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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여의도통신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진 '나비야 청산가자'의 저자 김진명씨.
지난달 28일 여의도통신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진 '나비야 청산가자'의 저자 김진명씨. ⓒ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대담 : 여의도통신 정지환 대표기자 ssal@ytongsin.com
정리 : 여의도통신 이정원 취재기자 ljw3348@ytongsin.com
사진 : 여의도통신 한승호 사진기자 hanphotp77@ytongsin.com


지난 5일 창간한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여의도통신>이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 가자>를 발간한 밀리언셀러 작가 김진명과 1차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지난 1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은 여의도통신 창간준비3호(2월 5일자)에 커버스토리로 실렸고, 몇몇 인터넷신문이 인용해 보도하는 바람에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실제로 그가 격정적으로 토해낸 다음과 같은 네 개의 발언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손학규 한나라당 탈당은 결코 '소설 같은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 망국병 어쩌구 저쩌구 욕하면서 '부동산 더티 플레이어' 지지율 1위는 난센스다."
"정운찬은 밥상이 차려져야 숟가락 들고 나설 사람이다."
"20대가 재테크에 미친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흘렀다. 여의도통신은 작가 김진명과 다시 마주앉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날은 2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소설이 나온 후, 그리고 여의도통신과의 인터뷰가 있은 뒤, 그의 주변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명박 진영에서 나를 고발할 모양이다."

작가 김진명은 2차 인터뷰의 서막을 이렇게 열었다.(이번 기사에서도 주요 대선주자의 직책이나 존칭은 과감하게 생략했음을 밝혀둔다.)

- 그런 말을 누가 했나?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ㅈ'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유찬의 위증교사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비야 청산 가자>를 거론했는데, ‘작가(김진명)가 소설에서 유명인(이명박)을 거명한 것은 책을 많이 팔려는 고전적 수법’이라고 말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작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 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들었다."

- 그런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화가 났다. 무엇보다 먼저 '책을 팔기 위해서 고전적 수법을 썼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래도 독자들에 의해 1천만부가 읽혀진 소설을 쓴 작가가 한 말인데, 더욱이 내가 이야기를 지어낸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른 사람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변화하려는 모습이 전혀 안 보여서 실망했다."

- 그들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하나?
"진정으로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도리어 이런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오해가 있다면 떳떳하고 당당하게 풀면 될 것이고, 잘못한 게 진짜 있다면 사죄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귀를 막은 채 상대를 무시하고 매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겠다는 것은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나 사용하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내가 제기했던 이명박 부동산 투기 문제에 더욱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 한 달 전 인터뷰에서 이명박의 부동산 투기 사실이 틀림없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 확신에는 변함이 없나?
"물론이다. 초등학생 수준의 상식만 가지고 있더라도, 이명박이 땅을 사고 판 과정을 보면 '딱 떨어지는 부동산 투기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동산이 재산의 형성이나 증식을 위한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인 것만은 인정한다. 하지만 개발 정보를 미리 빼내서, 몇 백배 혹은 몇 천배 이상의 이익을 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나섰다는 사실에 있다."

-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자격론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예컨대 대통령이 총리나 관료를 지명하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한다. 그러면 의원이나 언론은 대부분 부동산 투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그리고 조그마한 하자만 있어도 당장 자격미달이라고 선언한다. 이명박은 그 동안 부적격자로 판정받은 어떤 관료들보다 대량의 부동산 거래를 한 사람이다. 또 현재도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이명박 진영 쪽에 가 있는 의원들은 한심한 사람들이다. 다른 공직 후보자들을 향해선 도덕성 운운하며 호통을 쳐놓고, 이명박 진영에 들어가서는 '검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한국정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명박도 문제가 있지만 그 쪽에 모여 있는 의원들이 더 문제다.”

ⓒ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 이명박의 부동산 보유 현황이나 문제점에 대해서 구체적인 취재가 있었나?
"나는 검사나 기자가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이 가지고 있는 땅의 위치가 중요하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땅은 한국에서 가장 악질적인 부동산 투기지역에 있다. 서초동 법조타운 같은 곳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실제로 당시 행세 좀 한다는 사회의 유력자들은 서초동 법조타운 개발 정보를 빼내 가지고, 뻥튀기해서 무려 1만 배의 차익을 챙겼다.

한마디로 원시적 자본축적의 전형이자 시쳇말로 '땅 따먹기'였다. 애초에 그 땅을 산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이었다. 두고두고 역사에 최악의 부동산 투기 사례로 남을 것이다. 바로 그 곳에 이명박 소유의 땅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 대통령을 하려는 사람이 그런 문제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애국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다. 최소한 경제를 건전하게 끌고 가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명박이 그렇게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자신들의 생활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부동산 투기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살만 찌운다. 그 결과 젊은이들은 취직이 안 되고 있는 것인데, 부동산 투기가 바로 이 실업 문제의 단초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정치 지도자가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밀수보다 더 나쁘고, 살인보다 더 무서운 악랄한 짓이다. 청년세대의 기회와 미래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그것은 청년들과 서민들의 등에 빨대를 꽂아놓고 흡혈하는 '왕모기'와 같다."

