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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들이 푸뉘지에 전후해서 출시되고 있다.
여성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들이 푸뉘지에 전후해서 출시되고 있다. ⓒ 김대오
그러나 중국 여성의 해방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 내막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뿌리 깊은 남존여비의 냉혹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전국평균 남녀성비 116.9(남):100(여)가 말해주듯 한 자녀 갖기 정책 이후 남아선호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고, 중국의 전체 완전문맹 인구 2억 2000만 명 중에서 여성이 1억 5000만 명으로 70%를 차지한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인구 중에서 여성은 17%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여대생들의 취업률은 남학생의 40%대에 머물고 취직하는 조건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결혼한 여성의 경우 취직이 더욱 어려워지므로 취직을 위해 결혼 사실을 숨기는 ‘인훈쭈(隱婚族)’도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15세에서 60세까지 여성취업률은 83.7%, 취업인구 중 여성의 비율 또한 45%로 남성과 거의 대등한 수준을 보인다. 그러나 여성 근로자의 대다수가 농업, 어업 등의 1차산업 혹은 단순노동직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5%만이 전문기술직에서 일한다.

특히 물질만능주의와 도덕적 해이로 도시에서는 여성을 상품화하고, ‘얼나이(二奶)’라 불리는 축첩문화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농촌 여성들은 뿌리 깊은 남존여비 문화 속에서 힘든 육체노동과 가사노동에 혹사당하고 있는데 젊은 중국 농촌여성의 높은 자살률(매년 여성 자살 사망자 15만 명 가운데 농촌여성의 자살률은 도시여성의 3배)이 이 같은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푸뉘지에인 3월 8일, 중국의 여성들은 많은 꽃과 선물을 받고 하루 또는 반나절의 휴무를 즐긴다. 푸뉘지에를 맞이한 중국 인터넷사이트에는 여성을 위한 선물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여성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푸뉘지에 자체가 시장경제의 상술에 놀아나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오쩌둥은 부족한 혁명역량을 전통사회에서 소외받던 여성들로 보충하기 위해 ‘빤삐엔티엔’(半遍天, 여성은 반쪽의 하늘)을 정책적으로 부르짖어 왔다. 그 결과 중국의 여성들은 가정에서 어느 정도 헤게모니를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나 사회구조적으로는 여전히 ‘따난즈주의’(大男子主義, 남성우월주의)의 높은 벽을 넘어 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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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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