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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겉표지
1권 겉표지 ⓒ 디오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안정된 생활환경을 갖고 있는 스티브 스미스는 문득 불안함을 느낀다. 너무나 안정된 생활, 빤히 보이는 미래에 걱정이 앞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직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친구를 설득해 함께 세계일주를 떠나기로 한다. 비행기 타고 관광을 하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인간의 몸으로 떠나는 그런 것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 25세였다.

<25세, 인간의 힘만으로 지구를 여행하다>는 독특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손에서 놓은 채 떠난다는 것도 그렇지만, 인간의 힘으로 여행하겠다는 발상부터가 그렇다. 가령 유럽에서 미국으로 갈 때의 방법을 보면, 이들이 대서양을 건너기 위해 택한 것은 다름 아닌 페달보트다.

페달보트! 대서양을 발을 굴려 건너겠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 믿기지 않은 일은, 예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단 그런 보트를 만드는 돈도 필요했다. 이들은 일종의 기금을 모으러 다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만들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시험운행을 해봤는데 영 신통치가 않다. 그래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마침내 대서양으로 나간다. 발로 페달을 굴리며, 그 무서운 바다로 나가는 것이다.

페달보트로 대서양을 건너다! 생각해보면 낭만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이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들은 이내 '무서운' 현실을 직시하게 됐음을 고백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둘이 돌아가면서 페달을 돌려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한다. '내가 더 많이 돌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또한 지루함도 있다. 막연히 바다를 떠올릴 때는 시원함을 느끼겠지만, 페달을 굴릴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들에게 바다는 사막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변하는 것이 없고 사방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다. 반대로 갑작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페달보트는 2명이 타기에도 벅찬 소규모 보트다. 그런데 파도가 밀려온다면? 반대로 커다란 배가 나타난다면? 그 배가 이 보트를 보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들의 모험은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독함과의 사투다. 또한 인간의 한계를 도전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2권 겉표지
2권 겉표지 ⓒ 디오네
그 도전의 끝에서 마침내 이들은 미국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갖고 횡단하는 것이다. 이것도 낭만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경험에 의하면 그것은 결코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강도를 만나는 일도 있고, 뺑소니를 당하는 일도 있다. 그 어느 것 하나 안전한 것은 없다. 낭만은 커녕 매순간 긴장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여행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25세, 인간의 힘만으로 지구를 여행하다>가 알려주는 것은 바로 인간의 힘을 극대화하는 순간의 생생함이다. 낭만이라는 포장을 벗겨낸, 있는 그대로의 모험과 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패널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지나면서, 누가 발냄새 때문에 못 견딘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또한 비를 맞으며 갈증을 해소하는 그 순간을 묘사하는 것은 어떤가? 사람이 모험을 할 때의 생생함이, 솔직하게 묘사돼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이라는 것이 편하게 관광지 돌아다니는 것으로만 부각되고 있다. 아니면 친절하게 숙소까지 샅샅이 알려주는 책들을 따라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여행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모험'을 하고 싶다면, 자신의 힘으로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그런 것은 안하느니만 못한 여행이 된다.

<25세, 인간의 힘만으로 지구를 여행하다>는 그런 여행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모험한다는 것, 그리고 도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기계나 운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믿고 나아가는 여행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이들처럼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1박2일의 짧은 여행일지라도 그것을 하게끔 자극해주는 것이다.

패널보트로 대서양을 횡단했던 청년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25세, 인간의 힘으로 지구를 여행하다>, '살아있는' 여행의 맛을 만끽하게 해준다.

25세, 인간의 힘만으로 지구를 여행하다 1

스티비 스미스 지음, 정은지 옮김, 디오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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