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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2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17대 대통령 선거 공식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2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17대 대통령 선거 공식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진보정당은 왜 성장을 말하면 안 되는가. 능력이 없어서인가. 그렇지 않다. 성장 얘기하면 진보주의자가 아닌가. 진보정당 후보 최초로 진보적 성장으로 경제 살려내겠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26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제성장론'을 들고 나왔다. 진보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그간의 한국진보운동의 흐름으로 보면 낯설다. 한나라당의 보수적, 자본 중심 성장론에 대한 무기로 '진보적 경제성장론'과 '사람중심 경제체제'를 맞세우겠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진정한 경제살리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노동자 농민과 함께 하는 자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3대 성장 동력으로 '노동중심 혁신 클러스터, 한반도 통일 경제 건설, 북방대륙 경제권 개척'을 제시했다.

출마선언 뒤 연기자간담회에서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진보진영에서는) 최초로 진보적 성장을 제시한다"면서 "기업의 역할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돈 많은 사람 증오하지 않는다"면서 "재벌이 진정으로 존경받기 바란다"고도 말했다.

한반도 평화체제·경제살리기 핵심화두로

민주노동당의 또 다른 상대인 '범여권'에는 한반도 평화체제론을 내세웠다. '연방헌법'에 기초한 '연합연방통일공화국' 수립방안을 구체안으로 내놓고, 이를 위해 전면적 신뢰관계 구축 공동조치, 공고화 공동조치, 한반도 평화제체 구축 공동조치 등 '3단계 남북관계 공동조치'를 제안했다.

권 의원은 "6·15 공동선언 실천을 완수할 수 있는 사람, 연합연방을 열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권영길 밖에 없다"면서 "그것을 하지 못하면 통일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권 의원은 이와 함께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으로 민주노동당발 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신자유주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반대, 사회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해결, 진보적 평화통일정책 동의 등 5가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권 의원은 25일 재보궐선거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나니까 지역주의 정치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숨통은 지역주의가 아니라 이 권영길이 멋지게 끊어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97년과 2002년 대선 때는 조직의 명령에 따라 출마했지만, 이번에는 최초의 진보정권을 만들기 위해 저 스스로 결심했다"면서 "이제는 진보후보가 대통령되겠다고 해도 아무도 무모하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빨치산의 아들이라는 점, 평화와 통일의 요소로 승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17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기 앞서 2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참석자들과 '대선승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권 의원, 부인 강지연 여사.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17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기 앞서 2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참석자들과 '대선승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권 의원, 부인 강지연 여사. ⓒ 오마이뉴스 남소연
권 의원은 '빨치산의 아들'로 태어난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것으로 출마선언을 시작했다. 그는 "10대 초반에 풍문에 떠도는 전설같은 얘기를 통해 빨치산의 아들인 것을 알았다"면서 "어머니와 작은아버지가 묻어놓은 것처럼 저도 가슴깊이 묻어놔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누구도 돌보지 않은 버려진 아버지의 무덤을 보면서, 분단의 아픔이 새겨진 지리산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쏟아질 때 이 분단의 아픔은 통일로 씻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빨치산의 아들이라는 점을 평화와 통일을 만드는 요소로 승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격려사를 통해 "어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의 모든 후보가 두 자릿수 득표율을 획득한 것"이라면서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20%를 득표할 수 있고 여기에 한미FTA를 반대하는 국민 40%의 지지를 얻으면, 어쩌면 이번에 청와대를 접수할 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겠다"고 말했다. 기초의원부터 국회의원까지 7곳의 후보를 낸 민주노동당은 최저 12.1%에서 최고 20.2% 득표율을 보였으며, 평균득표율은 16%였다.

이날 권 의원의 출마선언에는 문성현 대표, 고 전태일 열사의 모친 이소선씨, 이수호·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임종인 의원, 정범구 전 의원, 조승수 전 의원,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대표, 미래구상의 정대화 교수와 지금종 전 문화연대 사무총장, 강정구 교수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권 의원의 출마선언 중간중간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 시대' '2007년 진보적 정권교체'라고 쓴 손펼침막을 흔들고, '새세상 정권교체 권영길'을 연호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날 출마선언에 사립학교법과 국민연금법 처리를 막기 위한 국회 농성때문에 한 명도 참석하지 못했다.

관건은 '식상함 탈피'

권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상징적 존재다. 민주노동당의 모체인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을 지냈고, 민주노동당 초대 대표로 당 창건의 주역이다. 국민승리21과 민주노동당의 첫 번째 대통령 후보로 나서 각각 33만여표, 95만여표를 얻었다. 2002년 대선때는 방송토론에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등의 유행어를 낳으면서,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약진하는 토대를 쌓았다.

26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대선출마 선언식에 참석한 민주노동당원들이 '진보적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다.
26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대선출마 선언식에 참석한 민주노동당원들이 '진보적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는 9월 9일 실시되는 당내 후보 경선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날 출마선언에서도 권 의원은 당내경선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해 예비후보 등록도 이 전 시장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실상 실질적인 경선이 처음인 권 의원에게 가장 큰 적은 세 번째 출마에서 오는 식상함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는 점이 될 것이다. 노회찬 의원이나 심상정 의원이 아니라 왜 자신이 후보가 돼야 하는지를 설득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민주노동당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각 연주자보다 연주를 더 잘 할 수 없지만, 지휘자가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심상정) 두 분에게는 외람되지만, 당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저를) 대통령 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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