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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군뜰의 합창
낚시군뜰의 합창 ⓒ 김대갑

으라차자, 전어다
으라차자, 전어다 ⓒ 김대갑
실종된 늦겨울을 젖히고 때 이르게 찾아 온 초봄의 어느 날. 동백섬 한쪽 끄트머리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 있어 웬일인가 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니 사람들이 낚싯대를 부여잡고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봐서 분명 먹음직한 어류가 바다 속을 돌아다닌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투망을 이리저리 둘러봐도 아무도 잡은 사람이 없다. 물어봐도 대답이 시원찮다.

팔팔한 전어 한마리
팔팔한 전어 한마리 ⓒ 김대갑
기다리기를 10분. 드디어 신호가 왔다. 허허, 어떤 이가 순식간에 두 마리를 낚아 올린다. 전어다! 순수 자연산 전어가 낚시에 걸려온다. 전어를 낚아 올리는 아저씨의 낚싯대가 기세도 좋게 휘어진다. 옆 자리에 앉은 낚시꾼들의 탄성과 시기어린 말투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 놈 참 씨알 굵네
그 놈 참 씨알 굵네 ⓒ 김대갑

아, 저쪽으로 좀 가라
아, 저쪽으로 좀 가라 ⓒ 김대갑
어떤 이는 부지런히 미끼를 갈고, 어떤 이는 밑밥을 연신 뿌린다. 들어 올리는 낚싯대를 보니 잔잔한 바늘이 10개씩이다. 참 부지런도 하시지. 좁고 가느다란 낚시 바늘에 일일이 미끼를 끼우는 그 정성이란!

갈매기들은 무슨 일로?
갈매기들은 무슨 일로? ⓒ 김대갑
저 멀리 광안대교에서 부지런한 일상들이 반짝거린다. 광안 대교를 지나는 사람들은 뭐가 그리 바쁠까. 작은 햇빛 조각들이 광안대교에서 연방 피어오른다. 바다와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낚싯군들의 일상은 봄날의 고양이처럼 나른하다. 느리게, 느리게. 천천히, 천천히.

낚시는 오랜 기다림이야
낚시는 오랜 기다림이야 ⓒ 김대갑
은빛 바다가 오륙도 사이로 넘실거린다. 바다는 꿈을 꾸고, 섬은 물결 따라 춤을 춘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나른한 오후의 기운이 팽팽한 낚싯대 위로 흘러다닌다.

열심히 하자
열심히 하자 ⓒ 김대갑
"어이, 전어 회 좀 뜨지. 내가 소주 사 올게."
"두 마리만 더 잡고."
"대충 먹고 가자, 바람도 차다."
"기다려 봐."

오륙도 사이로 흐르는 은빛 바다
오륙도 사이로 흐르는 은빛 바다 ⓒ 김대갑
싱거운 대화를 들으며 돌아나서는 길. 부디 그들의 전투가 무사히 종료되기를 바랄 뿐. 밑밥을 노리는지 갈매기들이 바다 위를 떠다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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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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