- 정인봉과 김유찬의 폭로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지지자들은 도리어 '구체적인 증거가 있느냐'고 반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치의식 성숙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반응이다. 단순히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다른 것은 보지 않겠다는 것은 독재를 부르는 행위이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이명박 X파일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김유찬 폭로사태 정도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줄줄이 사탕처럼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것만 해도 벌써 선거법 위반, 범죄인 도피, 위증교사 등 수없이 많다. 여기에 베스트셀러 조작을 위한 사재기 건도 불거졌다. 사실 보통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범할까 말까한 범죄행위들이다. 하나같이 내용도 험악하다. 물론 사람이라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오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거나 진심으로 반성하려는 자세가 없다. 그것이 더 큰 문제다."

ⓒ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 화제를 돌려보자. 공교롭게도 소설이 나오면서, 손학규의 행보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것 같다. 많은 부분이 소설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실적이다 보니까 정치적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나오는 모양이다.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아마도 김진명과 손학규가 뭔가 짜고 치는 것 아니냐, 김진명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 뭐 그런 말들 아닌가? 젊은 나이에 총선에 한 번 출마한 적은 있다. 비록 낙선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정치에서 완전히 떠났다. 분명히 밝히지만 앞으로 총선에 출마하거나 정치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 글은 정치권 누구와도 관계가 없다."

- 소설에서 손학규를 주목했는데, 앞으로 그가 어떤 행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나?
"손학규가 그저 권력이나 탐하는 사람이라면 한나라당에 그대로 남아 있으려고 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선에 참여해서 떨어지더라도 한나라당에 남아 있으면 권력의 한 토막이라도 얻을 수 있고, 탈당을 안했으니까 지조도 지킨 셈이 된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에 남아 있고 싶은 유혹도 아주 클 것이라고 본다. 그거야말로 아주 모양새 좋게 실속을 챙기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손학규에게 진짜 국민들과 더불어 정치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비전이 있다면 한나라당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먼저 본인 스스로가 힘들 것이다."

- 그렇다면 손학규가 사는 길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을 나가서 여권의 후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인 손학규나 개인 손학규가 사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행여 한나라당의 두 후보(이명박, 박근혜)가 피를 흘리며 싸운다 해도, 반사이익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당내 밑천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내부 지지율 10%를 못 넘을 것이다. 한나라당을 떠난다는 것은 정치적인 모험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하나의 가치만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박근혜나 이명박이 이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가 손학규에게 맡긴, 그래서 손학규가 추구해야 할 또 하나의 가치는 반대편에 있다. 나라 전체로 보면, 현재 전혀 가망이 없어 보이지만 여권 쪽의 가치가 더 큰 것일 수 있다. 현재 여권에는 이 가치를 주워 담고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손학규가 그런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

- 하지만 열린우리당 의장 정세균은 손학규 이름도 거론하지 말라고 못 박았는데?
"그것을을 보고, 정세균은 의장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여권에서 '어서오십시오'라는 반응을 보이면 안 된다. 정세균처럼 '얘기도 꺼내지 마라. 수치스럽다'고 해야 한다. 손학규 역시 여권으로 갈 때, 맨 밑에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자세로 가야 한다. 지난번 민심대장정이 민심의 바다로 들어간 것이라면, 이제는 여권 속으로 들어가서 하나하나 일궈 나가야한다. 여권의 후보가 안 돼도 좋다는 마음 자세를 가지고 가야 한다."

- 현실 정치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받을 텐데, 이렇게 강하게 발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국제적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존하고 발전해 나가느냐의 문제를 소설로 다루어 왔다. 그러다 보니 외국을 자주 나가는데, 우리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한국 국민들은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인터넷 속에서 조그만 문제만 가지고 편 가르기를 하며 싸우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래서 생산적인 상상력을 잔뜩 불어넣어야 한다. 작가는 옳다고 믿으면 별 걸 다 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그것이 나의 작가관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여의도통신> 창간호(3월 5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여의도통신 창간호에는 이밖에도 △대선주자 의원시절 성적표와 출석부를 공개한다 △조선일보가 은근히 밀어주는 '황금돼지'는 누구? △아프간 파병연장안 찬성 의원 138명의 명단을 공개한다 △박상돈 의원실 탐방-쓰레기를 보석으로 바꾼 509호 '기적의 도서관' △사람중심 성장전략, 천정배의 문국현 러브콜 사인? △여성의원 43명 중 12명이 이대 출신 등 다양한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현재 50여명의 국회의원이 정기구독하고 있는 여의도통신은 종이신문으로만 받아볼 수 있습니다.


#김진명#손학규#이명박#2007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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