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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어떻게 대화할까> 윌리엄 J. 롱 / 이경아 옮김
<동물들은 어떻게 대화할까> 윌리엄 J. 롱 / 이경아 옮김 ⓒ 동아일보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인간만이 언어를 가지고 있고 동물들은 언어가 없다고 한다. 인간의 소리는 음성으로 변별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물들의 소린 자음과 모음이 없는 단순한 소리인 음향이라고 한다.

그러나 많은 동물들을 살펴보면 이들도 어떤 의사소통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의사소통을 한다고 해서 인간의 언어 같은 말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동물들도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인간들이 그것을 관심 있게 바라보지 않으려 할 뿐이다.

동물들은 침묵으로 대화한다

@BRI@사람들은 보통 동물들은 소리나 몸짓으로 자기감정을 표현한다고 알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야생동물들을 관찰하며 동물들의 의사소통을 연구한 윌리엄 J.롱의 <동물들은 어떻게 대화할까>에 의하면 소리나 몸짓보다는 침묵으로 대화를 한다고 한다.

동물들은 '첨포'라는 초감각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텔레파시 능력이다. 동물들이 대화할 땐 소리나 표정, 동작보다는 주로 텔레파시 같은 걸로 의사소통을 한다. 다만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기 때문에 믿지 않고 의심한다고 한다.

롱에 의하면 사슴이나 새 같은 많은 동물들은 어떤 위험을 감지할 때 소리를 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동물들이 자신만의 소리를 통해 위험을 알리거나 먹잇감을 알린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동물들은 침묵 속에서 어떤 불안이나 느낌을 감지하고 그 자리를 뜬다고 보고 있다. 무리 중의 사슴 한 마리가 어떤 불안을 느끼면 그 불안 심리가 전체 동료들에게 퍼져 자리를 이동한다는 것이다. 동물들이 가지고 초감각적인 첨포와 텔레파시에 의해서다.

동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그렇다면 숲에서 동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냥꾼? 아님 벌목꾼? 아니다. 동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관찰당하는 것이다. 동물들은 무엇엔가 관찰당한다고 느끼는 순간 그걸 견디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우리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밤길을 홀로 걷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면 왠지 불안해하면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러면 쫓기듯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동물들이 항상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건 아니다. 롱에 의하면 자연과 함께 살아온 동물들은 원래 수줍음이나 겁이 많지만 무조건 공포에 지배되지 않는다. 공포의 지배란 인간에게만 있을 뿐 동물에겐 공포와 같은 감정이 없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동물들은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자연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아기에게 누군가가 칼과 총을 들고 위협적인 행동을 해도 공포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결국 동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란 단순히 총과 같은 것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좋지 않은 마음을 먹고 바라보는 인간들의 눈초리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산이나 숲에 가면 고요함을 유지하라고. 나뭇잎이 바람을 맞아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부드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멈추라고. 그리고 처음 만나는 짐승이 지나 가거든 조용히 침묵하라고.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자연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그의 선량한 관심 때문이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며 동물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려 했다. 동물도 하나의 고귀한 생명체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처음부터 선입견 없는 아이의 눈으로 모든 새와 짐승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로 이상하게도 모든 살아 있는 생명에 인격을 부여하고 그 생명을 존중하게 되었다. 숲이든 블루베리 벌판이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수줍은 많고 경계심 많은 동물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독립된 존재다. 그들은 모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동물들을 관찰하고 함께 하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러면서 동물들을 단순한 유희의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인간들의 모습을 안타까워한다.

이 책은 세 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1부는 동물들이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는 가를 구체적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2부에선 동물들과 사귀기 위해선 숲에서 고요함을 유지하고 자연의 마음으로 열어놓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3부는 저자가 너무 좋아해 오랫동안 혼자 머물었던 호수에서 있었던 여러 비밀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채워졌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에서 진정 말하고자 한 것은 단순히 동물들의 의사표현 방법이나 행위, 그리고 인간이 야생동물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자연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를 은연중에 전하고 있다. 자연은 단순히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자연성을 갖게 하는 존재로 인식한 것이다.

롱은 그래서 마음의 문을 항상 활짝 열고 자연의 소리에, 동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책에서 저자는 자연을 이야기 하고, 자연을 감상하는 방법과 동물들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내면엔 자연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풍겨 옴을 책 전반에 걸쳐 드러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동물들은 어떻게 대화할까>는 동물들의 의사소통 형태나 행동에 대한 관찰을 기록한 책이면서도 현대인이 자연에 대해 어떻게 대하고 행동해야 하는 가를 알려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동물들은 어떻게 대화할까 - 야생동물들의 의사소통을 탐구한 고전

윌리엄 J. 롱 지음, 이경아 옮김, 동아일보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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