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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화 <주몽>
사진만화 <주몽> ⓒ 삼성출판사
이걸 뒷북이라고 해야 할까. 시청률 51.9%(81회 마지막회)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라고 불린 <주몽>을 최근 사진만화를 통해 비로소 봤다.

하긴 국민드라마 <모래시계>도 다 끝난 뒤에 케이블 TV를 통해 보면서 감동에 빠졌고, <대장금>도 7회인가 8회인가부터 보기 시작했으니 만성 뒷북이긴 하다.

모두들 '주몽이 재밌다'고 해도, 보질 않으니 심드렁했던 나는 사진만화를 넘기며 뒤늦게 주몽의 재미에 빠졌다.

카리스마 넘치는 해모수(허준호), 햄릿을 연상케 하는 고뇌하는 군주 금와(전광열), 당차면서 씩씩한 소서노(한혜진), 철부지로 환골탈퇴의 모습을 보여주는 주몽(송일국) 등 캐릭터는 개성이 넘쳤다.

오이, 마리, 협보 등 주몽의 세 충신들이 시장 잡배 출신이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았다. 하긴 <삼국지>의 유비와 장비, 관우도 시장의 별 볼일 없는 한량이었으니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본다'는 것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말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배경음악도 없고, 각 배우들의 독특한 목소리도 즐길 수 없었지만 사진만화는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원작의 힘이겠지. 사진만화라는 것은 일종의 캡처북이라고 보면 된다. <주몽> 사진만화는 총 10만컷에 이르는 정지화상 중 권당 1200컷을 뽑아 실은 책이다.

사진만화의 원조는 '필름북'

<주몽> 패러디 사진
<주몽> 패러디 사진 ⓒ <주몽> 홈페이지 이은규
화상을 캡처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그 중 적당한 사진을 뽑아내는 것도 여간한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업은 청강문화산업대학 청강창조센터 만화스튜디오 팀이 맡았다.

전체 작업은 삼성출판사가 맡았다. 2005년 강아지 판티의 일상을 사진만화로 엮은 뒤, 지난해 드라마 <궁>을 사진만화로 만들었다.

<궁>과 달라진 점이라면 코믹 요소가 많이 줄어든 것. 당시엔 '불끈' '펄럭'과 같은 의태어와 함께 퍼지는 글자체 등 책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글자체를 삐뚤삐뚤하게 만들어 움직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누리꾼이 붙인 대사와 속내, 땀방울 그림 등도 책의 코믹성을 높였다.

그에 반해 <주몽>은 원작 드라마에 충실하다. <궁>에서 글자체를 가지고 장난하던 모습은 '싹' 사라졌고, 의태어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TV드라마 <주몽>을 거의 책으로 옮긴 듯한데, 이런 사진만화의 원조는 '필름북'이다.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책으로 만든 것인데, 필름북은 훨씬 만들기 쉽다. 왜냐하면 애니메이션은 여러 장의 정지된 화면을 연속으로 내보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영한 <게드 전기>를 비롯 <오 나의 여신님> <에반게리온> <공각기동대> 등 대부분 작품이 필름북으로 나와 있다. 우리나라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오세암> 또한 필름북으로 나온 바 있다.

드라마 사진만화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한 만화 사이트의 필름북 판매 코너
한 만화 사이트의 필름북 판매 코너 ⓒ 홈페이지 캡처
애니메이션과 책의 만남은 TV드라마와 책의 만남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만남은 이런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OMU), 하나의 콘텐츠를 게임·캐릭터·책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는 방식) 전략에서 비롯됐다.

일본에선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기획단계에서부터 OMU 전략을 짠다. 관련 제품 1500여개를 만들어낸 <아기공룡 둘리>가 우리나라에선 대표적인 OMU 성공 사례다.

그런데 여기서 든 의문점 하나. TV나 영화와 똑같은 내용의 책을 사람들이 볼까 하는 점이다. 찾아보니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엔 필름북만 전문적으로 파는 사이트도 있다.

드라마 사진만화는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서 사진만화의 단점(?)을 이야기해야겠다. 너무 빨리 책장이 넘어간다. 1시간 정도면 느긋하게 봐도 책 한 권을 다 볼 수 있다.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은 나도 이 정도 시간인데, 드라마를 본 독자라면 아마 더 빨리 보겠지. 책 한 권 보고 난 뒤에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단, 이 점은 출판사나 독자 처지에선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나같이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겠지만, 이미 본 사람은 책으로 구입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지 않을까. <주몽> 외전 형식으로 패러디 버전을 넣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주몽 패러디 사진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참고로 사진만화 <주몽> 제작엔 삼성출판사 외에도 MBC, 올리브나인, 와이쥬크리에이티브가 참여했다.

주몽 1 - 신화에서 역사로 다시 태어난 위대한 불멸의 영웅

홍석주 지음, 최완규.정형수 극본, 황금나침반(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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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몽'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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