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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500원, 두부500원, 시금치 500원, 버섯500원 합이 2000원
콩나물500원, 두부500원, 시금치 500원, 버섯500원 합이 2000원 ⓒ 정현순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동네에서 가까운 곳으로 장을 보러 갔다. '개업'이라고 써놓은 집 앞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누군가가 "두부는 얼마예요?" 하고 묻는다.

"네 두부도 500원입니다. 오늘은 여기 있는 거 모두 500원씩 팝니다."

시금치 500원, 느타리버섯 한 상자에 500원, 콩나물도 500원어치 샀다. 나도 500원씩 판다는 물건들을 4가지를 샀지만 2000원이었다. 푸짐했다.

동태1000원
동태1000원 ⓒ 정현순
요즘 만원 짜리 한 장 들고 시장에 가도 장바구니가 헐렁하다. 마침 그 집이 개업기념으로 며칠 동안 세일을 한다고 했다. 난 '그럼 오늘 저녁 밥상은 3000원 가지고 한번 차려볼까?' 하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채소들을 500원어치씩 샀다.

채소만 사다 보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집은 생선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집에서 필요한 것을 산 후 생선 파는 집으로 갔다.

그러나 1000원 주고 살만한 생선은 어디에도 없었다. 세 번째 집에도 없으면 포기하려고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그 집에 생선 가격을 써놓은 것을 보니 동태 한 마리에 1000원이란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한 마리 달라고 했다. 꼭 3000원으로 장을 봐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3000원어치가 이렇게 많다니.

콩나물을 삶아, 파, 마늘, 고추가루, 등 양념
콩나물을 삶아, 파, 마늘, 고추가루, 등 양념 ⓒ 정현순
쌀뜨물을 받아 된장을 풀고 두부를 넣고 끓인다
쌀뜨물을 받아 된장을 풀고 두부를 넣고 끓인다 ⓒ 정현순
우선 콩나물을 씻어서 위에 소금을 뿌리고 가스불에 올려놨다. 쌀뜨물은 그 전날 받아 놓은 것에 된장과 멸치를 넣고 끓였다. 두부의 2/3는 부쳐서 양념장해서 졸이고 1/3 정도는 된장찌개를 준비했다.

마침 집에는 먹다 남은 무가 있어서 잘게 썰어 된장찌개에 넣었다. 무가 들어가면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맛을 낸다. 양파도 조금 넣었다.

버섯도 삶아서 파,마늘. 후추,등을 넣고 볶는다
버섯도 삶아서 파,마늘. 후추,등을 넣고 볶는다 ⓒ 정현순
양념 고추장에 시금치를 넣고 무친다
양념 고추장에 시금치를 넣고 무친다 ⓒ 정현순
버섯도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소금, 후추, 파, 마늘, 깨소금 등을 넣고 살짝 볶아준다. 버섯은 한번 데쳐낸 것이므로 오랫동안 볶으면 질겨질 수가 있다. 동태도 간장에 고추장, 고춧가루, 후추, 파, 마늘, 양파 등을 넣고 졸여준다. 칼로리도 낳아 나는 이 방법을 많이 쓰고 있다.

이번에는 시금치를 고추장 양념에 넣고 무치기로 했다. 고추장에 설탕 약간, 깨소금, 참기름, 파, 마늘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준다. 고추장에 무치면 새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두부와 김장김치
두부와 김장김치 ⓒ 정현순
3000원으로 차린 밥상
3000원으로 차린 밥상 ⓒ 정현순
아직 집에 남아 있는 김장김치를 썰어 놓으면 밥상 차릴 준비는 모두 끝났다. 접시에 조금씩 담아서 상을 차려봤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가운데에 놓고 주변에 반찬을 담은 접시를 놓았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인 두부와 콩나물, 비타민D가 들어 있는 느타리 버섯, 단백질이 많은 시금치와 동태. 그런대로 균형이 맞는 밥상인 듯하다.

물가가 워낙 비싸서 시장 가기가 겁이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횡재로 식탁을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차려진 밥상을 보니깐 발품을 판 것만큼 보람도 있었다. 이만하면 남편의 입에서 "우리 집은 토끼만 사나 보네" 하는 소리는 안 나올 것 같다. 남편과 나, 둘이서 두 끼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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