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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기상예보관실.
기상청 기상예보관실. ⓒ 이명익

기후 변화는 경제활동과도 매우 밀접하다. 7월말부터 서늘한 날씨가 이어진다면 맥주·아이스크림·음료 등 전통적인 여름상품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날씨 피해가 도로망 유실이나 통신중계소 파괴 등으로 이어진다면 물류와 정보통신의 마비로 모든 업종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예측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통신과 관측기술의 발전으로 예보가 많이 정확해졌지만, 날씨의 변덕은 여전하다. 예보와 다른 갑작스런 폭우나 폭설 등을 만나는 일도 다반사다.

때문에 날씨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변덕스러운 날씨를 대신해 '구박'받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살아간다.

23일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기상청의 손태성 기상통보관을 만나 답답한 속사정을 들어봤다.

[어려움①] 산맥 많은 반도국가인데, 북한기상자료가 없다

손태성 기상통보관.
손태성 기상통보관. ⓒ 이명익
손 통보관은 낮은 예보적중률을 타계하기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가 없었음을 아쉬워했다. 그는 "기상예보가 틀리게 된 배경은 알아보지 않고, 적중률이 낮은 것에 대해서만 탓하고 있다"며 "오보의 원인인 기상자료 축적을 위한 시설설비에 힘써야한다"고 전했다.

손 통보관이 꼽은 '한국 기상예보의 문제점'은 우선 한반도의 지형과 분단 현실.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산맥이 많은 지형은 날씨 변화가 심하기 마련.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나눠진 분단국가이기에 '기상예보에 불리한 조건'을 고루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기상 데이터 교류가 전혀 없다. 일본을 통해 북한 기상정보를 얻고 있는 상황. 그나마 기상시설이 낙후된 북한은 기상정보 전송도 자주 하지 않는다. 일본을 통해서도 기상정보도 얻을 수 없는 날이 허다하다.

이에 대해 손태성 통보관은 "같은 반도인 북한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것은 날씨 예보에 치명적이다"며 "우리나라는 섬보다 못한 환경에서 기상예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손 통보관은 "북한과의 기상정보 교류는 정치적인 문제도 아니지 않냐"며 "기상은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움②] 축적된 자료 부족... "수퍼컴보다 우수한 기기 들어와도"

기상청의 한 직원이 기상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기상청의 한 직원이 기상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이명익
축적된 자료 부족도 정확한 기상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손태성 통보관은 "기상예측의 기본은 자료 축적이다, 기상학자라도 틀릴 수 있는데 기본자료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예보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각 지역별로 오랜 기간 상세하게 연구된 기상관측자료가 수퍼컴퓨터에 입력돼야 정확한 예보 자료도 나올 수 있다"며 "기본정보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기상자료가 없다면, 지금의 수퍼컴퓨터보다 100배 이상 우수한 기기가 들어오더라도 예보 적중률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것은 1904년. 그러나 이 때 만들어진 목포·인천·부산·원산·용암포 등 5곳의 기상관측소는 노일전쟁을 위한 일본의 임시관측소였다. 그나마 일본군이 철수한 뒤에는 날씨에 대한 관심은 더욱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역사는 100년이 넘어 그리 짧지 않지만, 50년 이상 축적된 기상자료를 보존하고 있는 곳은 전국 14곳에 불과하다.

손 통보관은 "예보적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300개 이상의 지점에 기상관측시설이 설치돼 최소한 10년 이상 축적된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일기예보를 제공하고 더불어 경제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1 지방자치단체 1관측소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손 통보관은 "우리나라의 기상예보는 태풍·호우·대설 등의 재해 상황을 넘기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재해복구 예산을 기상관측소 설치에 투자한다면 기상관측으로 재해 예방과 기상자료 축적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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