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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고등학교 전경입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수년동안 고쳐서 쓰고 있습니다.
ⓒ 배만호
바닷물이 썩지 않은 채 유지되는 이유는 3.75%의 소금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주 적은 양의 소금 덕분에 바다는 언제나 푸른빛을 띤 맑은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지요. 우리 사는 세상도 그렇지 않을까요? 정치가 머리 아프게 하고, 경제가 어렵더라도 사는 것이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3.75%의 소금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BRI@이제 많은 학생이 2월이면 졸업, 3월이면 입학을 합니다. 떠나고 다시 맞이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마음속으로만 그려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습니다.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배우고, 하고 싶은 공부를 돈 때문에 접어야 하는 현실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생겨난 학교가 있습니다. 돈이 절대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지리산고등학교'가 바로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1998년에 '지리산고등학교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2004년 3월에 제1회 입학생을 뽑을 때까지 지리산고등학교는 수많은 사람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몇몇 애정이 있는 분들이 목돈을 주시기도 하였지만, 작지만 꾸준하게 후원을 해 주는 분들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티는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최초 설립자인 고창효 선생님과 현재 교장으로 있는 박해성 선생님의 노력도 무시할 순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닌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기본법 제4조에는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돈이 없다고 하여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지요.

▲ KBS '6시 내고향' 프로그램의 '백년가약' 팀에서 지어 준 건물입니다. 학교와 마을의 도서관 및 체련단련실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 배만호
최근 지리산고등학교를 방문해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박해성 교장선생님은 "입시 위주의 교육은 학생들이 또 다른 소외계층으로 남게 되는 문제를 낳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들 학생에게 다시 배움의 기회를 주고자 대안교육의 장이 마련되고 있으나,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이에 지리산고등학교는 ‘사랑의 힘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꾼이 되자’라는 교훈 아래 설립됐습니다"라고 학교를 소개합니다.

지리산고등학교는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기보다는 남에게 늘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하고,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되기보다는 마음이 따뜻한 학생, 첨단기술을 익히기보다는 자연의 섭리,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가르친다고 합니다.

지리산고등학교 학생들은 수업료가 없습니다. 모든 학생에게 학비 전액에 해당하는 장학금과 기숙사를 제공합니다. 이 모두가 뜻있는 분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됩니다.

▲ 대한주택공사에서 학생들의 기숙사로 짓고 있는 건물입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기숙사가 없어 선생님과 학생들이 마을 주민의 집에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 배만호
지리산고등학교의 꿈은 작은 학교입니다. 작지만 그 꿈은 크고 높습니다. 감히 어느 누구도 하려고 엄두도 못 내는 일을 지리산고등학교는 하고 있습니다. 전교생이 60명뿐이지만 이들이 가진 꿈은 600명 학교 학생들의 꿈 못지않습니다.

"교육자의 길이란 진정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하며, 학생과 학교를 위해 헌신하여 국가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단지 월급만 받고 시설 좋은 곳에서 편하게 지내다 방학 땐 자기계발도 안 하고 푹 쉬고 그러다 정년을 맞는, 그리고 대충 가르치는 교사가 진정한 스승일까요?" 지리산고등학교 홈페이지에 'HJC'라는 아이디로 올려져 있는 글입니다. 윤리교과서 같은 글이지만, 뭔가 가슴을 찌르는 듯하네요.

▲ 국어를 담당하고 계시는 최영숙 선생님입니다. 방학인데, 당직이어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4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는 것이 미안하다고 하네요.
ⓒ 배만호
국어를 담당하시는 최영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전국의 후원자님들이 보내 주시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그분들의 따뜻한 사랑에 보답하고자 노력합니다."

최영숙 선생님이 매달 받는 월급은 50만원입니다. 각종 공제를 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40여만원입니다. 하지만 최영숙 선생님은 이마저도 미안하다고 하네요.

학생들은 전교생이 매주 마을 주변의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 경로당, 사랑의 집 등으로 봉사활동을 나갑니다. 이렇게 하여 몸소 배운 것을 언젠가는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줄 것입니다.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지금이 방학이네요. 다음 기회에 꼭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입니다. 졸업식 때도 참석해서 어떻게 졸업 행사를 하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http://jirisan.hs.kr 로 접속하셔서 후원회 가입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오는 2월 10일(토요일)에 제1회 졸업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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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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