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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입학하는 70년 전통의 작은 학교
아들이 입학하는 70년 전통의 작은 학교 ⓒ 이종일
2000년 6월 8일생! 즈믄동이라고 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로 그놈이 어느새 여덟 살이 되어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유난히 경쟁이 심할 것이라는 신문기사에 걱정이 앞섭니다.

아직 말하는 것도 어눌하고 걱정이 태산인데 학교를 보내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정작 아빠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수는 천하태평입니다. 마냥 학교에 가는 것이 좋은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BRI@지난 3월 2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현수의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운동장에서 하지 못하고 교실에서 화상으로 입학식이 거행되었다고 합니다. 아빠는 회사에 가야 하기 때문에 엄마와 동생 현경이와 함께 그리고 아래층에 사는 상희네와 함께 갔습니다.

현수는 1반 상희는 2반입니다. 입학식을 하기도 전에 벌써 반 배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선생님 얼굴도 학교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빠는 가지 못했지만 엄마가 찍어온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처음 여러 명의 친구들과 책상과 의장에 앉아 있는 현수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정말 학부형이 되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뒤에 앉아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비가와서 교실에서 입학식이 거행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있는 이현수(가운데 줄무늬).
비가와서 교실에서 입학식이 거행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있는 이현수(가운데 줄무늬). ⓒ 이종일
유치원에 잠깐 다녔지만 남들처럼 유치원 졸업장이 없습니다. 한글은 쓰고 읽는 것은 무리가 없고 셈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하고 영어도 아빠와 함께 프리미어리그를 보면서 선수들의 이름을 나름대로 읽는 것을 보면 괜찮을 것 같고 그런데 왠지 또래의 아이들보다는 모자라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노파심일까요?

"입학식 잘했어?"
"응∼"
"선생님도 만나고?"
"응∼"
"친구들도 만나고?"
"응∼"
"현수 짝궁 이뻐?"
"응∼ 이름이 김효지인데 오늘 아파서 안 왔어!"


저녁에 엄마가 준비한 색연필 알림장 노트 파일 등등에 견출지로 하나씩 이름을 붙이면서 표지에 초등학교 이름이랑 1학년 1반 9번 이현수라고 또박또박 쓰고, 옆에 있던 현경이는 샘이 났는지 왜 오빠만 색연필 주고 자기는 안 주느냐고 따지다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가지고 갈 학용품 잘 챙겨두고 이제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자야 한다고 하니까 순순히 일어나는 현수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을 안 듣던 놈이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로 가는 걸 보면서 달라진 모습의 단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새벽부터 엄마는 부엌에서 달그락 달그락 아침밥 해 먹여 보낸다고 수선을 떨고 그것도 모르고 잠에 떨어져 있는 현수를 강제로 일으켜 깨웠습니다. 비몽사몽 간에 앉혀 놓고 스포츠라면 환장을 하는 현수를 꼬시기 위해 스포츠 채널을 켜 놓고 밥상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한 숟가락씩 떠먹이는 것을 보면서 아빠는 "그러기에 평상시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하면서 핀잔을 줍니다.

초등학생이 되는 아들에게 마련해주 새 학용품
초등학생이 되는 아들에게 마련해주 새 학용품 ⓒ 이종일
평상시에 밥 먹는 시간이 책보면서 한 시간은 기본이었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던 현수에게는 일정 시기까지는 고통이 수반될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하고 꾸벅 배꼽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섭니다. 부산을 떨며 준비해서 나갔지만 잠시 후에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리더니 이름표를 빼놓고 갔다고 합니다. 이어 이름표를 가지러 상희 엄마가 갈 테니 보내라고 합니다. 오전 8시 40분까지 등교하라고 했는데 결국 조금 늦어 버렸고 첫날 등교는 지각하고 말았습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소리치며 현수가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심심해 하던 현경이가 제일 먼저 뛰어나갑니다. "오빠 학교 갔다 왔어?" 하고 물어봅니다. 매일 붙어 있다가 떨어져 있으니까 반가운 모양입니다.

입학 기념으로 현수방을 꾸며주고 내친김에 현경이방도 꾸며주었습니다. 책상은 있는 것으로 대체하고, 침대 하나 사주고, 책꽂이 배치를 다시 했습니다. 토요일 하루 아빠가 허리가 아프도록 공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 방이라고 문 꼭 닫고 나오지를 않습니다. 자기들 방이 생겼다고 좋은 모양입니다. 들어올 때는 꼭 초인종을 누르라고 초인종을 종이에 그려서 그려 놓고 비뚤빼뚤이지만 이름표도 정성껏 써 놓았습니다.

잠을 잘 때도 지켜 달라고 하더니, 아빠는 아빠 방에서 자야 하고 현수는 현수방에서 자야 한다니까 스스럼없이 땡깡도 부리지 않고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3월달에는 이렇게 공부합니다!
3월달에는 이렇게 공부합니다! ⓒ 이종일
참 신기합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초등학생이라고 변한 모습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되었다는 자부심보다는 아이의 작은 변화에 신기함을 느끼게 됩니다.

학군 내에서 일부러 작은 학교로 보냈습니다. 2반까지 있고 한 반에 37명씩 1학년 모두가 72명인 학교입니다. 그러나 70년이 된 전통이 있는 학교입니다. 3월 한 달은 적응기간이라고 합니다. 슬기롭게 잘 적응해 주었으면 합니다.

초등학교에 처음 보내시는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 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친구들과 잘 어울려 뛰어 놀았으면 합니다. 공부는 그 다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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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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