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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공포된 개정 주택법은 각 기초 지자체에 설치되는 분양가심사위원회에 엄청난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그 위원의 구성과 책임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개정 주택법 제38조의4에서 새로 도입된 분양가심사위는 특히 민간 사업주체의 사업승인신청과 관련하여 택지비·가산비 등의 인정 여부를 심사하고, 단체장으로 하여금 위원회의 심사결과에 따라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강제하는 등 종래의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어느 위원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한 비중과 중요성에 비추어 법률상의 근거규정에 너무 미비점이 많아 9월 1일 시행 이전에 보다 법률 및 하위법령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본다.

분양가심사위, 기초지자체 설치 문제 많아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분양가심사위의 설치·운영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과연 현실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개별 기초지자체의 사정상 현실적으로 위원회의 필요성이 적음에도 필수적으로 이를 설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북 장수, 경북 봉화, 강원 양구 등과 같은 일부 군의 경우에 관할 지자체 관할구역내에 공동주택이 한 단지도 없거나 최근 수년 동안 전혀 아파트 분양실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때에도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이를 감안하여 분양가심사위를 기초지자체뿐 아니라 시·도 단위에서도 그 설치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자치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껏 1년에 2~3건의 아파트 단지를 신규분양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각 기초단체마다 법정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신설하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혈세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분양승인권자가 기초단체장인데 시·도 단위에 위원회를 두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으나, 반드시 승인권자만이 분양가 내역심사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심사의 전문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대의적 결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도덕성·청렴성 갖춘 위원 확보 결코 쉽지 않아

전국 234개 각 기초자치단체마다 10명씩 위원을 위촉하는 경우 그 수는 2340명에 이르지만, 고도의 공정성과 도덕성·청렴성을 갖춘 전문가를 위촉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기존의 건축위원조차 확보하지 못해 인근 도시에서 초빙하는 형편인 기초단체도 많은데 까다로운 자격을 갖춘 분양가심사위원을 쉽게 위촉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거니와 그들이 지역 현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제대로 심사를 공정하게 할 수 있을지도 지극히 의문이다. 또 위촉하더라도 위원회 기능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단체장과의 친밀도나 사업주체의 로비에 의하여 위원으로 임명되는 것은 철저히 통제해야만 한다.

심사위 남용방지책 마련해야

위원회는 법문상 "제38조의2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라고 하여 심의기관에 해당하지만 별도로 단체장에 대한 구속력을 규정함으로써 의결기관의 성격을 갖는다. 그렇다면 더욱 문제되는 것은, 비록 공시대상 항목이 7개라 하더라도 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그 세분류 항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경우 사업승인신청자인 사업주체로서는 이를 거부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일 것이므로(거부하면 심사 지연 또는 거부 의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공공주택의 항목공개와 유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가 있다.

위원회가 이처럼 한도 이상의 과도한 공개요구를 하는 때에는 과잉금지원칙 중 수단의 적절성 요건을 침해하여 위헌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특히 위원회 및 위원에 대하여 보다 가중된 "사업자 기업비밀의 보호의무"를 강제하고 나아가 "공무원의제" 규정보다 더욱 강한 의무와 처벌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단체장과 위원회간의 갈등 방지책 마련해야

위원회는 법문은 심의기관이나 실질은 의결기관에 해당함에도 제1항에서 단체장이 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단체장의 영향력이 크게 개입될 소지가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2항은 기초단체장이 입주자모집승인시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에 따라 승인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여 구속력 규정을 두고 있어, 향후 운영상 위 제1항 및 제2항의 의미를 둘러싸고 위원회와 단체장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단체장의 위원회에 대한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는 제1항의 법문을 "시·군·자치구에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분양가심사위원회를 둔다"로 수정함이 타당하다.

특히 "시장·군수·구청장은… 입주자모집승인을 함에 있어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에 따라 승인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제2항). 여기서 개념 해석상 몇 가지 문제가 있다.

① 먼저 위원회의 지위와 그 설치의 배경 및 법문의 취지를 고려할 때, "승인여부 결정"은 단체장이 위원회로부터 심사결과를 받았을 때에는 단순히 '승인' 아니면 '불승인'만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② "위원회의 심사결과에 따라"의 의미와 관련하여, "위원회의 심사권한의 범위의 문제"로서, 위원회는 사업주체가 제출한 심사대상 분양가에 대한 인정·불인정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타당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수정'도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수정시"에는 "00일 이내에 재심사청구(이의신청)를 허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업주체에 대한 사실상의 권익구제절차로서 비록 직접적인 근거규정이 없더라도 실무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법률 또는 대통령령에서 근거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③ "단체장의 결정의 범위의 문제"로서, 단체장은 위원회의 심사 결과 그 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이 오면 그 결정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즉, 단체장은 위원회의 승인 또는 불승인 결정이 있으면 그에 전적으로 따라야 하고 그에 대한 '일부재의요구'나 '수정재의요구'를 할 수 없으며(법률상 근거가 없다. 지방자치법 제19조 3항 참조), 결정 통보받은 대로 사업주체에게 승인 또는 승인거부라는 행정처분을 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행정심판법 제31조 2항 참조).

위원회 구성, 더욱 구체화해야

"위원회는…등 관련 전문가 10인 이내로 구성하되, 구성절차 및 운영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한 것은 위원회의 비중에도 너무 안이하게 입법한 것으로 문제가 있다. 위원회의 권한과 비중을 고려한다면 그 구성에 관하여, 중요사항은 법률에서 기타 사항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① 일정한 "자격요건"을 명시적으로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문제가 있다.

② "위원 분포도"를 명시적으로 정하지 아니한 것도 문제다. 동조 제3항과 같이 단순히 예시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주택관련분야 교수, 주택건설분야 전문직 종사자, 관계공무원… 각 1인"으로 하여 위원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법률전문가로서 변호사 외에 "주택 관련 법학교수"의 참여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위원회의 비중과 위원의 다양성·전문성·공정성의 요청 등을 고려할 때, 가급적 "… 각 1인"의 방식으로 함으로써 그 정원 9~10인에 해당하는 인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③ "추천 주체"를 법률에서 명확히 하지 아니한 것도 문제가 있다. 만약 제3항 후단을 근거로 시행령에서 정하고자 한 것이었다면 그것은 더욱 문제다. 또 추천 주체를 두는 경우 이를 기초단체장에게 권한을 집중시킬 것이 아니라 추천권자를 다양하게 분산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지방의회의장이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추천한 지방의원 1인" 정도를 포함하고, "시·도지사가 추천한 자 1인", "건교부장관이 추천한 자 1인" 정도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위원회의 균형성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추천권자의 다양화에 따른 위원의 불균형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단체장과 추천권자간의 사전협의" 규정을 두고, "법률 제3항에 규정된 각 전문가가 최소 1인은 포함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어 위원의 전문적 직능대표성도 동시에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개정주택법은 사업승인권자가 기초단체장이라는 이유로 기초지자체에 분양가심사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실적 한계로 인해 광역단체에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의 특성상 위원에게는 어느 위원회 위원보다 도덕성, 청렴성이 요구됨에도 그 위촉에 많은 문제가 있다. 향후 개선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신봉기 기자는 경북대 법대 교수입니다.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를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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