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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장터. 정선아라리 가락이 절로 흥얼거려진다.
ⓒ 강기희
강원도 정선은 골이 깊다. 골이 깊으니 물길도 깊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아라리 가락처럼 이리저리 휘돈다. 계곡을 흘러내린 물이 산자락을 치면 산자락은 자신의 몸을 덜어내 물길을 만들어 준다.

골 깊은 정선 땅은 정선아라리 가락을 닮아있다

산이 많은 정선은 계곡도 많다. 계곡은 사람을 부르고 사람들은 계곡 틈에서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드문드문 보이는 집들은 그렇게 생겨났다. 포근한 날 아침이면 구름인지 안개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것들이 계곡과 집을 삼킨다.

계곡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이 안개인지 구름인지 하는 것엔 관심도 없고 그 알 수 없는 것들 위를 둥둥 떠다닌다. 사람들은 집에 빗자루가 있어도 그것들을 쓸어내지 않는다. 해가 떠오르면 댓돌 위에 이슬 뿌려놓고 사라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천을 이루고 천은 다시 큰 강을 만든다. 남한강 상류인 조양강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조양강은 정선읍내를 휘감아 도는 물로 정선 사람들의 젖줄이다. 조양강이라는 이름은 정선의 진산인 조양산에서 비롯되었다. 조선조 때만 해도 조양강의 이름은 '동강(桐江)'이었다.

동강이라는 이름이 어떤 연유로 조양강으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크게 반가운 이름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지도에부터 조양강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걸 보면 아마도 왜(倭)가 강 이름을 바꾼 건 아닌가 싶다.

새로움을 좇아야 하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거꾸로 오래된 것이 좋아 보일 때가 있다. 강 이름도 그렇다.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식이 조금만 있다면 잃어버린 강 이름 하나 찾는 일이야 그리 어려울 일도 아닐 것이다. 새로운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듯 강 이름도 옛 이름이 더 간곡할 때가 있다.

정선 5일장을 찾는 이들의 마음도 그러하리라. 오지라고 소문난 정선의 장터까지 오는 것은 도시에서 만날 수 없는 인간의 정이 간곡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중의 고단한 삶이 녹아있는 정선아라리 가락을 흥얼거리며 장터를 휘휘 돌다 난전에서 아우라지 막걸리로 술추렴도 하고 배고프면 메밀국수도 한 그릇 하는 것. 그것이 시골 장터를 찾는 맛이다.

시골이라고 다 인심이 좋은 것만도 아닐 것이어서 어쩌다 야박하다 싶은 사람을 만나면 가래침 탁, 뱉으며 "시골인심 더럽네!" 할 수도 있는 곳이 장터의 매력이다. 무뚝뚝한 정선사투리가 싸우자고 하는 소리처럼 들려 "거참 성질 사납네" 하다가도, 덤으로 얹어주는 전병 하나에 "방금 전에 한 말은 취소요!" 하며 넉살 좋게 껄껄 웃을 수 있는 곳 또한 시골 장터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 말린 민물고기를 고르고 있다. 제사에 쓰이는 것은 반드시 고기가 나무에 꿰어져야 한다고.
ⓒ 강기희
▲ 맑은 물에서 잡은 민물고기. 간장에 졸여놓으면 밥 도둑이다.
ⓒ 강기희
정선 산나물로 보름상 차리면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다

매월 끝자리가 2일과 7일에 열리는 정선 장터는 사람 사는 재미가 남다른 곳이다. 닷새마다 서는 정선 장터는 시골 아낙들이 챙겨온 정감 어린 물건들로 가득하다. 집에서 먹어야 할 것도 아들 또는 며느리 몰래 챙겨 나와 객지 손님들께 풀어놓는 곳이 정선 장터다.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은 곳엔 먹을 것도 많은 법이다.

그것들을 다 소개하자면 막걸리 서너 동이쯤 놓아두고 몇 날 며칠을 쉼 없이 이야기해도 모자란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껴지는 것이 여행의 참맛이라고는 하나 장터 순례라는 게 다 알고 오면 그것 또한 신명이 줄어드는 법. 오늘은 정선 장터의 산나물에 관해서만 이바구 할까 한다.

