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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와인터널의 내부
청도 와인터널의 내부 ⓒ 김준희
와인터널에서 전시하는 와인
와인터널에서 전시하는 와인 ⓒ 김준희
일행은 차에서 내려 와인터널로 들어갔다. 이 터널의 길이는 약 1000m, 긴 공간의 뒤쪽은 저장고이고 앞쪽은 전시공간이자 카페로 사용한다. 터널로 들어서자 느껴지는 서늘한 기분, 곳곳에 있는 조명 때문에 분위기 있는 어둠을 만들고 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 일행은 모두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자 화이트 와인이 돌고 안주로 육회와 과자, 그리고 감말랭이가 놓여졌다.

이런 상황에서 술을 안 마실 수 있을까? 감와인은 청도반시로 만든 것이다. 감이 마치 쟁반처럼 생겼다고 해서 '반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포도로 만든 와인보다 맛이 좋고 숙취도 한결 덜하다고 한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차례대로 맛보았다. 감와인의 도수는 12도. 맛은 약간 떫은 듯하면서도 달콤한 기운이 돈다. 앞에서는 색소폰 연주자가 자리를 잡고 서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만남'부터 시작해서 '섬마을 선생님' '마이 웨이'. 조용하고 아늑한 어둠의 터널 그리고 색소폰과 와인. 지금 시간은 오후 1시 30분이다.

벌건 대낮에 와인을 마시고 취해도 괜찮을까? 또 한편으로는 '좀 취해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약간 어두운 터널이라서 얼굴이 발개지더라도 티가 나지 않는다. 물론 터널 밖으로 나가면 바로 표시가 나겠지만.

마지막으로는 아이스 와인을 마셨다. 화이트, 레드 와인보다 더 달콤한 느낌. 아무래도 이번 투어는 먹는 투어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이런 장소에 와서 낯선 음식을 접할 때면 '먹어야 한다'라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겨난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그 지방의 색다른 음식을 접할 수 있겠나.

조금씩 현대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풍각장터'

감물염색장 내부
감물염색장 내부 ⓒ 김준희
염색 후에 천을 말리고 있다.
염색 후에 천을 말리고 있다. ⓒ 김준희
약간 알딸딸해진 일행은 와인터널을 나와서 감물염색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감물염색도 역시 청도의 특산물이다. 글자 그대로 감즙을 이용해서 염색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찾은 체험장은 '꼭두서니' 공방이다. 이곳의 작업장에서 하얀천을 감물에 푹 담가서 염색하는 모습을 보고나서 전시실로 향했다. 전시실에는 감물로 염색한 많은 상품들이 있다. 개량한복과 방석은 물론이고 작은 가방과 손수건, 목도리 등도 전시하고 있다.

감물염색은 인공재료를 첨가하지 않는 천연염색이다. 그래서 이 감물염색을 이용한 옷을 입으면 피부에 좋고 특히 아토피에도 효과가 있다고. 꼭두서니 공방에서 만드는 물건도 여러 가지이고 천연염색의 종류만도 200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2시간 정도의 시간과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감물염색을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아쉽게도 시간관계상 우리 일행은 이 염색을 직접 해보지는 못했다. 꼭두서니 공방 사장님의 얘기를 듣고 나서 일행은 풍각장터로 향했다.

풍각장터는 1/6 장터다. 그러니까 1일, 6일, 11일, 16일…. 이런 식으로 장이 열리는 5일 장이다. 1925년에 처음으로 개장한 이후로 지금도 이 지역 상권의 중심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지역 특산물과 각종 잡화 등을 거래하는 재래식 장터다.

풍각장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40분 경. 승합차에서 내린 일행은 뿔뿔이 흩어져서 시장의 구석구석으로 들어갔다. 나는 혼자서 카메라를 메고 천천히 걸어갔다. 아무리 재래식 장터라고는 하지만 역시 변화의 물결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 풍각장터도 역시 조금씩 현대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아무튼 시장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다. 시장에서는 살아가는 모습과 활기찬 상인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시장에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 접촉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많은 물건, 맛있는 음식과 음식재료들도 빼놓을 수 없다.

풍각 장터의 모습
풍각 장터의 모습 ⓒ 김준희
풍각장터의 모습
풍각장터의 모습 ⓒ 김준희
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닭장에 갇혀 있는 수많은 닭과 오리들이 보였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니까 각종 생선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한쪽에는 뭔지 모를 커다란 생선 덩어리가 있다.

"이건 무슨 생선입니까?"
"아 그거? 상어고기야."
"청도 부근에서 잡은 겁니까?"


아저씨가 웃는다.

"아니. 부산에서 가져온 거야."

우문현답이다. 이 내륙한복판에 상어를 잡을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까 마신 와인이 덜 깬 모양이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니까 소머리 국밥을 파는 집, 항아리를 잔뜩 진열해 놓은 집, 각종 건어물을 취급하는 곳도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할머니 한 분이 혼자서 풀빵을 장사하고 있다. 이곳에서 20년 동안 혼자 풀빵을 팔아 오신 할머니다. 작은 풀빵 10개에 1000원이다. 할머니는 먹어보라면서 풀빵 여러 개에 설탕을 잔뜩 뿌려주신다. 작아서 그런지 한 입에 쏙 들어간다.

풍각 장터에서 20년째 풀빵을 팔고계신 할머니
풍각 장터에서 20년째 풀빵을 팔고계신 할머니 ⓒ 김준희
"할머니 오늘 많이 파셨어요?"

할머니는 옆에 놓인 파란 통을 가리킨다.

"응. 여기 통에 담아온 거 다 팔았어."
"우와 많이 파셨네요."
"오늘은 좀 적은 편이야. 날씨가 추워서 사람들이 많이 안 나왔거든."


추운 날씨 때문인지 시장은 좀 한가해 보인다. 5시에 문을 닫는다니까 이제 폐장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상점을 정리하는 상인들이 많이 보인다. 오뎅과 풀빵을 먹고 나서 다시 차로 돌아갔다. 오늘 일정은 이걸로 끝이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씻고 저녁을 먹을 차례다. 저녁을 먹는 건지 술을 먹는 건지 모르겠지만. 진짜 부담 없이 즐거운 시간이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내일은 운문사에 간다.

덧붙이는 글 | 1월 16일~17일 이틀동안 경상북도 청도 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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