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포천시 일동온천지구
포천시 일동온천지구 ⓒ 포천시청
일동면과 이동면 지역에 산재한 일동온천, 백운계곡, 이동갈비, 이동막걸리 등 관광업계의 고객은 크게 둘로 나뉜다. 모 군단과 사단의 사령부, 및 직할대가 있는 군사지역이기에 그 수만도 수천 명에 달하는 군인과 외부 관광객이 주 고객이다. '위수지역'이기에 일종의 '볼모'처럼 잡힌 고정 고객인 군인이 아니더라도 이 지역은 관광객이 상당히 많았다.

이런 이 지역이 흔들리게 된 것은 외부 요인, 즉 바로 기존 47번 국도 옆에 순차적으로 개통된 신설 47번 국도 때문이었다.

시골길처럼 좁고 구불구불했던 기존 도로에 비해 신설 도로는 4차선인데다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가 지은 도로답게 수십미터에 달하는 교량들과 교량과 바로 연결된 산 중턱에 터널이 있는 최신 도로다. 이 도로는 토지 소유관계가 복잡하면서 기존 건축물들이 많은 면소재지를 비껴가면서 직선으로 이어졌다.

2004년 초 화현리~기산리 구간에 이어 2004년 말에는 기산리~수입리 구간이 개통되었다. 외지 차량이 기존 도로가 아닌 신설 도로로 다니기 시작했지만 그러한 현상은 아직 일·이동 상인들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일동온천촌과 이동갈비촌은 신설도로가 끝나는 수입리보다 더 가야 있기 때문이었다. 더 북쪽으로 갈 사람이나 백운계곡, 산정호수 등 유명관광지로 갈 사람은 다시 일·이동에 산재한 이동갈비촌의 대부분과 온천장을 지나는 기존도로로 들어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9월 30일에 마지막 남은 미개통구간인 수입리~도평리 구간까지 개통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온천장과 이동갈비촌을 지나지 않더라도 북쪽의 철원군 김화 방면이나 북동쪽의 화천(사창리)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되었으며, 가드레일과 나들목까지 설치된 고속화도로답게 25km 이상의 화현리~도평리 구간 내에서 도로를 벗어날 일은 없었다.

관광객 차량들은 더 이상 구 도로가에 있는 이동갈비촌을 찾지 않았고 때맞춰 군부대 내에서도 병사들을 중심으로 추천-비추천 상점을 선정하는 식으로 자체 정보교환을 통해 소비자 주권을 찾아가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이동갈비촌과 일동온천장을 찾지 않은 데에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접착제 갈비' (2005년 초 갈비뼈에 수입 부채살을 식용접착제로 붙여 판 게 드러나 수십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추징당한 사건으로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파동과 수도권 곳곳에 대형 워터파크형 스파가 인기를 끄는데도 아직도 옛 동네 목욕탕 수준의 시설을 유지하는 일동온천의 게으름(?)이 한몫했다.

급격한 관광객 감소로 '돈을 긁어 담는다'던 일·이동 상인들이 '이대론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 탓에 변화된 상황에 맞는 능동적인 대처를 하게 된다. 이동갈비촌과 인근 펜션 그리고 산정호수 인근의 모 식물원으로 인해 인기가 급감한 일동의 식물원까지 가세하여 '슬로비(slobbie) 로드 추진위원회'를 결성한 것이다.

'슬로비'는 '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의 약자로 '생활 속도를 늦춰 느긋하게 살자'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즉 '삶의 여유를 안다면 속도는 느려도 볼거리·먹을거리가 많은 기존도로로 오라'는 뜻이다.

슬로비 로드 추진위원회의 활동과 상인들의 변화

포천의 명물 이동막걸리
포천의 명물 이동막걸리 ⓒ 포천시청
슬로비 로드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것은 2006년 5월이다. 하지만 필자가 상병이던 그 시기 일·이동 상인들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외박을 나왔을 때 지인의 도움으로 군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PC방에 갔는데 군복을 입었을 때 1500원을 받던 이용료가 사복을 입으니 1000원으로 떨어졌고 불친절한 이동갈비촌 상인들의 서비스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도로가 개통된 후인 10월부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수익이 급감하는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각종 비용의 인하는 없었을지라도 서비스의 차이가 눈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였다.

<포천시 47번 국도 100배 즐기기>라는 관광책자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대량 배포되기 시작했고 반찬 하나, 물 한 컵 더 달라는 데 퉁명스럽게 대하던 일부 악덕(?) 상점 주인까지도 슬슬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뒤늦게 본 신문 기사에는 '경기도 관내의 타 모범사례를 배우고 관광가이드 양성프로그램을 자체 육성해 상인들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부대 내 타 전우들의 평판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아직도 악덕 상점은 지천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바뀌어간다'는 것이 그 요지다. 가면 갈수록 '블랙리스트' 증가폭이 줄고 '추천리스트' 증가폭이 늘기 시작했다. '어디 어디는 가지 말자'는 이야기보다 '어디가 좋더라'라는 이야기가 늘어난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열심히 변화를 모색한 일·이동 지역 상인들이 들으면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냉철하게 볼 때 필자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곳을 가건 '미운 오리새끼'는 하나씩은 존재한다고들 하지만 일·이동지역은 대도시 지역의 식당·업소와 비교하면 서비스 정신이 아직도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최근에 다시 한 번 다녀왔을 때도 느낀 점이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변화를 생각하는 일부의 노력에 필자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렇듯 혁신하려는 자세가 아직 구태의연한 상행위를 하는 일부에게도 번져나가 '관광지구 재생사업 성공지역'으로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바뀌기를 바란다. 다음에 갔을 때에는 더 나아진 느낌을 받고 싶은 것이 필자의 작은 바람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