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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라산역에서 기차로 평양까지 갈 날은 언제쯤일까.
ⓒ 김용국
"철마는 달리고 싶다."

냉전의 낡은 역사 속에 우리의 기차는 도라산역과 제진역에 멈춰서 있다. 도라산역의 기차는 비무장지대에서 옮겨진 것이고, 제진역의 기차는 남북철도 시험운행을 위해 지난해 5월 제진역으로 옮겨졌으나 북핵문제 등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고 남으로도 북으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 서 있다.

이제 멈춰선 기차에 다시 동력을 불어넣을 때가 도래했다. 오는 6월이면 현실화될 수도 있다. 남과 북, 그리고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핵문제를 해결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도의 철조망 이남에 갇혀있던 대한민국은 이제 대륙으로 진출하는 고구려의 기상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는 이제 더 이상 반도의 남단에 그치지 않는다.

철조망을 녹여 기차를 만들고, 그 기차를 타고 분단의 상징인 도라산역에서, 개성을 넘어 중국으로, 만주로, 시베리아로, 그렇게 파리로, 유럽 대륙으로 달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미래의 부와 평화를 담보하는 책임 있는 지도자의 비전이다.

시베리아와 중국을 잇는 TSR과 TCR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비전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아이들은 철의 실크로드를 횡단하는 수학여행을 다니며 가슴에 대륙을 품고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가슴 벅찬 희망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미래를 책임질 정치인의 비전이고 자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구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력의 후보는 반도에서 땅을 파고 시멘트로 메워서 운하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후보는 열차를 배에 싣고 물길을 돌고 돌아서 중국으로 가는 열차 페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분명히 분단 비전이고 철조망 비전이며 과거 비전에 불과하다.

철조망의 한계에 갇힌, 낡은 냉전적 사고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낡은 수구의 비전이다. 이미 모든 기반 시설이 갖춰진 철도를 무시하고, 철조망이 두려워서 반도 남단에 땅을 파거나 열차를 배에 싣는 정도에 머무르는 과거 지향적 비전을 가지고는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 도라산역을 찾은 실향민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0년 간 평화 정착을 위해 두 정부는 일관되게 평화정책을 지향했고 실천했다. 국민의 정부의 햇볕 정책과 참여정부의 포용정책이 이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그 비전의 구체적 실현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적대시하던 미국마저 북미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10년 간 끊임없이 대북 정책 발목 잡기로 일관하던 한나라당이 태도를 돌변하여 '대북정책 유연화'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그 당 후보들의 표변에 진정성을 느끼는 국민은 없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남북과 평화의 문제를 선거용 전략으로 치부하고, 상황에 따라 바꾸는 한나라당의 '대선용 포퓰리즘'은 '선거 전문당'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 76.7%가 남북정상회담을 찬성하는데도 한나라당의 눈에는 선거용으로만 보이는지 반대만 하고 있다.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사 자격 방북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거부하고 저지한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또 다시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대한민국의 평화는 안중에도 없고 권력에만 눈이 먼 '대선올인당'의 면모다.

한나라당 후보들 역시 다르지 않다. 이명박 후보는 “대북정책 전면 수정”을 주장했고, 박근혜 후보는 참여정부의 포용정책에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단 몇 개월간의 정세변화 예측 능력도 없고, 미래 비전도 갖지 못하여 때마다 수정해야 하는 빈약한 후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첫째, 한나라당의 3빈(三貧, 평화철학의 빈곤, 시대의식의 빈곤, 역사의식의 빈곤)을 고백하고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성공을 인정하라.

둘째, 3성(三省, 세 가지 반성), 지난 10년 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에 대한 발목잡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대북 퍼주기'라고 국민들을 세뇌시킨 행위, 평화세력을 친북좌파 용공 세력으로 매도한 세 가지 행위에 대해 반성하라.

셋째, 3폐(三廢, 세 가지 폐지), 철조망 노선, 반평화 냉전 노선, 국지전 불사 노선의 세 가지에 대한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철조망을 녹이고 광활한 대륙으로 진출하는 대한민국의 꿈을 실현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대륙 진출 꿈은 평화세력만이 실현 가능하다. 권력에 눈먼 선거 전략에 불과한 껍데기 평화에 국민들은 속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동영 전 장관 공식 홈페이지 (www.cdy21.net)및 정동영 블로그(cdy21.tistory.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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