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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교수를 초청한 6·15공동선언실천서울북부본부 회원들은 김 교수가 예상하는 변화들에 관심을 보였다.
김민웅 교수를 초청한 6·15공동선언실천서울북부본부 회원들은 김 교수가 예상하는 변화들에 관심을 보였다. ⓒ 뉴스앤조이 주재일
'전쟁 국가 미국의 제국 수호 메커니즘'을 분석해온 김민웅 교수(성공회대)가 2·13합의 이후 한반도의 평화를 낙관했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24일 6·15공동선언실천서울북부본부 초청 강연회에서 한반도 질서 재편은 돌이키기 어려운 방향으로 들어섰다며, 한반도의 기본질서가 기존의 (준)전쟁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조율과정을 거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북한이 미국에게 항구나 경제특구를 제공하는 등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6자회담에서 도출한 9·19합의와 이번 2·13합의가 내용 면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서도 2·13합의가 국제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9·19합의는 당장 처리해야 하는 북핵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나왔다면, 2·13합의는 평화체제 건설에 방점을 두었다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9·19합의는 북한 핵문제를 우선 다루고 이후에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평화 구축을 논의한다는 입장에서 논의되었다. 북한 핵문제가 최우선 과제였다. 반면 올해 2·13합의는 50년 묵은 북한과 미국의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북핵문제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양국의 관계개선 절차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예상하지 못한 복병이 있다 해도 관련 당사국들이 서로 후퇴하기 어려운 외교적 성과를 냈다는 차원에서 '역주행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고 못 박았다.

미국, 군대 대신 자본으로 한반도 지배할 계획

김 교수는 평화의 시대가 근본적이고 급격하게 온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미국 부시 정권의 전략 변화를 우선 제시했다. 미국은 군사력과 자본력이라는 두 개의 무기로 세계를 지배해왔다. 정권에 따라 자본력을 더 앞세우기도 하고 군사력을 더 앞세우기도 했다. 부시 정권은 후자를 택했다.

부시 정부는 3년 전 이라크전쟁을 일으키며 두 곳에서 전쟁을 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고 세계에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이라크에서 심각한 실패를 맛보며 국내 입지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어 북한과 대치를 심화해 군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김 교수는 "중동 전선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부시 정부가)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북한 문제에 아무런 외교적 진전도 없고 군사적 조처도 선택할 수 없게 된다면,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만들어준 책임을 지게 된다"며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시 정부의 딜레마를 지적했다. 결국 부시 정부는 군사력 우선 전략에서 과거 클린턴 정부의 기조였던 자본력을 앞세운 한반도 지배 전략으로 돌아간 셈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FTA 협상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지배하기 어렵게 되자 석유법을 통과시켜 이라크에서 빼낼 수 있는 경제적 이권을 챙겼고, 한반도에서도 평화체제가 정착하기 전 경제적인 지배제체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FTA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에는 부시 정부의 중국 포위 전략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북한을 적대적 존재로 고립시켜 중국에 가깝게 만들기보다 자신의 입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도 담겨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2·13합의를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2·13합의를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 뉴스앤조이 주재일
북한, 미국의 한반도 군사적 패권 용인

핵을 개발해 동북아시아에 긴장을 고조시킨 북한도 평화체제를 간절히 원했다는 점도 김 교수가 한반도의 평화시대를 예견하는 중요한 근거다. 핵을 무장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달리 북한은 체제의 안전만 보장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끊임없이 천명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기존의 적대관계 청산의 실천적 의지와 자세가 있기만 하다면 북핵문제는 순식간에 해결될 사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핵 폐기는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인가의 사안"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켜 체제부담을 덜고 세계 경제와 국제적 인연을 심화해 생존의 새로운 발전단계를 밟아야 하는 처지다. 북한이 미국에게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고 꾸준히 제안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북은 물론 남한까지도 평화협정을 원했지만 그동안 미국은 들어주지 않았다.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미국의 군사적 퇴각을 의미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 때문이다.

그럼 이번에 미국이 평화체제로 가는 데 동의한 것을 뭘 의미할까. 김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모종의 합의를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한반도에서 군사적 패권을 용인했기에 2·13합의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북한은 한반도 평화의 선결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외쳤는데 최근 북한의 언론들이 침묵하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복병 한미FTA를 조심하라

장기적으로 보면 평화체제가 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한미FTA라는 복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반도의 평화가 경제적인 종속을 대가로 조성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FTA라는 양 날개를 통해 패권적 지위를 확립하는 즈음에 북한까지 이 체제에 통합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보수 일각에서 FTA 체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을 비판하면서 FTA가 체결되면 우리 정부가 전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미국의 자본이 한국 사회를 장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경제가 미국에 종속된 상황에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이 상실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 그래서 김 교수는 통일운동과 한미FTA 반대운동이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한반도의 평화체제 건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남과 북 사이에 미해결 사안의 논의를 촉구하고 냉전 이념을 제기하는 세력에게 반격을 가해야 하며, 어떤 평화체제를 건설한 것 인지와 인적·물적·문화적 교류를 대폭 확대할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물론 통일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FTA에 대한 반대운동도 펼쳐, 미국이 동북아시아 체제 변화의 과정에서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려는 근거를 소멸하는 노력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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