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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자체들은 비닐하우스촌 거주민들의 전입신고를 받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주소지 인정 문제로 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편을 겪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경기도 과천 꿀벌마을 등 5개 비닐하우스촌에서 직접 1주일 간 생활하면서 취재한, 발로 쓴 '도시빈민현장보고서'를 4차례로 나눠 보도한다. <편집자주>


제작 : 김호중 / 영상 : 이민정/ 사진 : 남소연

# 현장 1. 경기도 과천동사무소

"전입신고 하러 왔습니다. (경기도 과천 꿀벌마을 주민)"
"살고계신 건축물 조회부터 할께요. …여기는 비닐하우스인 것 같은데, 관내 주거용으로 건축된 건물이 아니라서 전입신고가 불가능합니다. (과천 동사무소 직원)"

지난달 16일 오전 10시경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사무소. 이춘숙(51)씨를 비롯한 꿀벌마을(일명 경마장 앞마을) 주민 20여명이 전입신고서와 주민등록등본 등을 묶은 서류 뭉치를 들고 전입신고 담당 공무원 앞에 줄을 섰다.

살고있는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출력해 보여줬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주거용 건축물이 아닌 불법 건축시설이므로,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다"는 것. 이씨는 "사람이 실제로 6개월 이상 살고 있으면 신고를 받아줘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주민들은 동사무소 마당에 용달트럭에 임시로 차린 부엌에서 점심을 챙겨먹고 '2차 전입신고'에 들어갔다.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받아줄 때까지 계속 하겠다는 '투쟁의 사인'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제출한 전입신고서는 고스란히 모두 돌아왔다.

# 현장 2.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주거권 실현을 위한 비닐하우스 주민연합(공동대표 김한수·김형선, 이하 주비연합)'은 지난달 1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전입신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출범식을 열었다.

주비연합에는 꿀벌마을(경기도 과천)과 수정마을(강남 포이동), 잔디마을(서초구 양재2동), 아랫성뒤마을(서초구 방배3동) 등 총 10개 마을 344명의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출범기자회견에서 "비닐하우스촌 지역은 국내의 대표적인 주거 빈곤계층의 생활공간"이라며 "사람이 살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재래식 공동화장실, 전기와 수도시설 문제, 아동 취학·사회보장 혜택 제외 등 주소지가 인정되지 않아 겪는 문제점 등을 지적하면서 ▲비닐하우스촌 주민의 주거환경 개선 ▲전입신고 허가 ▲토지 사용료 및 채비지 변상금(국·공유지 사용자에 대한 벌금) 탕감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 현장 3.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이에 앞서 이들은 지난달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각 동장과 주민등록법 개정을 요청하는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이아무개(51)씨는 1997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남편과 시어머니, 딸과 함께 꿀벌마을에 살았지만, 전입신고가 불가능해 부득이하게 인근 주택에 위장 전입했다.

지난해 땅주인이 비닐하우스 철거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씨는 법원에서 날아오는 소송 관련 우편물을 받지 못했다. 위장 전입된 주소로 배달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연말 비닐하우스 철거를 촉구하는 법원의 계고장이 날아온 뒤에야 소송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이와 관련, 김윤이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주소지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며 "행정 당국은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등록법상에도 30일 이상 살고 있는 거주자에게는 주소지를 부여토록 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위장전입으로 인한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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