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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골렌 루아얄
세골렌 루아얄 ⓒ 여성신문
[이은주 파리특파원/파리9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세골렌 루아얄이 정치적인 두각을 나타내며 프랑스 국민들의 호응을 얻게 된 것은 1992년 환경부 장관을 지내면서부터다.

장관 임기 중 그녀는 모든 장애아와 장애청소년들이 학교교육을 받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내용의 핸디스콜(Handiscol) 계획을 발표했으며, 부성휴가제 도입 등의 남녀평등정책과 아동폭행에 대한 보호정책에도 힘을 기울여 왔다. 여성으로서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장관 시절 가족과 아동, 장애아, 그리고 학교 정책을 담당하면서 청소년과 사회적으로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서 많은 일을 해왔다.

이처럼 세골렌 후보가 프랑스 국민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탁월한 정치능력뿐 아니라 국민을 보듬고 아우를 줄 아는 여성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골렌 후보는 자신이 사회주의자가 된 이유에 대해 '여성주의자'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인 사고가 강했던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면서 사춘기 이후 품게 된 여성문제와 여성해방에 대한 생각은 이후 자연스럽게 휴머니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사회주의자가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프랑스 여성 사회주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여성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받게 되는 여러 가지 차별을 거부하고, 여성의 권리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남성 위주의 사회질서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프랑스를 성숙된 평등한 국가로 만드는 중요 과제라고 강조한다.

세골렌 후보는 어느 인터뷰에서 칠레의 미첼 바첼렛 대통령이 자신에게 "여성의 시대가 오고 있다… 남성들의 행복을 위한"이라는 말을 해줬다고 전하면서, 여성의 권리 회복은 여성만의 행복이 아닌 남녀가 함께 누릴 행복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가 여성대통령 후보로서 가지고 있는 정치철학은 남녀평등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평등과 화합을 이루는 것이다.

"소외된 사람들의 엄마되겠다"

세골렌 후보는 환경부 장관(92~93년)을 거쳐 교육부 차관(97~2000년)으로 활동하며 학교교육을 담당했으며, 2000~2002년에는 가족부 차관을 역임하며 가족, 아동, 장애아 정책을 담당했다. 경력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골렌 후보는 주로 가족, 아동, 여성, 환경문제,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장애아나 외국이민자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정치경력을 확고히 쌓아갔으며, 사회변화에 적극 참여하면서 정치 능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정치적인 경력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그의 이미지를 능력 있고 똑똑하고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 각인시켜왔다. 그가 2명의 남성 사회당 대선후보와 사회당 당수였던 남편인 프랑수아 올랑드를 제치고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된 것은 많은 프랑스인들이 오늘날 프랑스 사회가 안고 있는 외국이민자들의 문제와 실업문제 해결에 여성의 섬세함과 융화, 어울림을 원하고 있는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의 여러 가지 이미지 중 여성이라는 점이 크게 부각되는 것은 프랑스 역사상 최초가 될 수 있는 여자대통령 탄생에 대한 관심에서 그치지 않는다. 혼란스러운 프랑스 내부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파성향의 보수진영 대통령 후보인 사르코지가 내놓은 강력한 정책보다는 세골렌의 여성적인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프랑스 국민들의 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어머니 같은 배려와 감성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며 여성으로서의 대통령직을 강조한 라이베리아의 존슨 서리프 대통령처럼 세골렌 후보 역시 "소외된 사람들의 엄마로서 있고 싶다"고 말해 자신의 여성성을 정책에 반영시키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프랑스 국민 '여성 사회주의자' 기대감 높아

세골렌 루아얄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핑크빛 글자로 “바로 이 여성이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세골렌 루아얄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핑크빛 글자로 “바로 이 여성이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 gonordisk.net, Creative Commons
세골렌 후보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서도 남성과 비교되는 여성성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프랑스는 경제침체와 더불어 늘어나는 외국인 이민자 문제를 안고 있다. 우파인 대중운동연합의 사르코지 후보가 지난달 26일자로 내무부 장관직을 사임하기 전까지 보여준 외국인 이민정책은 상당히 강력했으며, 경제분야에서도 영국의 대처 총리나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주도해온 신자유주의 정책을 암암리에 선호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한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세골렌 루아얄이 이끄는 사회당에서 내세운 외국인 이민자 문제나 경제문제 해결방안은 사르코지와는 정반대이기 때문에 소외된 계층과 노동자, 그리고 외국인 이민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현재 프랑스는 유럽 통합과 함께 동구권으로의 공장 이전 등으로 종업원 감원을 감수해야 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매해 실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점점 빈부의 차이가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파정부가 지난 5년간 보여준 경제정책의 실패는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세골렌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또 대외적으로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끊이지 않는 중동국가들의 대립, 그리고 날로 심화되어가고 있는 유럽의 이민자 문제와 종교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오늘날 유럽 정세에서 프랑스 국민들은 강력한 정부보다는 여성성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는 정부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세골렌 루아얄은 여성이라는 점과 함께 여성 사회주의자로서 프랑스 국민들에게 더 크게 어필되고 있는 것이다.

