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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사진가의 눈을 통해 본 한국 1904>
ⓒ 교보문고
호주 사진가 조지 로스가 찍어 놓은 사진들을 매개로 1904년으로 돌아가 본다. 그 당시의 서울을 비롯하여 서울 근교, 제물포, 부산, 평양, 진남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의 이른 아침 시장 풍경, 제각각 지게에다 무며 배추를 실었다. 상인들이다. 뒤쪽에는 남대문이 보인다. 앞에 한 남자는 무엇을 보려 하는 것인지 가액(加額)을 한다. 무엇을 파는 것인지는 몰라도 멜빵 한 아이도 보인다. 두리번거리는 듯하다.

북적대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장날 풍경의 사진, 활기가 넘친다. 앞모습, 뒷모습, 옆모습 가만히 살펴보면 표정들, 몸짓들이 각양각색이다. 사진을 읽는 맛은 한 사람 한 사람 유심히 뜯어보는 것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로스가 적어놓은 내용을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집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매주 열리는 장날만큼은 예외다. 이때에는 여성들도 관습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터를 찾는다. 그러나 지체 높은 여성은 이런 날에도 역시 집에 있어야 한다. 이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평민 계층이었을 것이다."

서울 성벽에서 바라본 풍경을 담고 있는 사진이 있다. 아이들이 성벽 위에 올라서 있다. 이 성벽을 따라가면 남대문이 나온다고 한다. 성벽 좌우의 길로 지게를 진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 아래쪽을 보면 위험하게도 12미터 성벽을 오르는 사람이 보인다.

서울의 번화가 풍경을 본다. '남대문로에서 동북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으로 남대문에서 시작해 남대문시장을 지나 명동과 종로1가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사진을 통해 1904년 서울의 일상을 볼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오른쪽 앞에 가마가 지나간다. 하녀가 뒤따라가고 짐을 진 하인이 뒤따라간다. 그리고 몇 마리 소들이 땔감용 솔가지를 운반 중이다. 물지게를 지고 오는 사람도 작게 보인다. 앞쪽과 선로 쪽에 군인 혹은 경찰관이 보이고 길거리를 따라 노점들이 늘어섰다. 사진 뒤쪽으로부터 전차가 오고 있고 전차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신주도 서 있다. 우측 어느 집 문 앞에는 인력거도 보인다.

도시의 문 위에서 내려다본 서울 모습, 로스가 동대문에 올라 서울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동쪽을 바라보며 촬영한 것이다. 사대문과 성벽 밖에 자리한 집들을 찍었다. 그가 적어놓기를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는 22만 명에 이르며 그 중 7만5천 명, 즉 도시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성벽 밖에 살고 있다"고 전한다.

서울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당시의 우리네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을 통해 흰색의 긴 두루마기, 바지, 버선, 짚신 등 한국 남성의 복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마을과 관련한 인물 사진이 한 장 더 있어서 살펴본다. 이번에는 저마다 다른 옷차림이다. 나이 지긋한 노인은 지팡이와 담뱃대를 들고 한가운데 서 있고,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은 고깔 모양의 모자를 썼는데 이는 비가 올 때 갓을 보호하기 위해 썼던, 기름 먹인 종이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우리 복장에서의 '모자'에 대한 한 외국인인 그의 시각을 옮겨보자.

"한국에서는 모자가 이상하고 특이할수록 그 모자를 쓴 사람의 자부심이 높아지는가 보다. 지위가 높고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일수록 모자가 더욱 화려해지고 옷은 더욱 헐렁해지는 듯하다. 한국의 고관대작들은 아내와 가족을 자신의 모자 아래에서 보살핀다고 하는데, 이 모자가 어떻게 사나운 비바람을 견뎌 낼 수 있는지, 풀기 힘든 수수께끼다." (72쪽)

서울의 농부들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럿이 가래질하는 모습, 또 한 편에서는 모내기하는 모습이다. 한강 마포 풍경을 볼 수 있고 어부들과 나룻배며 여성들이 빨래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평양 대동강을 담고 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진에는 모란대와 부벽루가 담겨 있다. 사진 속에는 사공이 나룻배의 노를 저어 강을 건너고 있다. 앞쪽에는 전금문이 보이는데, 배가 닿는 강변으로 향하려면 이 문을 통해야 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대동강 강둑의 삶의 풍경, 평양의 좁고 붐비는 거리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커다란 바구니를 햇빛가리개로 쓴 여성의 모습이 있어 관심을 끈다. 생소하기는 하지만 그 당시 이런 차림은 우리나라 북쪽에서 널리 퍼진 관습이었다고 한다. 이를 보고 로스가 남긴 글을 읽어보자.

"한국 여성들의 치마는 겨드랑이 아래로 끈을 조여 매게 되어 있다. 허리아래쪽으로 라인을 강조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서양 여성들과는 구분이 되는 차림이다. 지체 높은 여성들은 거리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여름이면 대나무 가지로 만든 커다란 바구니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126쪽)

구본창은 추천글에서 "헐벗고 검게 그을린 먼 옛날 우리 선조들의 모습, 그리고 너무도 평화로워 보이는 소나무와 초가집, 그와는 대조적으로 주변 강대국의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여 주듯 하나 둘씩 늘어나는 일본인들의 간판들을 보며,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이 사진들은 바로 100여 년 전 우리의 모습이다.

덧붙이는 글 | * 사진: 조지 로스 / 펴낸날: 2004년 3월 5일 / 펴낸곳: 교보문고(주) | 호한재단


호주 사진가의 눈을 통해 본 한국 1904

조지 로스 지음, 교보문고(교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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