곤들레 맨들레 늘어진 골에 당신은 나물뜯고
나는 꼴비며 단둘이나 가자

한질 담넘어 두질 담넘어 나물뜯는 저 처녀
눈치가 있다면은야 이내 당자를 딸아라

지게를 만들 때는 나무를 하자는 말이요
총각색씨 걸어갈 때는 정들자는 말이다

곤두레 딱주기는 내가 다 뜯어줄거니
참나무 참도들치는 그대가 뜯게

한치 뒷산 곤들레 딱주기 이새지 말어라
너뜨두루 가넌에 핑게 임상봉 가자

- '정선아라리' 가사


'정선아라리' 가사에 나오는 산나물에 관한 노랫말이다. 2000여 수가 넘는 '정선아라리' 가사에는 산나물을 뜯으러 가는 남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많다. 처녀가 봄바람을 맞으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는 말이 달리 나온 말이 아니다.

겨우내 집에 있다가 바깥나들이 핑계를 달 수 있는 것이 나물 뜯으러 간다는 것이다. 나물 뜯어 오겠다는데 말릴 부모 없으니 총각과 은근한 만남을 기대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정선지역은 산나물이 지천이다. 산이 높고 깊으니 다른 지역에 없는 산나물도 많다. 당연히 그 맛도 으뜸이다.

정월 대보름을 앞둔 정선 장터에 나온 산나물은 지난해 봄에 뜯어말린 것들이다. 이제 봄이 완연해지면 정선지역의 산과 장터는 산나물이 천지를 이룬다. 정월 대보름이 묵은 나물 먹기의 마지막이니 그 맛도 크다. 정선지역에서 생산한 잡곡으로 오곡밥을 짓고, 오곡밥과 함께 정선지역의 산나물을 차린다면 임금님의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 정선 장터 구경도 식후경. 정선 특유의 먹을거리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 강기희
▲ 솥두껑에다 메밀적을 부친다. 장날엔 손님이 많아 앉아있을 틈이 없단다.
ⓒ 강기희
종류도 많은 산나물, 정선 장터에 다 있다

정선지역에 나오는 산나물은 종류도 다양하다. 취나물만 해도 나물취, 더덕취, 떡취, 미역취, 참취, 곰취 등이고, 다래나무순을 비롯해 딸깍발이, 우산나물, 곤드레, 딱주기, 삽주싹, 참도들치, 참나물, 명이, 산부추, 고사리, 참두릅, 개두릅, 누리대 등 거명하기도 숨찰 정도로 많다.

이 중에서 누리대나 곰취, 참도들치, 곤드레 나물은 깊고 높은 산에 가야만 만날 수 있다. 딱주기는 한약재인 잔대싹이고, 삽주싹 역시 한약재인 청출싹이다. 약재에서 나는 나물이니 당연히 몸에도 좋다. 누리대는 워낙 귀하기도 한데다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탓에 비싸게 팔린다.

정선지방에서 가장 알려진 산나물은 곤드레와 딱주기다. 나물 중에서도 가장 맛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곤드레는 정선과 인근지역의 높은 산에만 자생하는 산나물이라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 볼 수도 없다.

최근 들어 산나물 씨를 채취해 전국 어느 곳에서나 재배를 하고 있지만 그 맛이라는 게 정선의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산나물이라는 게 숲에서 자라야 잎이 연하고 부드러운데 재배를 하면 햇볕을 많이 받은 탓에 잎이 억세고 색이 짙다. 재배하는 나물의 맛이 떨어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요즘 정선 장터에 많이 많이 나오는 나물은 지난해 봄에 뜯은 나물들을 말린 것들이다. 말린 나물은 '묵은나물'이라 하여 '묵나물'이라 하는데, 고사리와 곤드레, 다래나무순, 취나물 등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곤드레는 밥으로 만들어져 별미를 만들어낸다. 정선 장터에 오면 곤드레밥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시인 이승철은 곤드레밥 맛에 반해 정선으로 '곤드레밥 맛기행'을 올 정도다. 그는 맛있는 곤드레밥을 혼자만 먹기 미안해 돌아갈 때는 모친의 것을 따로 싸 가지고 간다.