온화한 여성적 이미지와 함께 당차고 정의로운 성향 '강점'

세골렌 후보는 8명의 자녀 중 넷째로 1953년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에서 태어났다.

얼마 전 TV 대통령후보 선거 대담에서는 많은 형제들과 성장한 그의 가족환경에 대해 "8명의 형제 속에서 배운 것이 가족의 결속력이 아니냐"는 질문이 그에게 떨어졌다.

이에 대해 그는 “결속력보다는 오히려 나눔과 사랑을 배웠다”고 응답한 반면, 가부장적 사고가 강했던 아버지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그의 대학 진학을 반대했었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했다. 그의 가정환경이 그를 사회주의자로 만든 계기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아버지와의 일화가 잘 설명해주듯 그의 성격이 마냥 온순하고 부드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5세 때 이혼한 아버지가 양육비와 교육비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에 소환해 이긴 일화는 그의 당찬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유권자들은 그가 정의를 위해서는 강력한 정책도 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프랑스 국민들은 세골렌 후보자에 대해 온화한 여성의 이미지와 함께 정의를 강조하는 강한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미래를 당차게 준비한 세골렌 후보는 낭시 II 대학을 거쳐 시엉스 포(science Po)를 졸업하고, 대부분의 엘리트 프랑스 정치인들이 졸업한 국립행정학교 ENA 출신이다.

현재 동거형태의 남편이며 97년부터 사회당 사무총장을 맡아왔던 현 사회당 제1서기(당수) 프랑수아 올랑드 역시 ENA 출신으로 세골렌 루아얄과 동기다.

둘은 학교에서 만나 현재 4명의 자녀가 있으며, 맏아들인 토마는 어머니의 선거를 위해 ‘세골렌 루아얄 2007’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은 동거형태의 부부가 일반화되어 있어 이들의 동거는 대통령후보의 이미지에 전혀 누가 되지 않고 있다.

세골렌 루아얄의 '프랑스를 바꿀 100대 공약'
"더 강한 '정의' 실현으로 더 강한 프랑스를..."

▲ 사회당 당수인 올랑드와 정식 결혼이 아닌 파트너 형태로 살며 4자녀를 키우는 세골렌 루아얄은 엄마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정치적으로도 성공한 점 때문에 대중의 호감을 사고 있다.
ⓒsegoleneroyal2007.net
'더 강한 정의가 더 강력한 프랑스를 만든다'를 대통령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운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대통령후보는 프랑스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들, 즉 경제문제부터 환경·복지·교육 등등을 총집합해 100개의 정책계획을 자신의 홈페이지(www.desirsdavenir.org)에 올렸다.

그러나 TV 대담이나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하는 그의 중점 공약정책은 대부분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제정책과 더불어 교육정책, 여성정책, 이민자정책이다.

우선 그의 경제정책은 EU 통합 이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 동구권 국가로 산업시설을 이전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문제와 이로 인한 실업자문제에 대한 정책이다.

또 그가 자주 거론하는 청소년문제와 연결해 경제발전과 실업자문제 해결을 위한 젊은이들의 직업 창출과 취업 등에 관한 여러 가지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는 각 분야의 고급 연구원들에 대한 대우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급 두뇌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크게 우려하면서 고급인력에 대한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국가자본 특히 인력자본의 효과적인 활용에 힘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후 15년 동안 세브르 지방의원을 지내면서 농업의 현대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기 때문에 프랑스 농민들의 주관심사인 GMO(유전자변형 농산물)에 대한 농업정책을 강조하는 것은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세골렌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의 기본틀은 "경제발전은 사회와 환경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이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경제분야만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가 모두 변화되어야 한다는, 즉 유기체적인 사회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방과후 보충수업 전액무료화 제안

이러한 변화는 그가 자주 주장해온 윈·윈 전략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그가 제안한 교육정책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이 학교교육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있게 된 점을 강조하면서 교육과 이를 위한 학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교육정책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가 내세운 정책 중 하나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위한 방과후 무료 보충학습과 이를 전담하는 교사들의 근로환경 개선이다.

