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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으로 인한 여성 연예인들의 자살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로부터 영화배우 이은주, 탤런트 정다빈, 가수 유니.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죽음을 선택한 이은주씨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개인적 일정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했다.
ⓒ 여성신문
[홍지영 기자] 최근 유니와 정다빈 등 우울증으로 인한 여성연예인들의 자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100명당 15명이 걸릴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질병이다. 반면 자살자의 60%가 우울증 환자일 만큼 '치명적'인 질병이고, 여성 우울증 환자가 남성 우울증 환자의 최고 4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여성' 질병이다. 특히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따른 생리적 변화와 남성 중심 사회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여성들이 우울증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또 우울증의 정도가 심할수록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제 때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IMF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인구 10만명당 24.2명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할 만큼 우려되는 수준이다. 특히 10~20대 여성의 경우, 사망 원인 1위로 '자살'이 꼽힐 정도.

이처럼 우울증이 자살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에 사회적 대처가 필요한 질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왜냐하면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2조153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남윤영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우울증이 지속되면 몸의 기능도 함께 저하되기 때문에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못하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이 수주 이상 지속되면 일단 우울증을 의심해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여성의 경우 변화에 예민한 편이라 우울증에 걸리기도 쉽지만, 반대로 도움도 쉽게 요청하는 편이라 치료에도 협조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남성은 도움 받기를 거절해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술로 해소한다든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므로 더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현재 전국의 우울증 환자 수는 남성 18만8545명, 여성 75만8457명으로 총 94만7002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계된다. 하지만 정작 치료를 받는 사람은 고작 10~25%에 불과하다.

@BRI@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스트레스센터 소장은 "우울증의 경우 조기치료가 가능한 치료방법이 많이 개발됐는데도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약물치료의 경우 중독성이 없고 수주 이내에 건강한 상태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확실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화와 인터넷으로 정신건강 관련 문제에 대해 24시간 상담을 하고 있는 전준희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 팀장은 "누군가 죽고 싶다고 할 때 반박하지 말고 잘 들어주며 공감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쉽고도 중요한 팁"이라고 말했다. 월 평균 600통의 전화가 이곳으로 걸려오는데,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본인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전 팀장은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그 사람 말에 100% 귀를 기울일 것"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오는 4월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에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자살 예방 교과서'가 선보일 예정이다. (사)한국자살예방협회(회장 이홍식)가 기획한 교과서에는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등 관련 전문가 40여명이 참여했다.

김희주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국장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 교과서에는 자살의 원인, 예방법, 위기관리법, 정책 등 자살 예방과 관련한 내용이 총망라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자가진단


다음 9개 항목 중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1~2번 항목에서 1개 이상의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치료를 요하는 '주요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1. 하루의 대부분, 거의 매일 우울한 기분이 지속된다.

2. 모든, 또는 거의 모든 일상활동에서 흥미나 즐거움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있다.

3. 의도적으로 체중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저한 체중 감소 또는 체중 증가(예: 1개월 동안 5% 이상의 체중 변화)가 나타난다. 또는 식욕의 현저한 감소나 증가가 거의 매일 나타난다.

4. 거의 매일 불면이나 과다수면이 나타난다.

5. 거의 매일 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를 나타낸다.

6. 거의 매일 피로감이나 활력의 상실이 나타난다.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낀다.

8. 거의 매일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이 나타난다.

9.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단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특정한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에 대한 생각, 또는 자살 기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특정한 계획을 지니고 있다. / 미국 정신의학회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 제4판


"지속적인 훈련 통해 사회 복귀 기회 줘야"
'서초좋은집', 20~50대 회원 7명 함께 생활

"여기서 지낸 지 3년 3개월이에요. 이번 설을 지내면 이곳을 나와 독립생활을 하게 되는데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또다시 환청을 들을까봐 그게 가장 무서워요."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서초 좋은집(원장 임영희)'에서 지내고 있는 송미현(가명·33)씨의 토로다. 서초 좋은집은 대개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시작된 정신질환자의 사회 복귀를 원활하게 돕기 위해 마련된 입소·주거시설로 현재 이곳에는 송씨를 포함해 20~50대 회원 7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실연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시작해 심각한 정신분열을 앓은 송씨는 3년 넘게 이곳에서 생활했다. 입소기간 3년이 지나면 이곳을 나와야 하기 때문에 송씨는 함께 지낸 회원 언니와 함께 다음달이면 독립생활을 시작한다.

송씨가 이곳에 오게 된 건 1년간 입원했던 국립서울병원의 사회복지사 추천 덕분이었다. 정신질환은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퇴원을 한다고 해도 가족들이 준비가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환자 자신도 사회에 곧바로 나가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정신질환의 재발률도 낮추고,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곳이 바로 송씨가 지내고 있는 주거시설이다.

이곳에서는 밥짓기, 장보기, 은행에서 돈 인출하기 등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일이 다 훈련의 한 과정이다. 정신분열 등 극도의 정신질환을 앓은 이들로서는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임 원장의 얘기다. 현재 주거시설을 비롯해 사회 복귀를 돕는 시설은 전국 138곳에 이른다.

송씨는 1년 전부터 한남전문직업학교 미용과에 다니고 있다. 미용사 자격시험에 3번이나 떨어져 스트레스를 겪고 있긴 하지만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7년간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2년간을 밤낮이 뒤바뀐 채 울며불며 술을 끼고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남자친구 어머니 목소리로 '너 술 마시지 말라고 그랬지?'라는 환청이 들리기 시작한 거예요."

그날 이후로 계속되는 환청에 시달린 송씨는 언니·오빠의 도움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처음에는 자신이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인정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우울증으로 시작한 질환은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고 지독한 환청에 시달렸다. 요즘은 상태가 많이 호전됐지만 간혹 스트레스를 받으면 옛날 일이 다시 떠올라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곤 한다고 송씨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임 원장은 "이곳에 입소하는 회원들은 이미 우울증을 넘어서 만성 정신질환을 겪은 분이 대부분이라 감정표현·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한 편"이라며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사회 복귀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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