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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 전체가 대대로 복조리를 만들어 오고 있는 400년 전통의 마을이 안성에 있다. 죽산면 칠현산 자락에 있는 칠장사 바로 밑에 위치한 신대마을이 바로 그 곳.

'새로운 터'라는 뜻의 이 마을은 대나무가 자라는 곳이라 조상대대로 대나무 복조리를 만들어 온 곳이다. 지금은 전체 마을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인구가 이 일에 전념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을의 소중한 유산이자 소득 증대의 수단이 되고 있다. 이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 '복조리 공동 작업장'에 한 번 가보자.

▲ 마을 공동작업장에서 만들어지는 복조리가 복조리라고 불리워지는데는 만드는 사람들의 환한 웃음을 보면 금새 알아차릴 수 잇 있다.
ⓒ 송상호
마을 공동작업장에서 복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들은 일찌감치 아침 밥을 먹고 8시쯤이면 마을 한가운데 마련되어 있는 '복조리 공동 작업장'으로 모여든다. 준비해 둔 대나무를 하나 둘 챙겨서 열심히 손을 놀려 복조리를 만든다.

나름대로 목표 수량을 정해놓고 하나 둘 만든다. 어떤 때는 '누가 많이 만드나' 하고 내기를 해서 경쟁하듯 신나게 만든다. 그렇게 만들다 배가 고프면 작업장에서 직접 점심을 해서 먹는다.

기분 좋으면 술 한 잔도 곁들인다. 술이 들어가면 가끔씩 노래 한 자락도 나오고. 잔치 분위기가 절로 나는 건 당연지사. 기분 좋게 오후 일을 시작하면서 '누구네 집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마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쏟아내면 '까르르' 웃음바다가 된다. 심심하면 커피도 끓여 먹고, 이웃집에서 가져온 누룽지도 나눠 먹고. 그러다 소밥 주러 가기도 하고. 누구는 소똥 치우러 가기도 하고.

하루 일을 거의 끝낸 사람도 있지만, 집에 가서 저녁 밥 먹고 또 와서 만든다. 그렇게 겨울밤이 깊어 가고. 그러다가 밤에 눈이라도 올라치면, 눈 오는 하얀 밤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복조리는 그렇게 만들어져 간다. 만드는 게 신이 나고 이야기 하는 게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시계를 쳐다보면 11시. 어떤 때는 12시. 그렇게 신대마을 복조리는 만들어진다.

"웃으며 행복한 마음으로 만드니 바로 복조리가 되겠지

잠시 그들의 신나는 이야기를 엿 들어 보자.

"아. 이 마을에 시집오면 안 하고 못 배기지. 호호호호"
"왜요. 누가 만들라고 눈치 주나요?"
"그게 아니고 다들 복조리 만들어 돈 버는데, 혼자 안 하고 배기나."

여기저기서 "맞아. 그 말이 맞구먼" 이구동성이 나오고.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스테레오 웃음이 터지고. 그 여세를 몰아 옆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아 글쎄 시집온 새댁이 소똥을 치웠다 잖어. 아이고 이쁜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니 웃음보가 다시 터진다.

"여자 일 남자 일이 어딨어"라고 응수하는 한 할머니를 향해 또 한 번 "아, 그렁께 소똥 치울 때 '여자가 소똥을 치우다니 아이고 이쁜 거'라고 하는 거 아녀유"라고 하니, 일하시던 분들이 일을 차마 계속하지 못할 정도로 자지러지게 웃어 제낀다.

좀처럼 웃지 않던 변재숙(76) 할머니도 이번엔 영락없이 웃는다. 이 할머니는 이 마을에 시집오면서부터 시어른들에게 복조리 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5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 최장수 복조리 기술자이다.

한 할머니가 집에서 누룽지를 박박 긁어서 가져오니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는 겨?"라고 하는 소리에 서로들 또 한바탕 웃음이 터지고. "오메 고것 참. 보기보다 맛있는데"라고 이야기 하니 먹으면서도 웃음은 그칠 줄 모른다.

하여튼 내가 봐선 별 이야기가 아닌데도 그렇게들 재미있으신가 보다. 비디오로 촬영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신나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재미있는 오후다.

▲ 마을공동작업장에서 유일한 청일점 박정수씨가 복조리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 송상호
마을 공동 작업장 청일점 아저씨

"마을에 대나무 밭이 있어요. 1년생 대나무를 베어다 4쪽으로 내어 그늘에서 말리지요. 햇볕에서 말리면 색깔이 누렇게 뜨니까 그늘에서 말려요. 말리는 데는 한 3일 정도 소요되고요."

서울에서 살다가 3년 전에 귀향한 박정수(58)씨 말이다. 그는 7대째 이 마을에 사는 토박이로서 복조리 작업장 바로 옆에 전통 한옥을 지어 마을의 운치를 더해주는 공로자이기도 하다.

이날 작업장 내에서 유일한 청일점인 그는 나의 질문에 대답해주랴 복조리 만들랴 바쁘면서도 연신 신나는 얼굴이다. 그의 아내도 바로 옆에서 같이 만드니 더욱 그런 듯하다. 이렇듯 웃음과 사랑과 행복을 섞어서 만드니 복조리가 아니 될 수 있으랴.

복조리 체험학습 신청하세요

"전국에서 생산되는 복조리 중 최고로 정평이 나있는 우리 마을 복조리는 칠장사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1년생 대나무만을 사용해 만들고 있어 모양이 견고하고 섬세한 게 장점이죠. 특별한 사이즈도 주문 받아서 제작하고 있어요."

이 마을 복조리 제조 책임자인 박성수 회장의 말이다. 박 회장은 "40명 미만이면 체험 학습도 가능하죠. 관광버스로 와서 체험을 하고 가곤 해요. 복조리를 주문하시거나 체험하시려면 제 휴대폰으로 연락주세요"라고 말하는 그는 "옛날엔 조리가 쌀을 일게 하는데 썼는데 요즘은 차량과 가정 실내의 장식용으로 거의 사용되고 있어요"라며 시민들의 많은 방문과 주문을 당부했다.

▲ 복조리는 이렇게 생겼어요.
ⓒ 송상호
하여튼 그들에게 있어서 복조리 작업장은 단순한 작업장이 아니다. 옛날 빨래터에서나 이루어졌던 마을 소식통, 마을 사람들의 정과 웃음을 주고받는 마을사랑방, 마을의 수익을 창출하는 효자방 등이다. 400년 전통의 신대마을의 생명을 면면히 이어주는 마을의 중심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나만의 여행지 공모.
* 신대마을은 천년 사찰 칠장사 인근에 있으며, 칠현산(임꺽정 촬영지)도 함께 있어 관광하기가 좋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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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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