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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우리 집에 올 거야? 오늘 밤?"
비르쥬는 계속해서 우리를 초대했다.

그는 언덕에 와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사람들과 싸움이 난 뒤 우리는 기부금을 털어 아랫마을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기로 했다. 그러면 그들이 장비를 가져올 것이고 더 이상 마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도 된다.

일꾼들의 책임자인 비르쥬는 25세지만 벌써 세 딸의 아빠였다.

"일이 끝나면 오늘밤 우리 집에 가자!"
"미안. 비르쥬. 나중에 가자. 오늘도 가야할 데가 너무 많아. 라케시는 한 달 전부터 짜이 끓여놓고 기다린다고 하고 라타 선생은 밤마다 우리 밥까지 만든다고 하고 은행 아저씨는 초대했는데 안 온 다고 삐졌단 말이야."

그는 고마운 마음에 우리를 초대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우리는 초대에 지쳐있었다. 언덕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이 마을 저 마을에서 수많은 초대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매일 밤 초대 받은 집들을 돌고 있었지만 끝이 없었다.

대부분 가난한 집이어서 대접도 비슷했다. 짜이(밀크 티)와 남킨(인도식 스낵)이 전부. 짜이 맛을 보면 그 집의 살림수준을 알 수 있었다. 아주 가난한 집은 물로 짜이를 끓이고 조금 살만한 집은 우유와 물을 섞었다. 버팔로나 염소를 키우는 집에선 우유로만 끓인 진한 짜이를 내왔다.

'아, 지겨워. 똑같은 음식, 똑같은 이야기. 게다가 비르쥬는 버려진 정부 건물에서 거의 거지처럼 산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왜 저렇게 열심히 우리를 초대하는 거지?'

하지만 우리는 결국 비르쥬네 집에 가게 되었다. 그때 우리는 3단 도시락 통을 들고 다녔다. 사원 앞에서 장이 열린 날 '골라 40루피(1200원)'아저씨에게 산 것이었다. 거기에 친한 식당 주인에게 부탁해 도시락을 챙겼다. 야채 빠니르(인도식 치즈), 알루 빠코라(감자 튀김), 볶음밥 등 우리의 반찬은 늘 화려했다.

비르쥬와 일꾼들도 도시락을 싸왔다. 그런데 람은 꼭 비르쥬의 도시락 보자기를 열어 반찬을 훔쳐 먹었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 반찬을 남겨 놓았다.

"이 사브지(야채 카레)는 정말 맛있어. 역시 집에서 만든 게 맛있단 말이야!"
"윽! 이게 뭐가 맛있어? 무슨 맛이 이래?"

작은 감자 몇 덩이에 풀 같은 게 묻어있는 음식은 한 눈에도 초라해보였다.

그런데 이 초라한 음식을 너무나 신기해하는 여행자들이 나타났다.

"어머머, 이게 인도 도시락이야? 아, 맛있다. 특이하네."
언덕에 올라온 발랄한 여행자들 때문에 신이 난 비르쥬는 또 말했다.

"오늘밤 우리 집에 가요!"
"정말요! 와 너무 재밌겠다. 가요!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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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여행자들과 함께 비르쥬의 집으로 이동했다. 쓰레기 더미와 버려진 건물 사이에 자리 잡은 비르쥬네 집. 한 쪽 구석에선 짜이를 끓이기 위해 애써 불을 지피는 그의 아내가 보였다.

"나마스떼!(안녕하세요)"

한 칸 뿐인 좁은 집에 들어서자 세 명의 아기들이 기어 나와 발목을 휘감았다. 양 쪽 귀퉁이에는 두 노인이 거적 같은 옷을 입고 앉아 우릴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남은 구석엔 지저분한 짐들이 쌓여있었다. 그 속에서 비르쥬는 방바닥보다 더 더럽고 다 찢어져 그물 같은 이불을 깔아주며 거기에 앉으라고 권했다.

'아이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
또다시 투덜대고 있을 때였다.

"어머머! 저것 좀 봐!"
나는 여행자들이 지르는 소리에 놀라 뒤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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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막 지나온 문. 그곳에 가득히 걸려있는 풍경. 까만 밤하늘 아래 락시미나라얀 사원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락시미는 부의 여신이다. 검은 하늘의 별들은 락시미 여신의 목걸이처럼 반짝거렸다. 뒤를 돌아보기 전까지 전혀 짐작도 할 수 없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와~~아........"

초대받은 우리들은 검은 벨벳 위에 은실로 꼼꼼히 수를 놓은 듯한 밤풍경에 넋을 잃고 문 앞에 주르르 앉았다.

아직 어리기만 한 세 딸들이 앙앙거리며 방안 을 기어 다니고 게다가 매일 먹을거리를 걱정해야했지만 그렇지만 비르쥬네 집은 경치가 좋았던 것이다.

"비르쥬, 진짜 멋있어! 저것 좀 봐. 넌 궁전 앞에 사는구나!"

비르쥬는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진짜 환하게 웃을 줄 안다. 집에서 하나 뿐인 문을 열면 쓰레기 더미와 병든 개들만 보이는 다른 집들과 달리 그의 집에선 멋진 밤의 궁전이 보였다. 그러니 비르쥬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환한 미소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세계엔 분명 온갖 것이 다 들어있었다. 가난한 비르쥬의 세계에 웃음은 없을 거라고, 그저 맛없는 짜이 뿐 일거라고 생각했던 건 습관적인 것이었다.

그날 비르쥬는 역시 물에 탄 맛없는 짜이와 구멍가게에서 파는 최고로 싼 과자를 내왔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평범한 짜이가 아니었다. 최고로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마시는 황홀하고 독특한 짜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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