세골렌 후보가 구상하고 있는 교육정책의 윈·윈 전략에 대한 기대효과는 어머니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방과후 보충수업을 무료로 제공할 경우 학생들의 교육 향상은 물론 보충수업을 제공하는 교사들에 대한 급여가 제공돼 교사들의 삶의 질도 향상됨으로써 가정·학생·학교 모두에게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얼마 전 프랑스 중등교사들이 월급에 비해 업무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파업을 한 후여서 이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세골렌 후보는 훨씬 이전부터 교육제도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왔고, 학생들의 실력이 지역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고 있는 오늘날 프랑스 학군제도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혀 왔다.

또한 경제발전과 무관하지 않은 외국인 이민노동자들을 위한 이민정책에서도 그는 대중운동연합의 대통령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와 다른 노선을 가지고 있다. 사르코지의 강력한 이민정책이 가져온 부정적인 결과로 인해 나타나는 이민자들의 폭동, 인종차별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자신의 정책을 강조해온 것이다.

얼마 전 내무부 장관으로서 강력한 정책을 썼던 사르코지가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이 지역 방문을 못했던 기회를 이용한 세골렌의 방문은 이민자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받았다. 세골렌 후보는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외국인 이민자 문제 해결에 대한 정책이 그 어느 시기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결코 간과하지 않고 있다.

여성노동차별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세골렌 후보는 여성지도자로서 유권자의 50%인 여성들을 위한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우선 그는 여성문제에 대해 “아직도 노동시장에서의 남녀평등은 갈 길이 멀다”고 표현하면서 노동시장에서의 남녀평등을 위한 정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시기는 우리나라보다 빠르고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우리나라에 비해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여성들의 노동조건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불평등한 노동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골렌 후보가 언급한 노동시장에서의 남녀불평등은 ▲같은 능력을 가진 남녀의 임금의 차이가 30%를 웃돌고 있는 점 ▲비정규직을 포함한 불안정한 노동조건 하에서 일하고 있는 경제활동인구의 80%가 여성인 점 ▲파트타임을 하면서 실업의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여성들이며 직업교육의 기회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적다는 것 등이다.
그러므로 이런 모든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대우 개선이 그 어느 여성정책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골렌 후보는 아동·복지·환경·경제 분야 등의 다른 정책에 여성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앞서 교육정책에서 언급한 아동들의 방과후 학습은 자녀교육의 효과뿐 아니라 경제활동 여성들의 이중 역할의 무게를 국가가 분담한다는 여성정책의 일부가 포함된 것이다.

또 다른 한 예로 프랑스가 저출산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배경에는 프랑스의 보육정책이 한몫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보육정책은 오늘날에도 계속 보완, 발전해가고 있어 세골렌 후보가 계획하고 있는 여성정책의 상당부분이 그가 제시한 아동정책, 사회복지정책과 어울려 그가 강조하는 윈·윈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가 내세우는 여성정책을 보면 실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여성권리 회복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막연한 희망보다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여성정책을 내세움으로써 여성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백 포스터..."근검절약 정부될 터"

얼마 전 TV 대담에서 세골렌 후보가 이러한 주요 정책들을 운영해나갈 실천방법의 하나로 “근검절약하는 정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바로 며칠 뒤 다른 TV 프로그램에서 흑백 사진을 선거 캠페인에 사용한 세골렌 후보에 대해 한 여성 패널이 “흑백 사진이 컬러보다 가격면에서 싸기 때문에 그가 이것을 이용했다”고 응수한 일화는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유권자들, 특히 여성들이 얼마나 신뢰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국민들을 위해 국민의 미래를 보호해주는 정책을 쓰겠다”는 그의 의지에 과연 프랑스인들은 최초의 여성대통령과 그가 가져올 새로운 변화에 대해 적극 지지를 보낼 것인가, 아니면 세골렌 후보가 우려하는 것처럼 프랑스 국민들이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날 것인지는 일단 4월22일 1차 투표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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