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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위로 아래로 왔다 갔다 하면서 사진을 찍자, 산책하시던 할아버지가 "거긴 꽃도 안 피었는데 뭘 그렇게 찍는 거유?" 한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새싹이 너무 예뻐요" 할아버지도 한동안 서서 그 어린 것들을 쳐다본다. 할아버지도 새싹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셨을까?
그런가 하면 내가 사진을 찍고 있자, 지나던 중년의 여인이 저것은 쥐똥나무, 섬기린초, 노루오줌, 하면서 알려주는 사람도 만났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잘 알게 될는지.
찍을 때는 알 것 같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만다. 하늘을 향해서 쭉쭉 올라온 배꽃 봉오리들이 파란 하늘과 아주 잘 어울린다. 마치 합창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벚꽃도 이제 요만큼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다른 곳은 다 피라지. 조금 늦게, 조금 천천히 피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하얀 목련이 곧 속살을 보여 줄 것 같다. 그런 하얀 목련이 피면 불을 밝힌 것처럼 공원이 환해지겠지. 목련이 지고 나면 벚꽃이 피고, 섬기린초, 노루오줌 등 제 차례들을 소리없이 지키며 꽃을 피게 되겠지.
난 이래서 이 공원을 좋아하고 자주 오고 있다. 마음이 좋을 때 오면 더 좋고, 우울할 때와도 많은 위로를 받곤 한다. 앞으로도 난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이 공원을 자주 오게 될 것이다. 공원은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