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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이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각 당의 합의를 수용,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연초 노 대통령의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으로 시작된 개헌논란은 일단락됐다.

노 대통령이 18일로 예정되었던 개헌발의 방침을 철회한 데에는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18대 국회 개헌론을 당론으로 추인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개헌당론을 정한데 이어 한나라당까지 당론추인 절차를 거침에 따라, 노 대통령으로서도 개헌발의를 유보할 명분이 생겨난 것이다.

대통령의 다행스러운 결정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개헌발의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개헌당론을 미흡하다고 평가하여 개헌발의를 강행하게 되었을 경우, 정국은 다시 청와대와 정치권의 정면충돌 속에서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될 상황이었다.

사실 한나라당의 당론은 보기에 따라서는 미흡할 수도 있는 수준의 내용이었다. "4년 연임제를 비롯해 모든 내용을 논의한다" 라든가, "다음 대통령 임기중 개헌을 완료토록 노력한다"는 표현은 청와대의 입장에서 볼 때는 모호한 수준의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당론정리는 그동안 개헌문제에 관해 한나라당이 보여온 적대적인 태도를 감안하면, 진일보한 것이고 청와대의 요구에 어느정도는 성의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노 대통령이 이 점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수용하기로 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이제 몇 달동안 계속된 개헌논란은 일단락 되었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으로부터 18대 국회 개헌 합의를 얻어냄으로써 적지않은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물론 그동안의 과정에서 있었던 소모적 논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책임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노 대통령은 실질적인 개헌추진의 물꼬를 텄다는 명분을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으로서도 이 정도의 모양새로 국면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발의에 대한 무조건적으로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18대 국회에서의 추진대안을 제시한 것은 전향적인 모습으로 평가받을만 했다. 이같은 결과로 노 대통령과 정치권이 윈-윈의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모처럼 한발씩 물러나며 대승적 타협을 하는 모습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다.

개헌논의, 앞으로의 과제는

이제 개헌의 숙제는 18대 국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정치권이 18대 국회 개헌을 당론으로 정했다고 해서 개헌추진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개헌이 실제로 성사되기까지는 무수한 논란과 갈등이 따를 것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개헌 약속이 부도수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의 논란이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개헌에 대한 보다 진전된 공약을 책임있게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는 노 대통령의 '원 포인트' 개한에 구애받을 것 없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개헌에 대한 여러 내용과 방식 등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결국 개헌의 주체가 되는 것은 18대 국회이다. 내년에 치러지는 18대 총선에서는 개헌에 개한 각 정당의 입장이 분명하게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개헌내용에 대한 입장에 따라 정치세력간의 연대가 이루어지는 구도도 예상해 볼 수 있다. 18대 총선은 개헌문제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을 어느정도 정리하는 공간이 될 필요가 있다.

셋째, 18대 국회에서의 개헌논의는 시간을 갖고 종합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에 노 대통령이 제안했던 원 포인트 개헌은 권력구조 문제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앞으로의 개헌이 1987년 헌법의 한계를 극복하는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전반적인 손질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개헌논의가 시간에 쫓기듯이 진행되지 않고 18대 국회에서 시간을 갖고 진행될 수 있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의견들 간의 충돌과 갈등도 예상되지만, 이는 불가피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넷째, 노 대통령도 이제는 정치권의 개헌논의를 지켜보는 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 대통령은 개헌이 무산되면 퇴임 후에라도 그 책임을 집요하게 추궁할 것임을 밝힌 바가 있다. 그러나 이제 개헌의 공이 18대 국회로 넘어간만큼, 노 대통령도 18대 국회의 논의를 지켜보는 입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 노 대통령이 마련했던 개헌안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방안일 뿐이다. 18대 국회에서는 그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폭넓은 논의가 따라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특별히 자신이 구상했던 방안을 고집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순리에 맞지않는 상황이 될 것이다.

18대 국회에서의 개헌논의 역시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헌논의가 전반적인 범위로 확대될 경우, 사회 각 세력간의 이념적인 논쟁으로까지 번질 소지도 있다. 폭발력이 강한 개헌논의를 질서있게 주도해나가는 것이 18대 국회의 중요한 책임이 될 것이다.

개헌과 관련하여 노 대통령과 17대 국회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가 맞다. 앞으로 개헌논의가 실질적으로 전개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논란이 소모적인 것만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모처럼 이루어진 노 대통령과 정치권의 윈- 윈 대타협에 박수를 보낸다.
#정치#개헌#한나라당#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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