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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지나다니는 이가 없는 곳에 켜져 있는 가로등 거리를 보니 괜히 감상적이 되어 운치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까 말까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결국 사진을 찍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파' 하는 소리와 함께 길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일제히 꺼졌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머뭇거렸다면 하루를 더 기다려서야 가로등 불빛을 찍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세상을 살 때도 기회가 오면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그렇기에 매일 아침 가로등 거리를 걸을 때마다 전 기회가 오면 놓치지 말고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가로등 거리와 헤어지고 나면 중국 청도 청양 세기 공원과 만납니다. 새벽 산책을 즐겁게 해주는 정말 고마운 친구입니다. 나무와 호수 등 예쁜 모습으로 늘 꾸미고 있어, 걷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러나 이 친구도 오전 7시부터는 입장료를 5원씩 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전 8시부터라고 안내문에 씌여져 있지만 안내인들은 오전 7시부터 돈을 받습니다. 게다가 원래 가격은 10원이나 한답니다. 특별 할인 기간이라 5원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물가 수준을 생각해볼 때 비싼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뭐 어떻습니까? 일찍 일어나면 이 공원 친구를 꼭 돈을 주어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 참,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만날 수 있는 또 한 명을 빼먹었습니다. 바로 쓰레기통 군입니다. 이 쓰레기통 군은 늘 노란색, 파란색 친구가 같이 붙어 다닙니다. 파란색 친구는 병, 종이 등 재활용 가능한 것만 먹고, 노란색 친구는 재활용 할 수 없는 것들만 먹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쓰레기통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분리수거는 집에서 뿐만 아니라 어느 곳을 가든지 일상생활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 이제 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을 소개할 차례입니다. 공원이 넓기에 모두 다 소개해 드리기는 힘들겠습니다. 그 중 인상적인 친구들 몇 명만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제일 먼저 소개해드릴 친구는 바로 '우주에서 온 운석'입니다. 처음에는 이 녀석이 공원 안에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이 운석 친구는 2004년 5월 18일에 청도시 성양구 석복진가도 송수장 하마완에서 제일 처음 사람들과 만났다고 합니다. 키는 무려 1.3M이고 몸무게는 3.7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중국에 있는 운석 중에서 두 번째로 큰 녀석이랍니다.
속에는 주로 철, 니켈 등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나이는 46억년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친구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할아버지이셨네요. 이 운석 할아버지를 볼 때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은가를 느끼게 됩니다. 그 짧은 순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꼭 해봅니다.
이 공원에는 운석 할아버지 말고 또 한 명의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운석 할아버지가 도통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젊어보이는 데 비해 이 할아버지는 한눈에 봐도 나이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늘 태극권 자세를 취하고 계신 할아버지 동상입니다.
제가 갈 때마다 늘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데 힘들지도 않은가 봅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변함없이 꾸준히 열심히 해야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공원에서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막 싹이 돋고 있는 녀석들입니다. 바라만 보아도 예쁘고 새로운 생명들이 움트고 있음을 온 몸으로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을 보면 늘 다시 시작하자, 오늘 하루도 힘차게 등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자는 마음이 저절로 피어오릅니다.
공원 안의 이런 친구들을 여유롭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공원을 감싸 돌고 있는 호수입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시간 잔잔히 흐르는 호수를 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동이 터와 그 호수의 모습이 다 드러나면 무척이나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아마도 주변의 것들을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함이 해가 떠오른 후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요? 마음이 넓은 사람의 얼굴 표정이 저절로 인자해지듯이.
이렇게 공원과 공원 안의 친구들을 다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면 제 가슴을 또 설레이게 하는 친구를 종종 봅니다. 바로 저 산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입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저 멀리 바다까지 가서 해돋이를 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와서는 살고 있는 주변에서 떠오르고 있는 태양만 봐도 가슴이 벅차오르곤 합니다.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은 늘 제게 열정을 갖고 살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할 친구는 저도 아직 한 번 밖에 보지 못한 친구입니다. 바로 인간의 가장 절친한 친구 강아지입니다. 제가 숙소로 들어가기 전 개 한 마리가 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떡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개 위로는 해가 뜨고 있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묘한 느낌이었기에 한동안 저도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그 개를 바라보고 그 개도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개는 그 시간에 나와 거기 앉아 해를 맞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일까요? 한참을 그렇게 서로 쳐다보다가 제가 걸어서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하니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삶에 대한 제 열정이 끓어오르듯 그 녀석도 그랬던 것일까요? 그 개 뒤로 뜨는 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좀 더 나이가 들어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맞이할 때면 마치 제 뒤에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그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리고 제가 그 자리를 떠도 젊은이들이 해를 보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시간 가량 만나고 온 친구들 중에는 내일 또 만날 친구도, 또는 한참을 더 있어야 만날 친구들도 있겠지만 제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열정을 갖게 해주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친구가 꼭 인간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요?
그 인간이 아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분도 아침 산책을 시작해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하루쯤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어떤 이는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또 어떤 이는 웃으며 자신이 만난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 해줄 지도 모릅니다. 자, 한 번 물어보십시오.
"당신은 새벽에 어떤 친구를 만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