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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대웅전 앞에 핀 수선화
선운사 대웅전 앞에 핀 수선화 ⓒ 서종규

지난 번 '선운산 동백이 피다가 멈추었네'라는 기사에 붙여진 댓글입니다. 모두 만개한 선운사 동백을 보지 못하였다는 아쉬움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삼월에 가면 사월에 핀다고 하고, 사월에 가면 오월에 핀다고 하고, 오월에 가면 유월에 핀다고 하고, 유월에 가면 이미 다 졌다는 것이지요.

이 한편의 시 때문에 몇 번의 봄을 선운사 가는 길에 소모하였소. 오월에 가면 유월에 핀다고 하고 유월에 가면 오월에 핀다 하고. 일러도 피지 않고 늦어도 피지 않고 언제나 잎만 무성하더이다. 선운사 동백은 마음에만 피는 꽃인가 싶소. 한편 때문에 몇 번의 봄을 선운사로 발품을 팔고도 결코 선운사 동백은 한 번도 서정주 시처럼 아름다운 적이 없었소. - '돌돌이(teapot)'

지난 토요일에 선운사 갔다가 꽃은 얼었고 비바람 불어 도솔암도 못 올라가고.... 내 생에 4번 째 선운사 여행인데 아직 한 번도 만개한 동백꽃을 본적이 없으니... - 'kijmam(kijmam)'


선운사 동백꽃 한송이
선운사 동백꽃 한송이 ⓒ 서종규
선운사 동백꽃
선운사 동백꽃 ⓒ 서종규
3월 25일 오후 아내와 함께 2주 만에 다시 선운사를 찾았습니다. 지난 번 꽃샘추위로 피다가 멈추어버린 동백꽃을 보려고 말입니다. 3월에 가면 4월에 핀다는 말이 생생한데 헛걸음하는 셈치고 다시 달려갔습니다.

선운사 대웅전 뒤에 가득한 동백나무에 붉은 꽃들은 지난 번 보다 더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족할만하게 만개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사월을 기약해야하는지도 모릅니다. 사월에 찾으면 만개한 동백꽃을 보고 만족할까 궁금하여집니다.

아마도 만족할 정도로 만개한 동백꽃을 영영 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꽃망울들이 활짝 핀다고 해도 우리의 상상 속에 있는 온통 붉디붉은 동백꽃 천지는 아닐 것입니다.

선운사 법당 앞 돌담 앞에 핀 수선화
선운사 법당 앞 돌담 앞에 핀 수선화 ⓒ 서종규
동백나무는 사철 푸른 잎으로 가득하지요. 따라서 꽃보다 푸른 잎이 더 많은 나무거든요. 아무리 많은 꽃들이 피어난다 하더라도 이 꽃들은 푸른 잎과 어우러져 있어서 나무를 가득 감싸는 동백꽃을 상상하는 것은 무리인 것이지요. 그래서 선운사 동백이 지난 번 보았을 때 보다 더 많이 피어있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지요.

피어있는 동백꽃을 마음껏 마음에 담아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오는 데 환하게 차오르는 것이 있었어요. 아! 법당 앞에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어서 마음을 가득 사로잡는 그 환한 꽃을 본 순간 갑자기 긴장되어 살며시 떨립니다.

선운사 영산전 앞에 핀 수선화
선운사 영산전 앞에 핀 수선화 ⓒ 서종규
선운사 영산전 앞에 핀 수선화
선운사 영산전 앞에 핀 수선화 ⓒ 서종규
수선화! 수선화를 가지런하게 정돈된 화단에서 보았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랬나요? 수선화 하면 조그마한 화분에 노랗게 피는 몇 송이가 떠오르곤 하던 것이지요. 전하여준 꽃말처럼 자신을 사랑하다가 꽃이 되었다는 그 가냘픈 수선화 말입니다.

그 노란 꽃잎이 눈앞에 어른거리니 조금 실망하면서 내려오던 발걸음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선운사 대웅전 앞에서 영산전으로 이어지는 화단 가득 수선화의 파란 잎들이 솟아나 있고, 그 파란 잎들 사이에 우뚝 솟은 노란 물결이 살랑살랑 일고 있었다니까요.

선운사 영산전 앞에 핀 수선화
선운사 영산전 앞에 핀 수선화 ⓒ 서종규
사실 선운사는 서럽도록 그리운 동백꽃이 가장 유명하지만 또 유명한 꽃이 있지요. 바로 가을에 피는 꽃무릇입니다. 선운사 입구에서 도솔암으로 이어지는 길에 가득 붉디붉게 피어나는 꽃이 바로 꽃무릇이지요.

이 꽃무릇은 가을에 꽃대만 솟아올라 붉게 피어나지요. 무리지어 피어나는 이 꽃으로 사방은 가득 붉은 꽃 천지로 변합니다. 꽃이 피었다가 진 뒤에 파란 잎이 솟아나와 겨울 내내 푸른빛을 띠며 눈보라에도 싱싱하게 서 있답니다. 보리처럼 여름에 되면 잎도 시들어 버립니다.

선운사 법당 앞에 있는 수선화잎
선운사 법당 앞에 있는 수선화잎 ⓒ 서종규
사람들은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꽃이라고 하여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가을이면 이 꽃무릇이 선운사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답니다. 그러니 봄에는 선운사 동백꽃, 가을에는 꽃무릇이 가득하니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그 우람한 바위들이며 나무들이 가득하여 사철 아름다운 선운산을 찾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꽃으로 유명한 선운사인데, 대웅전 앞에서 영산전으로 이어진 화단에 노란 수선화가 가득 피어나고 있으니 신기하지 않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수선화를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답니다. 일부러 카메라를 가지고 찾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카메라 폰을 들고 수선화를 찍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답니다.

선운사 법당 앞에 핀 수선화
선운사 법당 앞에 핀 수선화 ⓒ 서종규

오랫동안 수선화를 찍다가 시간을 내어 도솔암 앞에 우뚝 솟은 천마봉에 오르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천마봉으로 오르는 길에서 <오마이뉴스> 상근 기자를 만났답니다. 세상에 그런 만남도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뜻밖에 만남이었답니다. 우리는 오르는 길이었고, 그는 내려오는 길이었지요.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크게 외쳤답니다.

반가운 몇 마디 주고받고 헤어져버린 아쉬운 마음이 천마봉에 오르는 내내 가득했습니다. 다시 뛰어 내려가서 막걸리 집에 들러 막걸리라도 한 잔 마시며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헤어져 버렸다는 후회가 가득하였지요. 세상에 그런 만남이 또 어디에 있었겠어요.

그래서 이 노랑꽃을 그 기자께 보내드립니다. 늘 자신을 사랑하여 고고하게 스스로 높아졌던 수선화입니다. 세상을 한층 밝게 만드는 꽃이지요. 그리고 언제나 그 순수한 노랑꽃잎을 파란 하늘에 가득 드리우는 꽃이지요. 그래서 수선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꽃입니다.

선운사 영산전 앞에 핀 수선화
선운사 영산전 앞에 핀 수선화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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