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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따뜻한 온돌방에서 즐겁게 지내야 하는 설날에 할머니들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았습니다.
ⓒ 배만호
▲ 반납하려고 모은 주민등록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배만호
경남 함양군 서상면 골프장건설반대대책위는 정해년 설날인 18일 오후 2시 서상면 버스터미널에서 출향민 100여명과 주민 200여명이 모여 골프장 건설 철폐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 아이를 데리고 부모님을 찾은 아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 배만호
설을 맞이하여 고향을 방문한 어린 손자들과 일흔이 넘은 나이에 고향에 뼈를 묻겠다며 참가한 노인들은 "데모란 걸 태어나서 처음 한다"며 머리에 붉은 띠를 둘렀다. 이정옥 서상면골프장건설반대대책위원장은 "6.25전쟁 이후 이런 생난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군청에 불을 싸 질러뿌고 내도 죽어불끼다"며 일부 주민들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외치기도 하였다. 서상면 주민들은 "태어난 곳에서 뼈를 묻고 살 것"이라며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주민생존권은 안중에도 없이 골프장 추진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천사령 함양군수의 군정에 항의하며 "우리는 더 이상 함양군민이 아니다"며 항의 표시로 주민등록증을 반납했다.

주민들은 서상버스터미널에서 서상면사무소까지 행진하면서 노란 리본 천여개를 서상면 내 가로수에 걸어 주민들의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 노란 반대 리본을 달고 있는 서한규 반대대책위 사무국장
ⓒ 배만호
▲ 서상면사무소를 향해 행진하는 모습. 다른 집회와는 달리 비장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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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서상면사무소에 도착하자 서상면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문을 잠그고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위대가 흥분하자 면장은 뒷문으로 나와 '진정하고 해산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30여분 대치상태가 되자 주민들은 각 마을 대표들을 구성하여 면장과 군의원을 상대로 면사무소에서 대화하였다. 골프장건설반대대책위는 서상면민 1140명의 골프장건설반대 서명이 적힌 용지와 주민등록증을 면장에게 전달하였고, 서상면장의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서를 받은 뒤 오후 5시 30분경에 자진 해산했다.

▲ 주민들의 요구로 각서를 쓰고 있는 박해룡 서상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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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함양군 서상면은 자연건강식품산업화 특구(2005년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5회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에서 지정)로 지정되었다. 서상면을 친환경농산물 생산의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해놓고, 함양군은 서상에 두 곳에 걸쳐 100만평 규모의 54홀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것.

이에 대책위는 '함양군수의 일관성 없는 군정과 주민자치시대에 지역민을 무시한 처사로 몰상식한 탁상행정이 아니면 골프장과 관련한 이권이 개입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서상 대남골프장의 경우 사업자측의 지질조사와 관련하여 주민이 진입로를 통제하는 등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으며, 서상면 전체도 골프장 건설로 인한 주민과 행정당국, 골프장 사업주와의 갈등이 증폭되어 민심이 흉흉해지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책위 주민들은 함양군과 천사령 군수가 골프장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올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주민소환제를 통해 함양군수를 직접 소환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 함양리조트 현장 사무실 간판을 철거하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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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떨어진 간판조각을 지팡이로 걷어치우는 할머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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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묵히 반대를 외치고 있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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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이 반납한 주민등록증에 둘러 싸여 있는 박해룡 서상면장. 천사령 군수는 골프장 관련 담당 공무원을 서상면장으로 발령하여 주민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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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서상면장의 각서. 각서의 내용은 "함양리조트 개발과 관련한 서상면민의 반대의견을 집회를 통해 확인하였으며, 면장으로서 주민들의 뜻을 좇아 함양리조트 개발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음을 약속드립니다"이다.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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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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