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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경기도 평택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금속노조 집회를 폭언과 폭력으로 진압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집회 참가자 1명당 4~5명의 경찰관이 달라붙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교통경찰(사진 가운데)까지 가세한 모습이 보인다.
ⓒ 전국금속노조 제공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상의를 뒤집어씌운 뒤 무릎으로 얼굴을 마구 때렸다. 팔을 꺾어서 꼼짝도 못하는데, 사복경찰이 '이런 공돌이 XX들'이라고 욕하더라. 잊히지 않는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조합원 이정규씨)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차고…. 누군데 계속 때리느냐고 했더니 '알 필요 없고, 넌 좀 맞아야겠다'고 하더라. 또 다른 경찰관은 '이 개XX들아, 우린 강력계 형사니까 아무 것도 모르고, 넌 무조건 맞아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조합원 김현호씨)


경기도 평택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노동자 집회를 해산하면서 비인권적인 욕설과 함께 불법적인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9일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오후 5시께 반월공단 내에서 열린 '이젠택 노조탄압 분쇄' 집회 뒤 거리행진을 하던 노동자들을 연행하면서 '묻지 마' 폭력을 휘둘렀다.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사복을 입은 경찰관들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면서도 '누군데 때리느냐'고 항의하는 조합원에게 '강력계 형사니까 무조건 맞아라'고만 말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이정규씨도 "경찰이 마구 때리면서 '공돌이 같은 XX들'이라고 말하더라"면서 "몸이 아픈 것보다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경찰 폭력으로 10여명의 조합원들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연행된 사람만 17명이나 됐다.

'공돌이' 같은 XX들? 1970~80년대 경찰인가

이처럼 노동자들에게 '공돌이'라는 모욕적인 표현을 쓰고 "무조건 맞아라"는 등의 폭언과 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경찰은 또 한 번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운동 탄압이 극심했던 1970~80년대에나 나올 법한 표현마저 서슴지 않았다는 점은 '인권 경찰'이라는 표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경찰관들은 신분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등 불법 행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7조에 따르면 경찰관은 주최자에게 통보한 뒤 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정복'을 착용하고 출입하도록 돼 있다. 경찰 스스로 불법 행위를 한 셈이다.

경찰은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시위'를 폭력 진압해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와 취재기자를 가리지 않고 곤봉과 방패를 휘둘렀다.

물론 평택에서 벌어진 경찰의 '묻지 마' 폭력은 반FTA 시위 폭력 진압 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두 사건 모두 집회 참가자를 대하는 경찰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참여정부의 '인권 경찰'은 '반인권적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지난 7일 집회 참가자에게 폭언하고 폭력을 휘두르도록 지시한 혐의로 평택경찰서장을 국가인권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들은 20일 오전 평택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진정서와 피해자 진술서 등을 국가인권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이러한 폭력 연행에 대해 묻자 평택경찰서에서는 19일 "정보과장이 휴가 중이고 계장들은 외근 중이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청문감사관실에서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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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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