정월 대보름을 앞둔 지난 27일 장날 정선 장터는 도시인들로 술렁거렸다. 여행복 차림을 한 도시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히 산나물. 그들은 고사리나 곤드레나물 몇 개씩을 사들고 시골 장터에서나 느낄 수 있는 참맛을 만끽한다.

장터에서 등산복차림의 도시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미 막걸리 한 잔씩 했는지 얼굴빛이 좋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서울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왔는데, 함백산과 정암사를 들러 정선 장터를 찾았단다. 들고 있는 보따리가 제법 크다.

"어떤 것들을 샀나요?"
"산나물 하고 느릅나무 껍질, 겨우살이, 황기 등등 샀네요."
"정선은 처음 이신가요?"
"아뇨, 산나물 사러 가끔 옵니다. 한번 오면 주변 사람들 선물용까지 사갑니다. 정선 산나물 인기가 좋거든요. 선물하면 좋아해요."


말린 산나물은 작은 것은 5천원, 큰 것은 1만원 정도이다. 정선 장터에서 파는 산나물은 비싸다 싸다 언급할 수 없다. 들인 공에 비하면 헐하고 먼 길 온 이들에겐 비싸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산나물은 정선에서밖에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귀한 것에 비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

▲ 곤드레나물. 고려엉겅퀴로 삼겹살 구워 날 것으로 쌈을 싸면 몇 근은 뚝딱한다.
ⓒ 강기희
▲ 말린 취나물. 산에 가서 뜯고 말린 정성을 생각하면 5천원도 미안하다.
ⓒ 강기희
정선아라리 가락이 장터를 떠도는 곳인 정선 5일 장터는 귀만 열어 놓아도 즐겁다. 들려오는 정선사투리는 투박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홀로 떠난 여행길이라도 막걸리 한잔 받아놓고 시골 아낙네들의 정을 느낄 수만 있다면 정선 장터 찾은 보람이 있다.

정선사투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독특하다. 지역적으로는 영서지방에 속하지만 영동 지방과 경상도 사투리가 적당히 섞여있다. 굳이 지역을 구분하자면 영서남동부 지방이라 해야 옳을 곳이다.

장터에서 난전을 펼치고 있는 어머니를 찾아갔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한 어머니의 난전은 긴 겨울을 힘들게 났다. 봄을 맞은 장터는 도시인들의 방문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어머니의 난전은 장터 구석에 있었다. 집에서 가지고 간 나물은 절반쯤 팔았단다. 그래도 오늘은 장사가 조금 되었다며 웃는다.

정선 장터를 찾는 도시인들에게 살짝 귀띔하면 물건을 후회 없이 사려거든 어머니처럼 집에서 손수 팔 것을 마련해 나온 아낙들을 찾으라는 것이다. 가지고 나온 것들이 비록 볼품은 없지만 맛은 그 어떤 것에 비할 게 아니다. 정성이 반이라고 그것들을 만들어내는 손맛이 더 크다.

장터를 찾을 때 크게 펼쳐놓고 파는 난전보다 작고 보잘것없는 난전의 물건들이 진짜 물건이라는 것이다. 장터를 아는 이들은 일부러 그런 난전을 찾는다. 시골 장터의 매력을 아는 이들이다.

종이 상자 몇 개에 올려놓은 물건들이라 해봤자 그 가격이 몽땅 떨이를 한다 해도 10만원 어치도 안된다. 그것들을 마련해 나오는 정성에 비하면 돈이란 게 덧없지만 장터에 나온 아낙들의 삶은 그 이상으로 행복하다.

▲ 장날마다 화암약수를 떠다주는 친구.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남모르게 좋은 일 하는 이들이 더 많다.
ⓒ 강기희
▲ 산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 "이건 물에 불려 들기름에 볶아야 맛있어."
ⓒ 강기희
장날마다 어머니 약수 떠다 주는 사람, 알고 보니 친구

어머니를 비롯해 장터에 나온 아낙들에게 장날마다 화암약수 한 병씩을 떠다 주는 사람을 만났다. 전에부터 어머니가 그 사내 자랑을 해서 한번 만났으면 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장날마다 약수를 떠다 주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이 장날마다 약수 떠다 준다. 고맙다고 인사해라."

