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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장의 의미

일본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뿐 아니라 한국이 이대로 가면 5-6년 후 심각한 위기가 온다'는 말을 했다는 뉴스를 기내에서 보았습니다. 바로 제가 이번 출장에서 느끼고 하고 싶었던 딱 한마디가 바로 이 말이었는데 어째서 이분이 가로챘는지 조금 섭섭하더군요.

다른 때보다 이번 출장은 일본이 10년 불황을 극복하고 난 다음이라서 무척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일본이 다시 활력을 찾은 데는 작은 기업들의 자생력 회복이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즉 강소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내면에는 정부나 외부의 조력 없이 자신의 네트워크 전략을 통하여 힘을 키웠다는 겁니다,

@BRI@그래서 '죠난브레인즈(城南BRAINS)'라는 지식네트워크의 정기모임에 참석하여 동향을 보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성(城)의 남쪽에 있는 지식인들'이라는 뜻입니다.

12명의 기업대표로 구성되어 있고 일본 내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Only 1, First 1'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도 비밀계약을 맺고 거래를 하고들 있었습니다. 이들이 얘기했습니다.

"한국은 일본을 따라오기 힘들다. 오히려 중국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하여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게 좋겠다. 이것은 듣기 싫어도 냉정한 '사업'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금방 이해될 것이다."

저는 듣기 싫어도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가노현에 있는 오카야라는 곳의 강소기업 2곳을 방문했습니다. 여기서 한 곳의 사장으로부터는 더욱 비장한 그들의 각오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의 머뭇거림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정부관리들은 그들의 자리와 명예를 걸고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지원기관들은 직장인으로서가 아니라 전투병으로서 뛰어야 하며, 기업은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이어야 합니다.

도쿄 거리경제 활력

일본의 대표적인 유흥가는 록뽄기, 신주쿠, 긴자 등을 꼽습니다. 이번에는 신주쿠 쪽을 잠시 들렀습니다만, 거리풍경이 여유로워지고 젊은이들로 넘치고 있었고, 백화점에는 여전히 유명 브랜드가 넘쳐나는 듯 보였습니다.

몇 년 전 뜸하던 유흥점의 삐끼들이 쉴 새 없이 다가와서 유혹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많은 권유를 물리치고 거리를 걸어다니기가 힘들었습니다. 경제가 살아나면 이렇게 좋아지는 것을….

끊임없는 제조업의 군살빼기

일본 제조현장에서의 군살빼기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고 하지요. 그런 일본 제조업계가 다시 군살을 빼고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90년대 초부터 시작한 5S 운동이 주역을 맡고 있습니다. 5S 운동은 청소, 청결, 정리, 정돈, 습관화를 일컫는 기초적인 기업현장운동입니다.

실은 이 운동은 너무나 당연한 우리 생활의 일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5S 운동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만, 일본과 달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마지막 습관화(시츠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건성건성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번 방문한 강소기업 모두 이 5S 운동을 매우 적극적이고 꾸준히 해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개선(카이젠)을 통하여 끊임없이 고쳐나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형, 우리만의 5S 운동과 개선활동을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뭐 충분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반격을 들여다 보면...

미국이 일본의 독주를 제어하기 위해 고안해 낸 시스템이 바로 6시그마입니다. 1980년대 말 미국의 모토롤라에서 품질혁신 운동으로 시작된 이후 GE(제네럴 일렉트로닉), TI(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소니 등 세계적인 초우량기업들이 채택함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삼성그룹, LG그룹, 한국중공업 등에서 도입하여 품질혁신에 성공함으로써 많은 기업들이 도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미국이 그간의 품질관리를 보다 발전된 형태로 재정리한 것이 6시그마입니다. 미국은 이를 통하여 일본의 도요타 생산방식, 간판, 개선, JIT 등이 추구하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도모한 것입니다. 성공적이고 지금도 도입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간 품질관리를 성실히 한 우리 중소기업들이라면 비교적 쉽게 도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일본방식을 그대로 따라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방식, 우리라야 잘할 수 있는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외치는 '메이드 인 재팬'

일본이 제조업 부활을 외치는 것은 우리 기업에게는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일본 경제의 활력 회복에서 주목되는 것은 제조업, 특히 대기업의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입니다. 이번 일본 경제회생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전자산업입니다. 일본 제조업의 부활 배경에는 1990년대와는 다른 일본 기업들의 몇 가지 전략 변화가 있었다.

첫째는 일본 기업들이 이번 불황기에 철저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외형보다는 이익을 중시하는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간 협력연계체제(Collaboration Network)를 공고히 한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제 일본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일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으로까지 생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둘째는 새로운 시장 창출 전략입니다. 몇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나 중국 기업들이 싼 인건비를 무기로 쉽게 잠식하기 어려운 신시장을 창출하고 있은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How) 싸게 만들까 하는 것이 일본 기업들의 주된 전략이었다면, 앞으로는 다른 기업들이 만들지 못하는 무엇(What)을 만들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신경박단소(新輕薄短小), 복합화, 반표준화(反標準化)가 일본 기업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3가지 키워드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새로운 일본식 경영시스템을 재창조한다는 전략입니다. 지금과는 달리 미국의 장점은 받아들이되 일본의 장점도 유지 발전시키는 게 정답이라는 식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과의 기업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이번 출장에서 본 몇몇 강소기업들의 현장에서 본 소감은 그동안 우리는 일본 경제의 금융불안 등 부정적인 측면만을 들여다 보면서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 노력을 과소평가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더욱이 일본이 강한 부품소재에 괄목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나노기술과 환경기술이 접목되는 경우, 정말 다시 따라잡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IT기술을 활용한 제조혁신운동

제가 생각하기로는 우리 IT기술 수준을 가감 없이 들여다 보면 서비스, 금융, 온라인게임 등에는 적용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만 제조현장, 교육, 의료 등에는 매우 더디게 적용되고 있어서 IT 분야의 효용성이 떨어지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본기업들이 이런 점을 지적하더군요.

NC머신 등이 발달한 제조강국 일본이 IT강국으로 자찬하는 한국이 소홀히 하는 틈을 타서 네트워크화하고 제조업의 IT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제조업은 '더 빨리, 더 좋게, 더 싸게' 만들어야 하는 게 숙명적입니다. 그런 경쟁에서 개선, 제안, 5S 등을 따라하거나 미국의 6시그마가 모두 해결해 줄 걸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 아닐까요.

현재 e-메뉴팩처링이나 i-메뉴팩처링의 수준을 더욱 대폭 확대하여 제조 전반의 혁신운동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IT기술을 접목한 제조혁신 운동을 하되 근간에는 6시그마기법을 바탕으로 하는 형식이 매우 유용한 대안이라고 확신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사이트(http://dklee.icon.or.kr)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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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 지원을 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기술, 자금, 인력, 정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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