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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포털사이트 Sohu에서 '수면의 날'을 맞이하여 불면증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중국 포털사이트 Sohu에서 '수면의 날'을 맞이하여 불면증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 인터넷 Sohu
매년 3월 21일은 국제정신위생 및 신경과학기금회가 지정한 '세계수면의 날'이다. 중국수면연구회는 7회째를 맞는 올해 수면의 날 주제를 '건강한 수면과 허시에(和諧, 조화로운 발전)사회'로 정했다.

세계위생기구가 14개국, 2600여 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인의 27%가 불면증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불면증이 가장 심한 나라는 미국으로 32-50%, 영국은 10-14%, 일본은 20%, 프랑스는 30%이며 중국은 30%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동팡왕(東方網) 보도에 따르면 화이트칼라층이 많은 상하이인의 70%가 불면증을 경험했다고 하며, 불면증의 주요 원인은 정신적인 면이 가장 많고 체질, 질병, 환경, 약물중독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포털사이트 Sohu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중국 네티즌의 37.8%는 심한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고 49.7%는 가끔 불면증을 경험한다고 하니 아침형 사회였던 중국에도 밤에 잠 못 드는 부엉이 족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아침형 인간론의 권위자인 사이쇼 히로시씨는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에서 가장 이상적인 수면은 성인의 경우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중국인의 취침시간은 대체로 이와 일치했었다.

밤10시만 넘으면 대부분의 거리는 한산해지면서 주택가의 불도 하나둘 꺼지고 중국인들은 잠자리에 든다. 게다가 과거 사회주의 시절에는 낮 12시부터 2시까지 오침시간도 따로 있었으니 중국인들이 얼마나 알뜰히 잠을 잘 챙겼는지 알 수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무한질주 '중국'

중국은 거대한 아침형 사회이다. 그러나 점점 불면에 시달리는 부엉이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은 거대한 아침형 사회이다. 그러나 점점 불면에 시달리는 부엉이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 김대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의 아침은 그야말로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오전 5, 6시부터 공원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곧 20, 30명씩 대형을 이루어 음악과 함께 태극권, 부채춤, 사교댄스 등 헤아릴 수도 없는 다양한 놀이들을 즐기며 아침을 맞이한다. 애완견과 함께 조깅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과 각종 아침운동을 하는 사람 등 공원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다.

거리는 또 어떠한가. 아침 6시면 벌써 자전거행렬이 시작되고, 아침시장에서 야채를 사서 자전거 바구니에 담아 사오는 할아버지,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학교로 가는 할머니, 출근길에 오른 수많은 사람 등 아침 7시경 중국의 거리는 그야말로 자전거들의 천국이 된다.

이에 맞춰 초중고 각급 학교는 학생들을 오전 7시 30분까지 등교한 뒤 곧바로 수업을 시작하며 우체국, 학교 등 각급 관공소들도 오전 8시부터 정상업무가 시작된다. 반면 저녁에는 대형 상점들도 9시면 거의 문을 닫는다.

그러나 최근 빠른 경제 성장과 서구문화의 대량 유입으로 중국인의 생활패턴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TV, 컴퓨터의 보급으로 밤을 새워 인터넷을 하기도 하고 초과근무나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발전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높아지면서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모색하는 많은 중국인들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수면연구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도시 주민들의 38.2%, 약 3억 정도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셈인데,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건강문제가 아닌 제반 사회적 문제들과 연관성이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인을 잠 못 이루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10%대를 육박하는 실업률이다. 그밖에도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며 기본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과 격변하는 사회에서의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사회불안 등이 중국인들을 잠 못 들게 하고 있다.

빨라진 생활 리듬에 맞춰야하고 다량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제때 받아들여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충분한 잠을 잔다는 것은 어쩜 너무 요원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중국도 슬슬 그 빠른 변화와 경쟁의 리듬에 빠져들며 중국인들에게 불면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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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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