어머니의 말에 사내와 악수를 하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골스럽게(?) 깎은 스포츠형 머리에 살집이 두툼했다. 흰머리가 절반인 사내는 "뭘요, 다 어머이 같은 분들이라…"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장터 바닥에 앉아 있는 아낙들이 마실 물이 없다는 걸 안 다음부터 약수를 떠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게 어디 쉽나요. 마음먹기도 힘든 세상인데."
"우리 어머이가 몇 해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장터에 나온 분들 보면 어머이 생각이 나서요."


사내의 어머니도 생전 장터에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서 약수를 떠온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물도 사먹는 세상이고 보면 읍내에서 30분 거리인 약수터까지 다녀오는 일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겨울에는 눈 내린 장터를 쓸기도 했단다. 굳이 사내가 쓸지 않아도 될 일인데, 어머니의 장터를 준비하듯 그랬다는 것이다. 사내와 대화를 하자니 세상살이가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요? 혹 친구들 있어요?"

흰머리 탓에 나이는 나보다 많아 보이지만 아무래도 아는 사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내의 집은 정선읍내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송곡마을. 사내의 입에서 나오는 친구라는 이름들이 다 나에게도 친구인 인물들이다.

"그럼 우린 친구잖어? 가만있자, 너 이름이 뭐냐?"

어쩐지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는데 역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다.

"나, 정희교야."
"그래, 이제야 생각난다. 나 강기흰데 알겠냐?"


내 이름을 대자 친구는 "그래?"하며 반갑다며 또 한 번 악수를 했다. 그 친구와 중학교까지 함께 다녔으니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산 세월이 거진 30년이나 되었다.

"어디가서 막걸리라도 한잔 하자."
"나 술 끊었어. 벌써 8년 째야."


친구는 어린 시절 그 모습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요즘 뭐하냐 물었더니 지금은 겨울이라 논다고 했다. 농사철이 되면 다시 바빠질 거라고. 농사를 직접 짓는 게 아니라 남의 일을 하며 산다는 친구는 헤어질 때 이런 말을 했다.

"어디 일자리 좀 없을까.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펴. 가스배달 차 같은 거 잘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자리 있으면 알아봐 주라."

친구의 말에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런 사정이 있으면서도 장날마다 약수를 떠다 주는 게 더 고맙고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알았다며, 꼭 알아봐 주겠다며 또 한 번 악수를 했다.

오후 4시가 넘자 장터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 조용하다. 도시인들이 떠난 자리는 지역의 아낙들이 장을 보러 나왔다. 부스럼을 사고, 산나물을 사고, 간고등어 한 손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정선사람들. 그들의 저녁상에 정선 장터의 정이 듬뿍 올라갈 일만 남았다.

파장 시간이 되자 장터에서 난전을 펼치고 있던 아낙들도 하나 둘 보따리를 싼다. 그들은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농촌 마을에서 온 아낙들이다. 신월리나 광하리 또는 덕송리가 집이다.

4월 초 '정선장날열차'가 운행을 개시하고 봄나물이 본격적으로 나오면 아낙들은 더 많아진다. 그때가 되면 한 계절 쉬었던 정선아라리 창극과 정선아라리 거리공연도 다시 시작한다. 그러면 정선 장터는 잔칫날처럼 변한다. 혼자만 즐기기 아까운 풍경이다.

어머니의 보따리도 아침 장터에 올 때보다 많이 가벼워졌다. 며칠 전 말린 나물은 두 덩이가 남았다. 오늘 어머니가 가지고 나온 나물은 취나물과 개두릅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보따리를 챙겨 차에 싣는다. 어머니 얼굴이 밝아 보이면 아들의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어머이, 내가 쏠 테니까 장칼국수 먹고 갑시다."

기분이었다. 곧 날이 어두워지는 것도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좋다. 나도 어쩐지 배가 고프구나."

어머니와 아들이 장터를 빠져나오자 정선 장터는 파장에 들어간다. 장터에 나온 아낙들도 못다 푼 정은 다음 장에나 풀겠다며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간다. 정선 장터도 그렇게 저문다.

▲ "새로나온 돈은 꼭 포장지 같네요?"
ⓒ 강기희

덧붙이는 글 | <이 물건 여기가면 싸다>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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