명이 꿈틀거린다.
ⓒ 김강임
봉우리에 서서 제주바다와 들녘을 한눈에 조망해 봤다. 해송사이에서 부는 바람과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봉우리 정상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았다. 푸른 잔디 속에 봄나물들이 발끝에 머문다. 강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 정상을 지키는 정자도 바다만 바라본다.
ⓒ 김강임
녹고의 눈물을 위로하듯 홀로 서 있는 정자도 심심한지 바다를 바라본다.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마을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냈던 곳.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제주전체를 조망하는 기분 같다.

▲ 수월봉 정상 비석에 관광객의 모습
ⓒ 김강임
먼저 온 관광객은 수월봉 비석에 새겨진 글귀를 읽고 있었다. 제주 오름의 정상에는 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 이야기는 늘 역사와 통하고 그 역사는 현실 속을 넘나든다.

수월봉 정상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다보았다. 보기만 하여도 아찔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전설 속에 피어나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제주오름 끝에 만나는 ‘녹고의 눈물’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 수월봉 정상에서 조망을 관망하는 사람들
ⓒ 김강임
사람들은 수월봉 정상에서 망원경으로 바다를 조망하기도 하고. 섬을 조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월봉에 얽힌 이야기는 전설로만 간직한다. 그 전설이 자신의 내면세계에 어떻게 투영될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까?

제주오름을 기행 하다보면 오름과 연계한 설화와 전설, 그리고 자연환경이 삶의 백과사전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자연이 인간을 정화시키듯 전설 속에 피어나는 이야기는 또 하나의 메시지를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 넓은 평야가 한눈에 보인다.
ⓒ 김강임
수월봉에 올라 300ha의 넓은 평야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 봤다. 일상의 찌꺼기들을 들녘에 날려 보냈다. 제주오름에 오르는 날은 가슴속에 간직해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날이다.

▲ 수월봉 중턱에는 꽃등같은 동백이 뚝뚝 진다.
ⓒ 김강임
수월봉 중턱에는 마치 꽃등 같은 붉은 동백꽃이 ‘툭-’ 하니 떨어졌다. 봄이 지고 있었다. 눈물 속에 핀 붉은 꽃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세상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는 봉우리. 그 봉우리에는 어머니에 대한 효를 이루지 못한 두 자매의 슬픔이 샘물 되어 바다로 흐르고 있었다.

▲ 은빛바다는 해질녘이 되면 핏빛으로 변한다.
ⓒ 김강임
바다는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변하더니 해질녘이 되니 다시 핏빛으로 변했다.

수월봉은

▲ 높이 77m인 수월봉

수월봉은 제주시 한경면에 있으며 높이 77m의 고즈넉한 오름이다. 수월봉 정상에는 용암지대를 형성하며 사화산으로 해식장용에 의한 해안절벽이 층을 이룬다.

수월봉은 어머니 약초를 캐기 위한 수월이와 녹고의 효성 이야기가 전설로 흐른다. 특히 졀벽에서 떨어진 수월이에 대한 녹고의 눈물이 오름 속에 피어난다.

수월봉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차귀도 일몰이 유명하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차귀도, 송악산, 단산, 죽도가 그림처럼 바다에 떠 있다.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제주시- 애월 - 한림 - 고산- 수월봉으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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