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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자전거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은 열린 공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숲 속 유치원 아이들은 탁 트인 푸른 공간에서 마음대로 뛰놀고 소리 지를 수 있는 자유를 통해 균형 잡힌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얻습니다. 실제로 숲 속 유치원을 경험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덜 공격적이고 다툼이 일어났을 때도 폭력보다는 평화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습니다. - 숲 속 유치원의 어느 선생님

당신이 만일 어린이라면 매일 똑같은 제복을 입고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가는 유치원과 장화를 신고 방수 천 멜빵바지를 입고 숲 속에 가서 냇물도 건너고 이끼도 만지며 놀 수 있는 유치원 중 어느 유치원을 다니고 싶을까?

이 책은 환경저널리스트이자 번역가인 이마이즈미 미네코와 생물학과 동물학을 전공하고 '생물의 서식지를 지키는 모임'을 설립한 안네테 마이자가 독일 '숲 속 유치원의 실제 모습을 소개한 책이다.

'숲 속 유치원'은 1950년대 덴마크에서 처음 생겨났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접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한 어머니가 자기 아이들을 매일 숲으로 데리고 가서 놀던 일이 계기가 된 것.

독일에서는 1968년 최초의 숲 속 유치원이 생겼지만 처음에는 덴마크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는 정식 유치원으로 인정받은 숲 속 유치원이 150곳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도심의 건물 속에 갇혀 장남감과 책에 둘러싸인 채 유약하게 자라는 어린이들과는 달리 숲 속 유치원 아이들은 숲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란다. 그들은 숲의 벌레, 새, 냇물, 여러 가지 식물을 통해 자연을 사랑하는 법과 자연을 도구 삼아 노는 법, 협동하는 법, 스스로 판단하는 법 등을 배운다.

숲 속 유치원은 보통 반이 하나며, 인원은 여덟에서 열 명이고 선생님은 두 명이다.선생님들은 정식 보육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며 숲에서 교육하는 법도 공부한 전문가들이다.

숲 속 유치원 수업은 순전히 어린이들의 자율에 의해 이루어지며, 결코 형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양한 몸 움직임으로 운동능력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는 놀이와 학습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운다. 그래서 지능과 학습 능력도 일반 유치원의 평균을 넘어선다고 한다.

아이들은 방학을 제외하고는 날씨에 상관없이 숲에서 지내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자연의 다양한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자연의 한계도 깨닫게 되며, 숲에 공존하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개구리 알이 올챙이가 되고 개구리가 되어 뛰어 다니는 것, 개미가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고 집을 짓는 것, 연녹색 이파리가 짙푸른 녹음이 되고, 알록달록 단풍을 들다 끝내는 낙엽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 등을 관찰하며 자연에서 스스로 깨우치고 배워간다. 징그러워 보이던 지렁와도 친구가 되고, 개미나 물벌레도 만져 보면서 즐겁게 노는 사이 생각도 몸도 숲처럼 쑥쑥 자라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어린이가 되는 것이다. 가파른 숲길을 걷다가 넘어지거나, 막다른 골목에 막혀 돌아섰던 경험은 사회생활을 하며 겪게 될 여러 가지 난관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장난감이나 컴퓨터에 집착하고 집 밖을 나서면 엄마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기 일쑤였던 아이가 숲 속 유치원을 다니고부터 달라졌습니다. 나뭇가지는 아이의 손에서 멋진 장난감이, 낙엽은 향기를 전하는 향수가, 지렁이는 소중한 친구가 됩니다. 도시에 살면서 아이의 감성 또한 메말라 가는 게 안타까웠는데 숲 속 유치원에서의 하루하루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 숲 속 유치원의 어느 학부모님

그렇게 숲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키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신나는 놀이터인 동시에 최고의 학습장이 된다. 하루에도 대 여섯 군데의 학원으로 아이를 뺑뺑이 돌리며 자녀를 최고로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새겨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숲에서 크는 아이들/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 글
니카무리 스즈코 그림 .은미경 옮김/파란자전거/8,500원


숲에서 크는 아이들 - 건강한 몸과 마음이 자라는 숲 속 유치원 이야기

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 지음, 나카무라 스즈코 그림, 은미경 옮김, 파란자전거(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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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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