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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시사저널이 아닌 다른 주간 잡지를 보고 있다. 이른바 텔레마케팅으로 권유를 받아 3년간의 계약을 하고 구독을 시작하게 된 것인데, 구독기간이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주간지라는 것이 그렇다. 매주 발송되어 오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시간이 없거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는 몇 주간 아예 봉투조차도 뜯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 대충 훑어보거나 재활용 버리는 날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애써 만든 분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작금의 시사저널 사태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은 과연 시사저널 정기구독자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나처럼 어떤 잡지를 정기구독할 때 막연하게 그 잡지에 대한 인상이 좋아서 정기구독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정기구독자들은 특정 잡지의 논조나 성향 그리고 정보와 취미 등을 쫓아 구독할 것이다. 특히 시사를 말하는 잡지라면 논조와 성향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까.

@BRI@잡지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편집하고, 사람들이 거기에 호응해 정기구독을 하는 것이라면, 일방적으로 편집의 방향을 바꾸거나 이전의 논조를 묵살하고 다른 방향으로 나간다는 것은 정기구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정기구독자란 일정기간을 담보로 자기가 원하는 방향의 논조를 가진 잡지를 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사람들이다. 그 기간 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과 접근하지 않는 곳으로 편집이 바뀐다면 얼마나 황당해 하겠는가. 잡지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논조를 가진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독자가 다시 생길지는 모르지만, 아직 구독기간이 끝나지 않은 기존 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적어도 내가 매체를 통해 대한 시사저널 노조 기자들은 애사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고, 경영주가 바뀌고,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에도 꿋꿋이 자기 위치에서 일하고 시사저널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이 분들이 지금 주장하는 것도 임금인상이 아니라 편집권의 독립이다.

거대 자본에 대항하면 회사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고, 회사가 휘청거리면 자신들의 위치조차 위태로울지 모르는데도 그 동안 자신들이 지켜왔던 논조와 자긍심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든든한 배경인 독자들의 힘을 입어 맞짱을 떠보겠다고 했던 사람들이다.

솔직히 말해 내가 경영자고 이 정도의 열의와 각오가 있는 직원이 밑에 있다면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누구와 싸워도 이길 자신 있고, 누구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으며, 만에 하나 진다고 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경영진은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노조와 대화하고 수용하기를 바란다. 잡지 또한 신문과 마찬가지로 공기(公器)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만약 진보 성향을 가진 신문이 하루 아침에 보수로 돌아선다면 독자들이 얼마나 황당해 하겠는가.
시사저널 사태를 보며 생각하는 것은 지금의 시사저널이 있게 한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지금의 시사저널이 있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까지 견지해왔던 시사저널의 논조와 성향이고, 그렇게 해온 편집 때문이다. 근간이 바뀌면 안 된다.

쓸데없는 이야기로 글을 마감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시사저널 사태를 보며 결심한 것이 있다. 이 사태가 원만히 수습되고 편집권이 독립이 이루어진다면 나 역시 한 사람의 정기구독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이다. 아마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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