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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늦겨울을 젖히고 때 이르게 찾아 온 초봄의 어느 날. 동백섬 한쪽 끄트머리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 있어 웬일인가 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니 사람들이 낚싯대를 부여잡고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봐서 분명 먹음직한 어류가 바다 속을 돌아다닌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투망을 이리저리 둘러봐도 아무도 잡은 사람이 없다. 물어봐도 대답이 시원찮다.
기다리기를 10분. 드디어 신호가 왔다. 허허, 어떤 이가 순식간에 두 마리를 낚아 올린다. 전어다! 순수 자연산 전어가 낚시에 걸려온다. 전어를 낚아 올리는 아저씨의 낚싯대가 기세도 좋게 휘어진다. 옆 자리에 앉은 낚시꾼들의 탄성과 시기어린 말투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어떤 이는 부지런히 미끼를 갈고, 어떤 이는 밑밥을 연신 뿌린다. 들어 올리는 낚싯대를 보니 잔잔한 바늘이 10개씩이다. 참 부지런도 하시지. 좁고 가느다란 낚시 바늘에 일일이 미끼를 끼우는 그 정성이란!
저 멀리 광안대교에서 부지런한 일상들이 반짝거린다. 광안 대교를 지나는 사람들은 뭐가 그리 바쁠까. 작은 햇빛 조각들이 광안대교에서 연방 피어오른다. 바다와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낚싯군들의 일상은 봄날의 고양이처럼 나른하다. 느리게, 느리게. 천천히, 천천히.
은빛 바다가 오륙도 사이로 넘실거린다. 바다는 꿈을 꾸고, 섬은 물결 따라 춤을 춘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나른한 오후의 기운이 팽팽한 낚싯대 위로 흘러다닌다.
"어이, 전어 회 좀 뜨지. 내가 소주 사 올게."
"두 마리만 더 잡고."
"대충 먹고 가자, 바람도 차다."
"기다려 봐."
싱거운 대화를 들으며 돌아나서는 길. 부디 그들의 전투가 무사히 종료되기를 바랄 뿐. 밑밥을 노리는지 갈매기들이 바다 위를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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