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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산 훌라후프
중국에서 산 훌라후프 ⓒ 양중모
문제는 지압용 훌라후프라 돌릴 때마다 배에 돌기가 부딪혀서 아팠다는 것이다. 결국 며칠 후 배를 살펴보니 멍까지 들어 있었다. 그 아픔을 견뎌내는 것이 한동안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계속 하다 보니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난 훌라후프를 돌리는 데에 관해서는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몸은 살찌고 둔해도 훌라후프는 잘 돌린다고.

이번 설날에 한국에 나갔다가 다시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집에 있던 훌라후프를 안 가져온 것도 그런 자신감의 결과였다. 중국에서 사기가 아까워 집에 있는 훌라후프를 가져가려 했으나 그 얼마나 번잡하던가. 중국에서도 비슷한 훌라후프를 팔 테니 하나 사자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내 판단 착오였다!

유명 할인 매장 등에 가보았으나 집에 있던 것과 같은 훌라후프를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알록달록 예쁘고 가벼운 훌라후프가 눈에 들어왔다. 집에 있던 것과 달라 다소 마음에 걸렸으나 이쯤을 못 돌릴까. 훌라후프만큼은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했기에 당당히 그 훌라후프를 사서 돌아왔다.

그러나 웬 걸. 잘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번을 못 넘기는 것이었다. 혹시나 싶어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돌려보라고 권해 보았다. 역시나 못 돌린다! 그래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었던 것이다. 훌라후프가 잘못 설계되어 제대로 돌릴 수가 없는 것이다.

"안 돌아가는 게 어디 있어요? 못 돌리는 거지."
"그럼 돌려볼래요? 돌아가는지 안 돌아가는지? 해보라고요!"

한참 훌라후프 탓을 하는데 누군가가 안 돌아가는 훌라후프가 어디 있냐며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화가 나서 막 쏘아붙여 주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아무리 중국 거라지만 안 돌아가는 훌라후프를 팔 리가 있나? 그러다 어떤 자기 계발서에 인용한 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명언이 떠올랐다.

"해보기나 했어?"

그렇다. 채 10번도 해보지 않고 포기했던 것이다. 이것은 설계 잘못으로 돌릴 수 없는 훌라후프라고 단정 지어 버린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주 잘 돌렸던 집에 있던 훌라후프도 처음에는 10개도 못 돌렸다. 그런데 지금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체력만 된다면 돌릴 수 있는 까닭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돌리는 법을 알아낸 것 아니었던가.

그래서 다시 결심했다. 새로 산 훌라후프를 적어도 30분 동안 끊임없이 돌려보자고. 1분 2분이 지나고 5분 10분이 지나도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10번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아주 조금씩의 변화는 있었다. 2번이 3번이 되고 3번이 7번이 되는 등. 20분 정도 지나자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이깟 훌라후프에게 진단 말인가!

훌라후프가 다시 떨어지려고 할 때쯤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허리를 광속(?)의 스피드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예전 훌라후프처럼 균형을 잡고 보다 잘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처음 목표했던 100개를 채우고 400개를 넘겼다. 전에 쓰던 것보다 가벼워서 돌리는 것이 훨씬 어려웠지만 돌아가지 않는 훌라후프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때 난 내 결심에 상당히 만족했다. 사실 어떻게든 전에 쓰던 훌라후프와 비슷한 것을 살 생각도 해보았으나 정말 도저히 돌릴 수 없다고 생각 될 때까지 돌려보고 그래도 안 되면 사자고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심에 큰 도움을 준 것이 최근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읽은 자기 계발서들이었다.

비록 훌라후프를 돌리는 작은 일었지만, 도전조차 하지 않는 정신을 부끄러워 하라는 책들의 조언이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작은 성공에 대한 경험이 결국은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힘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려운 일을 만나거나 무언가를 간절히 하고 싶은데 이루지 못한다면 이 훌라후프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세상에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게 아니라 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하지 못한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좀 우습지만 이 공간을 빌려 훌라후프에게 한 마디 해야겠다.

"훌라후프야! 내게 쉽게 포기하는 대신 최선을 다해 도전하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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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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