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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비덜프의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의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 (주)북섬
일하는 엄마와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질투어린 부러움이 있다. 일하는 엄마들은 전업주부인 엄마들이 아이를 보살피는 것을 보면서 제대로 못해주는 아이에게 늘 죄인이 되고, 전업주부인 엄마들은 시대에 뒤처져 '집사람'이 되는 것 같아 워킹맘들을 부러워한다.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의 저자 스티브 비덜프는 시종일관 3가지 제도의 정착이 부모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급 육아휴가, 탄력적 근무제, 그리고 고용보장.'

아기를 낳고 키우는 동안 사회 전체가 부모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것. 스웨덴의 경우, 보육시설이 잘 갖추어진 나라로 꼽히지만, 지난 10년간 만3세 이하의 유아가 보육시설에 맡겨진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도록 정책이 뒷받침되면 엄마들은 자신의 승진이나 고소득을 잠시 미루더라도 아이에게 엄마의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

스웨덴의 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육아냐, 일이냐를 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엄마들에게 엄마로서의 권리와 책무 그리고 행복을 앗아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짊어질 아이들의 정서와 두뇌 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것을 고려하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있게 적어도 세 살까지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어릴수록 '엄마손'이 필요해

오랜 기간 보육시설의 문제점에 대해 조사해 온 지은이가 내린 결론은 아무리 좋은 시설과 전문가 집단이 있더라도 3살까지의 아기들에게는 '엄마표' 육아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도대체 뭘 원하는지 몰라서 허둥대던 초보엄마도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으면 아이의 표정과 울음소리에 따라 점점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물론 보육시설의 전문가들도 아이가 뭘 원하는지 잘 알겠지만 그곳에는 내 아이만 있는 게 아니라, 적게는 서너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의 아이들이 함께 지낸다는 게 문제다.

한꺼번에 아이들이 울어대는 신생아실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쉽게 이해할 것이다. 한정된 전문가의 손은 가장 크게 우는 아이를 먼저 수습할 테고, 얌전하고 수말스러운 내 아이는 제일 늦게 기저귀를 갈아주고 분유를 타줘도 되는 착한 아이가 되기 마련이다.

아이의 발달은 나이에 따라 순서대로 이루어진다. 갓 태어난 아기의 뇌는 감각으로 느끼는 일에 몰두하고, 생후 몇 달이 지나면서 감정이 발달한다. 안아주고, 웃어주고, 노래해 주면 아기들은 행복해한다. 의사소통이 원만히 이루어지기 전까지 아기들은 충분히 사랑받고, 넘치게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보육시설에 보내 사회성을 기르고, 학습 능력을 키우는 것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아이의 뇌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정서적인 분위기에 민감한데, 아기의 뇌 발달에 미치는 엄마의 영향을 강조한다. 육아와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많은 엄마들에게 책 속 한 단락을 들려주고 싶다.

아무도 진공상태에서 선택할 수는 없다. 사회적 압박, 경제적 필요, 가족과 친구들의 의견이나 기대 등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정부와 고용주가 경제적인 근거에 의해 내세우는 주장들과, 언론이 떠들어대는 바람직한 삶의 모습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합세하여 마치 세상에 다른 길이 없는 것처럼 우리의 생각을 몰아간다. 하지만 항상 다른 선택의 가능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수영을 할 때 강의 흐름을 안다면, 그 흐름을 따라 수영을 할 수도 있고, 그 흐름을 거스를 수도 있고, 강을 가로지를 수도 있고, 아예 이 강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며 수영을 그만둘 수도 있는 것이다. - 30쪽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 북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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