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건강하실 때의 부모님 모습
건강하실 때의 부모님 모습 ⓒ 허선행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원주행 버스를 탔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겼기 때문에 면회시간에 맞춰 오라고 해서인지 버스가 더욱 더디게 느껴졌다.

오후 12시부터 30분간만 면회가 된다고 했는데, 고속도로가 밀려 오후 12시 10분이 되어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부랴부랴 외투를 벗고 손을 씻은 후 가운으로 갈아입고 아버지 성함이 적힌 이름표를 달고 가리키는 쪽으로 가니, 거기에는 생판 남처럼 보이는 웬 할아버지가 누워 계신다.

평소에 건강하시던 우리 아버지가 바짝 마른 몸으로 산소 호흡기까지 꽂고 누워 계시니 못 알아볼 정도다. 복받치는 설움을 참고 내 딴에는 활짝 웃는 얼굴로 아버지를 대했다.

겨우 모기만한 소리로 "어떠세요?"하니, "난 괜찮다. 바쁠 텐데 여기까지 오느라고 애썼다"며 오히려 나를 걱정하신다. 의식을 찾은 아버지를 뵈니 속으로 조금 안심은 되었다.

부모의 마음이란 다 그런 건가. "내가 아픈 게 낫지, 자식 힘든 건 못 본다"며 서로 중환자실 대기실에 있겠노라며 자식과 옥신각신한다.

"엄마까지 병나면 우리는 어떡하냐?"는 아들의 말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돌아서는 엄마! 잠깐 점심을 먹으러 나가면서도 병실을 여러 번 돌아보며 걱정을 하시는 모습에서 왜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는 말이 생각나는 걸까?

오늘도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 근무를 하고 있다. 전화로만 아버지의 상태를 물었을 뿐이다.

응급차량에서 병원으로 후송할 때 아버지 신발을 못 챙겼다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머니! 신발을 찾으러 갔던 병원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신발이 섬뜩하기조차 하더라며 다시는 그곳에서 신발을 찾지 말아야겠다고 하신다.

"제가 편한 신발로 사 드릴게요."

하루빨리 아버지의 병환이 회복되길 마음뿐인 딸이 간절히 기도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