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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지사는 지난 2월 28일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특히 아직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나누는 구시대적인 낡은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며 이 전 시장을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대선주자 손학규 전 지사의 '중대결심'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결심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경선 불참 선언을 하고 한나라당 내에서 백의종군하여 후일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부터, 탈당을 하고 제3지대에서 신당창당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손 전 지사가 경선 불참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지만, 오늘(19일) 언론 보도들을 보면 탈당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손 전 지사 캠프의 측근들도 아직까지 그의 정확한 생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오늘이나 내일 손 전 지사가 직접 나타나 입장 표명을 해야 앞으로 그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어떤 내용의 것이든, 한나라당이나 손 전 지사 개인에게 커다란 변화를 수반하는 후폭풍을 몰고 오는 결정일 것으로 짐작된다. 손 전 지사의 정치행보나 한나라당의 경선구도는 조만간에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결심의 직접적 이유는?

그러나 손 전 지사가 '중대결심'을 하게 된 상황이 그리 명쾌하게 이해되는 것만은 아니다. 기본적인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가 중대결심을 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단지 '경선 룰'에 있어서 자신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한나라당의 보수적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인지가 불분명하다.

손 전 지사가 최근 들어 '새 정치질서'를 강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으로 일단 이해된다. 하지만, 이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었다. 한나라당의 보수적 정체성은 손 전 지사가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동안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내내 계속되던 문제였다.

그러나 그동안 손 전 지사는 그에 대한 특별한 문제제기를 해오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주요 정책들에 대해서도 특별히 반대의견을 표명하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가 '한나라당의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손 전 지사는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한나라당 내 경쟁에서 안되니까 결국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라는, 이른바 '기회주의'라는 시선이 한나라당 안팎에서 존재하고 있다. 물론 그의 탈당을 기대하는 범여권에서야 그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의 시선은 훨씬 냉정할 수 있다.

그의 결심이 너무 늦은 시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논란일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는 익히 알고 있었던 바인데, 이제와서야 그것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해 손 전 지사는 성실하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선불출마 선언' 통해 진성성 보여야

그 책임은 손 전 지사가 마음을 비우는 모습을 보임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에 있든 그곳을 나오든 간에, 자신이 말한 '새 정치질서'를 위해 자신의 것을 버리는 모습을 보일 때, '중대결심'의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대선불출마 선언'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손 전 지사가 경선불참을 선언하고 후보등록을 안한다 해도, 탈당을 통한 범여권후보설은 그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탈당을 하게 될 경우에도, 어떤 명분을 내세운다해도, 결국은 범여권후보설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어떤 경우이든 정치공학적인 계산의 결과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정반대의 위치인 범여권의 후보를 탐내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자칫 정치철새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손 전 지사의 '중대결심'은 냉정히 말해 '때늦은 결심'이다. 그럴줄 몰랐느냐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이다. 그같은 지적 앞에서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대선불출마 선언'을 통해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자신의 것을 버리면서 '새 정치질서'를 만드는데 나선다면, 그는 정치적으로 사는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새 정치질서'가 만들어지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결국은 살 길을 찾는 모습으로 비쳐질 경우 그는 정치적으로 죽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사이의 고민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것을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 사이의 고민도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가 있다. 밀알이 되는 선택, 그것이 '손학규 중대결심'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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