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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토요일) 신원사 가는 길에 들린 금용암이란 암자에서 시래기 말리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언제, 어디서 마주치던 간에 시래기 말리는 풍경은 제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곤 합니다.
가을에 무를 뽑고 난 뒤 밭고랑에 그냥 버려질 수도 있었던 무청들. 그러나 시래기는 사람이 시래기를 엮는데 들인 시간과 노동에다 자연의 힘이 보태져서 마침내 우리네 식탁에서 맛 좋고 영양가 많은 먹을거리로 다시 태어납니다.
처마 끝에서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겨울을 나는 시래기를 바라볼 적마다 새삼스럽게 먹고 사는 일의 엄중함을 일깨워주곤 합니다.
시래기국, 시래기죽 그리고 각종 시래기 지짐들…. 어릴 적엔 겨울 한철을 줄창 시래기만 먹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물리도록 시래기를 먹고 살았지만 이상하게 물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따금 시래기국을 끓여 먹지만 입맛이 변했는지, 그때보다 배가 덜 고픈 탓인지 그때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습니다.
시래기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의 차이 혹은 경계를. 시래기는 우리 삶에서 진정한 고갱이는 무엇이며, 고갱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를 곱씹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