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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신세계 이마트가 최근 104호점 광명점과 105호점 자양점을 개점했다. 하지만 개점 소식에 대한 발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신규 점포 개점 때마다 빠짐없이 보도자료를 내며 경품행사를 선전하던 과거 모습과는 딴판이다.

신세계(004170)는 "광명점의 경우 점포 크기가 워낙 작아 따로 자료를 만들지 않았다"면서 "자양점도 예정보다 오픈시기가 빨라져 발표 타이밍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BRI@하지만 속사정은 다른데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광명점의 경우 이마트 최초의 슈퍼슈퍼마켓(SSM) 규모 소형 점포라는 점에서 대내외 관심이 지대했다. 자양점 역시 약 2년만에 문여는 서울지역 점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단순히 규모가 작거나 시기를 놓쳐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다.

그렇다면 신세계가 이처럼 출점 발표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소형 이마트 출현에 대한 중소상인의 거센 반발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SSM업체들이 출점확대 전략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마저 초소형 점포 개점을 발표하면 모양새가 안좋아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결국 다양한 의혹 제기를 피하기 위해 `스리슬쩍` 출점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지난달 24일과 이달 8일에 광명점과 자양점(3600평)을 개점했다.

◇"미니이마트 광명점을 사수하라"

출점을 지속해야 하는 신세계 입장에서 이번 350평 광명점의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경기 광명시 광명역사거리에 위치한 이 점포는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선 상황에서 이마트의 출점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서울 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형마트는 출점이 없으면 도태되는 업태"라면서 "이제는 규모에 고집하지 않고, 부지에 따라서 이마트의 폼(형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신세계는 현재 공식적으로 SSM 크기 이마트의 확산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광명점을 통해 시장 테스트 작업을 진행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점포에서 괜찮은 수익이 나온다면 소형 이마트의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중소상인들은 어떻게든 소형 이마트의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는 광명점 매장을 되사겠다며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유통점 확산저지 비대위의 김남현 광명시 담당 위원장은 "중소상인들이 돈을 모아 매입한 가격에 되사겠다고 밝혔지만, 가격 협상 과정에서 결렬됐다"면서 "신세계가 매장 매입에 따른 부대비용까지 높은 값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세계는 다른 부지를 사들이면서 어쩔 수 없이 광명점 매장을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되파는 데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신세계 "SSM 시장 진출 말도 안된다"

신세계는 `SSM이란 표현을 쓰지 않되, 미니 이마트를 전국에 깔겠다는 속셈이 아니냐`는 중소 상인들의 주장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박주성 신세계 상무는 "SSM 시장 진출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면서 "광명점은 특별한 케이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정 부회장의 `이마트 폼 다양화` 발언 직후 기자들에게 "(광명점은) 안테나숍 정도로 봐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7일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투명경영대상` 시상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SSM 진출이라는)언론 보도는 과장된 것 같다"면서 "현재로서는 상인들의 반대가 심해 SSM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신세계의 입장에 대해 김남현 광명시 비대위원장은 발끈한다.

그는 "(신세계는) 믿음이 안간다"면서 "큰 그물(대형마트)로 고래를 잡은 이마트가 작은 그물(SSM)로 새우까지 잡겠다는 복안"이라고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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