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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출근을 안 해도 되는 토요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날도 과음하여 귀가했다며 마누라가 바가지를 박박 긁어 마누라 곁에 있는 건 정나미가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하여 딱히 할 일도 없고 해 출근했지요.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자니 무료하여 같은 사무실의 선배님인 M형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사무실에 나와있는데 형은 그냥 집에 계실 거예요?"

@BRI@그러자 '의리파'인 M형은 저를 봐서라도 나오겠다고 했습니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M형이 출근하셨기에 커피를 타다 드리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습니다. 혼자 있을 적엔 그리도 안 가던 시간이 하지만 둘이서 수다를 떨다 보니 냉큼 가더군요. 그래서 역시나 이 세상은 혼자선 못 사는 세상이지 싶었습니다.

하여간 금세 정오가 도래했기에 우린 퇴근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굳이 나오시라고 하였기에 M형께 점심이라도 한 끼 대접하는 건 당연한 도리라고 느꼈습니다.

"형, 기왕 나오신 김에 점심이라도 드시고 가세요."

얼마 전 대전광역시청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이츠 대전'(It's daejeon)에서 '맛있는 집'이란 타이틀로 어떤 식당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 집에선 평소 제가 너무도 좋아하는 육개장을 잘한다는 칭찬을 구구절절 써 놓았기에 일찌감치 스크랩을 해두고 있던 터였지요.

"형, 육개장 좋아하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M형의 차를 타고 대전시 동구 삼성동 소재의 '(옛)명랑식당'을 난생 처음으로 찾아갔습니다. 한밭중학교 앞 한국문구의 옆 골목으로 잠시 들어가 구(舊) 중동파출소 중간에 위치한 명랑식당은 밖에서 보기엔 허름해 별로 볼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집에 들어선 순간 가득한 손님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잘 왔구나!'는 생각에 흠씬 빠져 들었습니다. 그 식당의 메뉴는 육개장(1그릇에 4000원)과 파전(4000원), 딱 두 가지뿐이었는데 주머니에 별로 지닌 게 없었기에 파전은 관두고 육개장 두 그릇과 소주 한 병만을 시켰습니다.

근데 이윽고 상에 오른 육개장은 정말이지 저의 오감(五感), 그러니까 시각과 청각, 후각과 미각에 이어 촉각까지 두루 만족시키는 육개장의 지존인 그런 탁월한 맛이었습니다. 뚝배기에 담겨져 나온 뜨끈한 육개장은 고기를 먹기 좋게 결대로 찢어져 있었고 파와 양념도 적당하여 한 눈에도 먹음직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저는 어떤 음식이 제 입에 맞아 너무나 맛이 있는 것이라면 함구한 채 열심히(!) 입에만 떠넣는 스타일입니다. 땀까지 뻘뻘 흘리면서 말입니다. 그같이 제가 너무도 열심히 육개장을 먹노라니 M형께선 저를 보곤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이 육개장이 그리도 맛 있나?"
"그럼요~ 대전에는 육개장을 잘 하는 집이 드문데 이 집은 정말 육개장 맛이 끝내주네요!"

그렇게 육개장 두 그릇에 소주 한 병을 잘 먹곤 셈을 치르고자 일어났습니다.

"얼마죠?"

얼추 일흔은 넘어 보이시는 주인 어르신 말씀이 제 예상 금액이었던 1만1000원과는 사뭇 다른 고작 9000원이라고 하셨습니다. 순간 뛸 듯이 반가웠고 더불어 술은 마치 공짜로 마신 듯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식당에선 소주를 한 병에 겨우 1000원만 받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소주 한 병에 3000원을 받고 있음은 누구나가 아는 '상식'입니다. 근데 그 식당에선 그같이 1천 원만 받았으니 저의 기쁨은 마치 하늘로 오르는 그네를 타는 그런 심정과도 같았습니다.

"형, 잘 드셨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잘 먹었다는 M형 역시도 소줏값이 그렇게나 싼 집은 처음 봤다며 다음에 또 오자고 하셨습니다. '사철탕'으로도 회자되는 개고기는 안 먹습니다. 하지만 쇠고기를 삶아서 살코기를 알맞게 뜯어 넣고 얼큰하게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육개장은 참 좋아합니다.

근데 제가 살고 있는 이곳 대전에선 기실 육개장을 잘 하는 집을 그간 별로 보질 못 했지요. 그렇지만 이제 어제 발견한 명랑식당에 있기에 저는 행복합니다. 그 식당은 육개장의 맛도 지존의 반열이지만 소주 한 병을 겨우 원가에 가까운 1천 원만을 받고 있기에 그 집을 나오는 주당들의 모두는 참으로 즐겁고도 '명랑함'의 기운마저 덩달아 희희낙락으로 향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물건, 여기 가면 싸다!' 응모 글입니다  

명랑식당: ☎042-623-5031, 영업시간: 12:0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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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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