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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무등산 설경
2007년 1월 무등산 설경 ⓒ 나천수
산에 오르면

글/나천수


산에 오르면
오른 만큼 멀리 보인다.
십리 밖이 코앞이요
백리 밖도 눈앞이다.

멀리 보려고
더 많이 오르려 하나
산의 꼭대기 올라갔다고
세상 끝이 보이랴.
천리만리 밖이 보이랴만
오르고 오르면
산더미처럼 짓누르고 있는 세상이
새털처럼 가벼운 세상이 되어
내 눈 높이에서 작은 액자처럼 걸려있어
하늘만큼 큰 세상을
땅만큼 작은 세상으로 보려고
산으로 가나보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더 많이 먹을수록
유년의 시절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유년의 시절이 그리워
유년의 모습을 가까이 보려고
나이를 먹는지 모른다.

산에 오르는 것도
나이를 먹는 것도
멀리 있는 것 가까이 보려는 거다.
태산보다 높은 산에 오르면
삼천갑자 동방삭 보다 더 나이를 먹으면
전생도 보일 것 같다.
내세도 보일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를 먹고
높은 산에 오르려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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