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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루(雨花樓)와 적묵당 벽체로 자연스레 이루어진 골목통로로 안마당이 빼꼼이 보인다.
우화루(雨花樓)와 적묵당 벽체로 자연스레 이루어진 골목통로로 안마당이 빼꼼이 보인다. ⓒ 이덕은
이런 마당의 속성은 당연히 세속적인 냄새를 풍기게 마련인데 이런 아늑한 마당을 가지고 있는 작은 절이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불명산 자락에 있다.

절이라기 보다는 절간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릴 것 같은 화암사는 불명산 작은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깊은 산은 아니지만,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아니고 계곡은 건천이라고 믿어지지만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많이 내리면 꼼짝없이 고립될 것 같은 지형조건을 가지고 있다.

작은 계곡은 건천으로 짐작되지만 수많은 작은 폭포와 오솔길로 이루어져 있어 상쾌한 산책을 보장한다.
작은 계곡은 건천으로 짐작되지만 수많은 작은 폭포와 오솔길로 이루어져 있어 상쾌한 산책을 보장한다. ⓒ 이덕은
그러나 절로 가는 오솔길은 수많은 작은 폭포와 울창한 나무들로 싸여 있어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갈 때는 이미 완주 송광사에서 보물찾기놀이를 하고 난 후라, 혹 화암사를 찾았을 때 그런 기분이 깨지지나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송광사와는 다른 마치 소쇄원 정원을 걸어 올라 가는 듯한 오솔길과 맑은 물 시골집에 온듯한 살림집 같은 절간 그리고 집으로 포근히 감싸여진 네모난 작은 마당은 송광사와는 다른 만족감을 주었다.

용머리가 장식된 하앙. 뒷편의 용꼬리와 더불어 법당이 중생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을 상징한다 한다
용머리가 장식된 하앙. 뒷편의 용꼬리와 더불어 법당이 중생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을 상징한다 한다 ⓒ 이덕은
화암사를 찾게 된 동기는 마지막 남은 백제 하앙식 건축 양식을 보러 간 것이었는데 그런 목적은 계단을 올라 위 아래로 휘어진 다감한 월방(月枋)을 가진 작은 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담박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대문에 적어 놓은 어눌하지만 꼼꼼하게 작은 글씨의 <화암사 대문 시주기>, 건물 흙벽으로 자연스레 이루어진 골목통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결이 들어 난 기둥과 문틀, 할아버지의 기품이 풍겨 나오는듯한 낡았지만 힘찬 글씨의 편액, 단청이라고는 구경해본 적도 없는 듯한 꾸미지 않은 우화루의 목어, 우화루 마루 한켠에 단정히 정리되어 쌓여 있는 가재도구…. 그런 편안함 때문인지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은 적묵당 툇마루에 먹을 것을 풀어 놓고 펑퍼짐하게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화암사 대문 시주기> 대문에 어눌하지만 정성스레 빼꼭하게 명단을 적어 놓아 세속과의 끈끈한 관계를 보는 것 같아 미소짖게 만든다.
<화암사 대문 시주기> 대문에 어눌하지만 정성스레 빼꼭하게 명단을 적어 놓아 세속과의 끈끈한 관계를 보는 것 같아 미소짖게 만든다. ⓒ 이덕은
우화루는 강당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절의 규모로 보아 다른 용도로 쓰일 것 같고 오히려 그런 면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마루는 안마당과 거의 차이가 없어 마당의 연장선처럼 여겨진다.

찾게 된 주목적이었던 극락전 하앙(下昻ㅡ, 서까래가 처지는 것을 막는 지붕구조)은 전면부에서 용머리 형태를 후면에서 용꼬리 형태를 취하고 있어 허균(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의 설명대로 법당 전면의 용머리는 船首, 용꼬리는 船尾가 된다. 이는 부처님을 모시고 중생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을 상징한다 했는데 불명산(佛明山)에서 떠나는 반야용선, 극락전이라…. 정말 그럴 듯하다!

법당 내부는 법회가 진행 중이라 자세히 살피기 힘들었으나 어둠 속에서 송광사에서 본 것처럼 날아다니는 주악비천상(奏樂飛天像) 목조각이 연꽃봉오리와 함께 보여 깨달음의 희열 속에 운항하는 반야용선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오래 전에 마곡사에서 이렇게 소박하고 무서운 얼굴을 하지 않은 목어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 다시 찾았을 때 없어서 서운했었는데 마치 그 목어가 환생한 것 같아 반가웠다.
오래 전에 마곡사에서 이렇게 소박하고 무서운 얼굴을 하지 않은 목어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 다시 찾았을 때 없어서 서운했었는데 마치 그 목어가 환생한 것 같아 반가웠다. ⓒ 이덕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건물과 구조…. 지리산 화엄사 보제루와 개심사 법당 배치구조가 언뜻 떠오르지만 이렇게 마음이 편하고 아담한 절을 우리 곁에 두고 있다는 뿌듯함을 안고 절문을 나선다.

덧붙이는 글 | 닥다리즈포토갤러리(http://yonseidc.com/index_2007.htm)를 보시면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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