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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평택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이은우 평택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 박지훈
-마지막 촛불집회를 맞아 어떤 생각이 드나.
이은우 위원장(이하 이은우): "오늘 지인들에게 '세상이 흠뻑 젖어 있다'고 문자를 보냈다.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방승률씨(이하 방승률): "우리가 처음 (촛불집회)를 시작할 때 이렇게 길게 할 줄 예상도 못했지. 갈수록 심해지는 공권력 탄압으로 주민들이 더 강해진 거야. 935일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주민과 대추리를 사랑하는 이들의 힘이 컸지만 이런 부분도 있다고 봐.

참으로 꿈같은 세월이여. 고통을 다 겪고 견뎌왔으니 말이여. 한편으로 우리 스스로도 대견하고 놀랐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맞는 소리야. 이렇게 계속 짓밟히다 보니까 내 삶의 의욕도 더 강해지더라구."

-기억에 남는 집회가 있는가.
이은우: "모든 촛불행사가 소중했다. 그러나 특히 트랙터 시위 행진을 마치고 오는 날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또 1주년, 500일 행사들도 기억에 남는다."

방승률: "2006년 5월 4일. 경찰이 우리 부락을 전부 포위해서 포크레인까지 밀고 들어와 학교 때려부실 적이 기억나. 그땐 정말 암담했지. 왜냐면 우리 자식들 공부시키려고 세운 학교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니까 그 심정이야 말할 것도 없지. 그래도 우리는 그날 저녁 촛불을 켰어."

-집회를 준비하거나 참석하며 기뻤던 점과 슬펐던 점을 꼽는다면.
이은우: "935일 동안 주민들과 여러 단체들이 계속 촛불을 켜왔던 과정 자체가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이제 촛불이 꺼진다는 현실과 (삶의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으로 가는 것이 슬프다."

방승률: "공권력의 온갖 협박에도 주민들이 한마음이 되겠다고 한자리에 모인 것이 제일 기뻤지. 반면 2006년 말까지 100여 가구가 살았지만 협박에 못 이겨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 참담했지."

-대추리가 한국 사회 던진 화두는 무었이며 의미는 어떤 것인가.
이은우: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수많은 폭력과 야만성에 대해 대추리 주민들은 온몸으로 저항해 평화를 향한 염원을 보여줬다. 국민 동의 없이 이뤄지는 것들에 대해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교훈과 각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곳에서 대추리와 같은 아픔은 이어질 것이다."

대추리 주민 방승률씨.
대추리 주민 방승률씨. ⓒ 박지훈
방승률: "평화지.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외부에 있는 분들이 이런 실정을 아직도 잘 몰라. 평화를 왜 부르짖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아.

평화에 대한 부르짖음이 멈추면 한국전쟁을 또 겪어야되는 것 아니겠어. 이런걸 모르고 자신의 일이 아니니까 모른척하고 도외시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이제 다시 대추리 촛불은 볼 수 없는 것인가.
이은우: "주민들이 켜는 촛불은 오늘로써 끝이다. 촛불은 전쟁 반대와 평화를 염원했다. 또 다른 한편으론 평화를 위해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함께한 삶을 추구했다. 그 운동과 열망을 다른 형태로 지역과 전국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대추리 촛불이 아니라는 것 빼고는 지금 말했던 정신이나 마음들은 되살아날 것이다."

방승률: "그렇지. 그런데 우리 마음속에 언젠가 다시 켜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 이걸로 끝은 아니라고 봐."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은우: "대추리 주민의 고통은 한미동맹이라는 부분 속에서 일방적인 공세가 불러온 결과다. 국민들은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함께 해주지 못한 측면이 많다. 올바른 민주주의와 평화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면 한국사회가 어떻게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겠나.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평화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방승률: "우리가 외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후대들이 평화롭게 살 수 없어. 이걸 꼭 기억해 두라는 부탁을 하고 싶어. 또, 언론도 국민을 깨우치는데 앞장서야지 정부 눈치 보고 있던 일도 없던 일로 만들어 국민 눈과 귀를 막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이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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