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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자

4월 7일(토요일) 신원사 가는 길에 들린 금용암이란 암자에서 시래기 말리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언제, 어디서 마주치던 간에 시래기 말리는 풍경은 제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곤 합니다.

가을에 무를 뽑고 난 뒤 밭고랑에 그냥 버려질 수도 있었던 무청들. 그러나 시래기는 사람이 시래기를 엮는데 들인 시간과 노동에다 자연의 힘이 보태져서 마침내 우리네 식탁에서 맛 좋고 영양가 많은 먹을거리로 다시 태어납니다.

처마 끝에서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겨울을 나는 시래기를 바라볼 적마다 새삼스럽게 먹고 사는 일의 엄중함을 일깨워주곤 합니다.

ⓒ 김유자

시래기국, 시래기죽 그리고 각종 시래기 지짐들…. 어릴 적엔 겨울 한철을 줄창 시래기만 먹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물리도록 시래기를 먹고 살았지만 이상하게 물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따금 시래기국을 끓여 먹지만 입맛이 변했는지, 그때보다 배가 덜 고픈 탓인지 그때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습니다.

시래기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의 차이 혹은 경계를. 시래기는 우리 삶에서 진정한 고갱이는 무엇이며, 고갱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를 곱씹게 합니다.

ⓒ 김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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