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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선 후보 없이 일단 반(反)한나라당 성향의 중도세력을 모으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도국민대통합 전국청장년연대 주최 정계개편 대토론회에서는 이낙연 의원과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 황태연 동국대 교수(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장) 등이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날 토론회는 고 전 총리의 정치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준비됐지만 고 전 총리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으로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일부 방청객들이 "의원들이 나서서 고건을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지만, 이날 토론은 자연스럽게 '고건 없는 정계개편'의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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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의원은 "고 전 총리가 없어진 상태에서 (범여권의 통합 노력이) 더 이상 '고건 신당'으로 오해받을 일이 없어졌다"며 열린우리당 선도탈당파와 국민중심당 일부세력 그리고 민주당이 참여하는 가칭 '신당추진위' 구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당내 사정으로 인해 너무 '질서 있는 통합'에 매달리면 분열이 고착화될 수 있으므로 원내 교섭단체 정도는 꾸릴 수 있도록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 이 그룹들이 당적을 유지한 채 공동의 정치행보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얘기했다.

이 의원은 특히 정운찬 서울대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언급하며 "이들은 자질이나 실적으로 보나 국민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있는 분들"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황태연 동국대 교수도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되지 않으면 경부고속도로 시절처럼 대규모 토목공사로 표를 모으려는 사람이 국민을 현혹시키는 우익 포퓰리즘을 돌파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황 교수는 "선(先)세력결집 후(後)후보결정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 적어도 4월까지는 신당의 골격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정계개편은 유력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이뤄진 게 사실이지만, 정당이 후보를 내는 것이 정도"라며 "고 전 총리의 부재로 구심점이 더 약화된 시점에서 선(先)세력결집 후(後)후보결정도 해볼만 하다"고 거들었다.

"범여권 통합, 더 이상 ‘고건 신당’ 오해받을 일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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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선통합론'에 대해 "그러한 주장은 여당의 일부세력을 떼어놓고 가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창조적 분열' 이후 통합이 제대로 되겠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우 의원은 "통합신당을 결의하고 만드는 과정, 각 당이 기득권을 버리는 과정이 매우 역동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국민의 뜻을 잘 쫓아가면 결국 새로운 판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우 의원은 "4월 국회의원 재보선까지 '연합군'을 구성하지 못하면 신당이 지리멸렬로 가게 된다"며 "결국 재보선이 (정계개편 성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김영환 전 민주당 의원도 "대선 국면에서 후보 없이 정계개편이 잘 이뤄질 수 있겠냐"며 "대선을 흘려 보내고 총선을 통해 정당을 재건하는 방법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중도세력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신당을 만드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미국의 공화·민주당은 당내의 다양한 분파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했기 때문에 150년 이상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의 정계개편 논의에서도 '중도가 아니면 다 틀렸다'는 식의 인물중심주의·집단주의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