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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선출판사
전작 <스케치 아프리카>를 통해 한 장의 스케치가 주는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김충원 교수의 새 책이 나왔다. <스케치 쉽게 하기>. 제목처럼 연필로 그리는 데 영 재주가 없는 이들에게 용기를 백배쯤 실어줄 스케치 시리즈의 기본편이다.

김충원 교수가 전하는 한글로 작성된 그림 잘 그리는 비법은 달랑 세 가지 주문사항이 전부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일단 '용기를 내어 시작하라'는 것. 자전거 타기 방법을 이론적으로 설명해 봤자 실제로 한 번 타보는 것만 못한 이치와 같다. 그림 그리기와 자전거 타기의 공통점은 몸이 기억하는 대로, 몸이 아는 길로 나간다는 것 정도겠지만,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 운동신경과 근육에 관한 현란한 논문이나 이론지식이 불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덕지덕지 배경지식을 쌓느라 정작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충고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두 번째 조건은 '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잘 보는 것은 잘 그리는 것의 선행 동작이고, 잘 관찰해내지 못한 대상을 잘 그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 비술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본인의 실력보다 더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을 달랠 줄 알아야 한다. 성찰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작가는 결국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을 찾는 과정을 즐겁게 받아들이지 못할 공산이 크다.

무슨 올림픽 대회라도 나가는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스파르타식 데생 수업을 듣지 않아도 마음 비우기만 제대로 조절 된다면 한결 나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여러 가지 기법을 시도해 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즐겁게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은 연필과 지우개, 샤프펜슬을 선택하는 요령부터 데생 수업 첫 시간에 하는 선 긋기 실례를 사진으로 꼼꼼히 보여줄 정도로 완전 초보를 위한 책이다. 너무 쉬워 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여러 가지 기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글과 사진이 입문단계의 사람들에게 요긴하게 잘 쓰일 것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아주 쉬운 대상부터 시작하는 것, 완성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잠깐을 그리더라도 꾸준히 습관적으로 그리는 것이 김충원 교수가 제안하는 그림을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이다.

얇은 가이드북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그림 여행길에 들어선 초심자들에게 선사하는 짧은 멘트가 담겨있다.

"'미술에 있어서만큼은 자로 잰 듯 정확한 것이 결코 진실이 아니다'라고 한 거장 앙리 마티스의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술은 분명 저마다의 시각과 개성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위한 기술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 기술을 익히지 않고서 미술은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스케치 쉽게 하기 - 기초 드로잉

김충원 지음, 진선북스(진선출판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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