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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 남측 전경
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 남측 전경 ⓒ 이준혁
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 생태호수
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 생태호수 ⓒ 이준혁
흔히 하수처리장이라고 하면 혐오시설을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하수처리장은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장터 등과 함께 대표적인 님비(NIMBY) 시설로 꼽힙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다녀왔던 곳은 기피시설로 취급되는 하수처리장도 어떻게 만들고 가꾸는지에 따라 환영받을 수 있는 시설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바로 부천에 있는 '남부수자원생태공원'입니다.

지도를 펴 봅시다.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부천시 그리고 경기도 광명시가 맞닿는 지역에 유한대학과 성공회대학교가 있습니다. 그 부분에 남으로 빠지는 조그마한 길이 보이지 않으신지? 오늘 소개할 남부수자원생태공원은 바로 이 접경지역에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구로구 항동, 경기도 부천시 범박동,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이 맞닿는 곳. 이곳에는 대부분 지도에서는 볼 수 없는 철도인 '경기화학선'이 있고, 작년 9월 20일에 개장한 남부수자원생태공원이 있습니다.

저수지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려 이 지점부터 걸어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많은 것을 보며 20~30분 정도 걸으면 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이 나올 것이다.
저수지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려 이 지점부터 걸어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많은 것을 보며 20~30분 정도 걸으면 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이 나올 것이다. ⓒ 이준혁
경기화학선은 하루에 야간 2회 운행뿐인 단선철도로서 현재 동네 꼬마들의 놀이터 혹은 마을 주민들의 통행로가 되기도 한다.
경기화학선은 하루에 야간 2회 운행뿐인 단선철도로서 현재 동네 꼬마들의 놀이터 혹은 마을 주민들의 통행로가 되기도 한다. ⓒ 이준혁

@BRI@경기화학선은 본래 '경기화학'이라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철도로 경인선 오류동역에서 갈라져 경기화학까지 이어집니다(주: 경기화학에 닿기 전 또 다른 철도가 분기하는데 별도 명칭과 계통을 지닌 철도다).

철도에 기차가 활발히 달리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야간에 정기적으로 두 차례만 운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화학선은 동네 꼬마들의 놀이터 혹은 마을 주민들의 통행로가 되기도 하며, 서울과 멀지 않은 곳에서 시골 스타일의 독특한 배경을 담으려는 사진동호인들의 비밀(?) 출사지가 되기도 한답니다.

오류동역에서 6614번 버스를 타고 저수지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경기화학선을 볼 수 있습니다. 내린 자리에서 남부수자원생태공원까지 걷는 데에는 대략 20분에서 30분 정도. 가는 길에 때로는 높이 5m 정도인, 아래가 훤히 보이는 철교를 태연한 마음으로 지나야 할 때도 있지만 조금씩 걸으며 철도, 철교 모습과 도시 근교 그린벨트 구역의 실상을 살펴보는 것은, 이곳이기에 접할 수 있는 값진 체험이 아닐까 합니다.

너무 두려워하면, 경기화학선 도중에 나타나는 높이 5m, 길이 10m 정도의 철교를 건너기는 쉽지 않다.
너무 두려워하면, 경기화학선 도중에 나타나는 높이 5m, 길이 10m 정도의 철교를 건너기는 쉽지 않다. ⓒ 이준혁
철도 분기점. 두 번의 철도 분기점을 맞게 되는데 두 번 모두 왼쪽으로 가야 한다. 오른쪽은 군사시설이나 경기화학 공장으로 이어지는 철도이다.
철도 분기점. 두 번의 철도 분기점을 맞게 되는데 두 번 모두 왼쪽으로 가야 한다. 오른쪽은 군사시설이나 경기화학 공장으로 이어지는 철도이다. ⓒ 이준혁
중간의 철도 분기점마다 좌측을 택하여 20분에서 30분 정도 걷다 보면, 좌측으로 꽤 잘 지어진 건물과 공원녹지가 보일 것입니다. 바로 '역곡하수처리장'이자 '남부수자원생태공원'이기도 한 곳입니다.

환경오염이 심한 역곡천(주: 목감천을 거쳐 안양천으로 흐르는 하천) 하수의 근원인 항동과 역곡동에서 나오는 하수를 처리코자 서울시와 부천시가 899억원을 공동 투자하여 수처리시설은 모두 지하로 놓고 지상에는 축구장, 야외공연장, 풋살경기장, 산책로 등을 갖춘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건설한 곳입니다.

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 남측 전경
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 남측 전경 ⓒ 이준혁
말만 친환경 생태공원이 아닙니다. 오는 2008년 1월부터 강화되는 법적방류수질기준 이하에 맞춰 건설했으며, 역곡천 상류의 건천화 방지를 위해 1.9km의 재이용수(2만3000t/일 생산) 관로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또한 공원 청소용수는 물론 물고기와 수초가 서식하는 생태연못에 쓰는 물 등 식수를 제외한 공원 내 모든 용수는, 이곳에서 정화된 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겉으로 봐서는 잘 지어진 정원 같은 곳이며 물에는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더군요. 볼수록 놀라웠습니다.

서울에서 쉽게 찾기 힘든, 직접 걸어다니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철도와 시골 분위기의 자연환경.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의 하수처리시설을 인접 지자체 간의 협의와 공동 투자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휴식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모범 사례.

아직 개발의 손길이 덜 가 있는 이곳에 여름이 되면 정선이나 장성에서나 즐길 수 있는 레일바이크가 들어오며 '푸른수목원'도 생길 예정입니다. 서울, 부천, 광명 시민 모두 누릴 수 있는 도시 속 자연환경의 현재에 감탄하며 미래의 달라질 모습도 기대해 봅니다.

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 축구장
부천 남부수자원생태공원 축구장 ⓒ 이준혁
역곡천하수처리장은 남부수자원생태공원 아래에 있다. 하수처리시설로 들어가기 위한 진입계단 및 부수업무시설도 건축적으로 아름답게 잘 지어놓아 인상적이다.
역곡천하수처리장은 남부수자원생태공원 아래에 있다. 하수처리시설로 들어가기 위한 진입계단 및 부수업무시설도 건축적으로 아름답게 잘 지어놓아 인상적이다. ⓒ 이준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korea.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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